또 하나의 매듭을 지으며 / 이영복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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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18-12-19 16:21 조회8,70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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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매듭을 지으며
이영복 장로(본회 사무국장)
2018년 세모(歲暮)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대나무를 떠올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제가 대나무를 좋아하는 까닭은 선비의 기개가 풍기는 외형도 외형이지만 그 성장 과정이 시사해주는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대나무의 성장 비밀은 마디를 통한 매듭짓기에 있습니다. 매듭이 없으면 성장도 없으며 매듭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것이지요.
어떤 면에서 우리 인생도 대나무처럼 매듭짓기를 통해 성숙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았던 야곱의 삶은 인생이 곤경이라는 마디를 통한 매듭짓기와 새로운 시작을 거듭하며 성화되어 간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창세기 32장에는 야곱이 천사와 씨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던 야곱이 마침내 하나님과 겨루어서도 이겼다는 사건은 그로 하여금 하나님으로부터 ‘이스라엘’(승리)이란 새 이름을 얻게 된 것을 감사하게 한 것이 아니라, 사건의 현장을 ‘브니엘’이라 이름 지어 부르며 하나님을 대면하여 보고도 생명이 보전된 것을 감사하게 하였습니다. 그것은 영적 성숙을 지향하는 일생일대의 새로운 매듭이 되었습니다. 야곱은 환도뼈를 다쳐 더 이상 힘을 쓸 수도 없고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분명 위기였을 겁니다. 에서로부터만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도 말입니다. 그래도 그에겐 남들이 알지 못하는 평강이 있었으리라 봅니다. 불편한 몸으로 절며 길을 걷는 그에게 창세기 32장 마지막 장면의 배경이 되었던 해돋이는 자신이 그간 보아온 어떤 일출 장면보다도 아름답게 보였을 것입니다. 그에게 내면적인, 영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달력상의 새해는 아니었지만 분명 인생의 중요한 매듭짓기 후에 맞이한 인생의 새해였으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랑하는 다비다 자매 여러분, 우리 각자에게도 인생의 새해가 활짝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달력상의 시간을 가리키는 크로노스를 넘어, 주님의 특별한 은혜의 손에 붙잡힌 의미 있는 시간인 카이로스의 새해 말입니다. 특별히 새해는 다비다 창립 2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금은 야곱처럼 하나님의 은혜로 굵은 매듭을 하나 짓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입니다. 다비다의 모든 식구가 연합과 일치를 이루어 함께 기도하고 나아갈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다시 대나무 이야기로 돌아가서 글을 맺겠습니다. 대나무가 자신에게서 진정으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텅 빈 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꿋꿋한 성장과 외부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는 버팀의 비밀이 그 비움에 있기 때문이지요. ‘마음이 비어 사물에 잘 대응한다는 소위 ‘허심응물(虛心應物)’에 관한 것이지요.
바라건대, 세상의 사물에 잘 대응한다는 처세의 지혜를 넘어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오’로 시작하는 예수그리스도의 산상수훈이 우리의 삶을 주장하고 하나님의 특별한 통치 안에서 천국을 누리는 2019년 새해를 맞이하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