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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 칼럼>50대 중년에 쓴 어버이날 편지/ 이영복 (다비다자매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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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의목적 작성일13-06-20 13:53 조회10,8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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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 칼럼>


50대 중년에 쓴 어버이날 편지


                            이영복 (다비다자매회 이사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님 · 어머님께,


2년 전 봄, 한국은행의 인사발령에 따른 고향에서의 근무로 50대 중년의 나이에 두 분을 가까이서 자주 뵐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얼굴을 보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양적인 복만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사랑의 깊이를 확인하고 삶에 있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배우는 질적인 복을 누린 시간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감사할 일은 재작년 여름 급성 폐렴으로 두 주 이상을 거의 의식을 잃은 채 중환자실에서 계시며 세상을 떠나실 뻔 했던 아버지께서 하나님의 은총을 입어 회복되는 기적을 본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그 후유증으로 몸도 마음도 많이 쇠약해지셨지만 작년 말 송구영신예배에서 간절한 눈물의 기도로 새 힘을 얻고 영적인 부흥을 보여주심으로써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요 6:63)”라는 말씀을 증거 해 주신 모습에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아버지는 참으로 영성 깊은 장로이십니다.


아버지로부터 “네 엄마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라는 최고의 찬사가 담긴 사랑의 표현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표현은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말이 아니라 깊은 신뢰와 진정한 감사가 담긴, 한 남자가 인생의 황혼에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 고백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편이십니다.


고단수의 장기가 무엇인지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번번이 지다가 제 실력이 조금씩 늘면서 아버지를 이길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아버지의 기력이 약해져 있는 때라는 것을 눈치 채고서 아버지에게 장기를 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올 들어서는 제가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 주시며 기뻐하시지만 언제까지든 오래오래 제가 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이십니다.


그리고, 어릴 적에는 비교를 해볼 기회가 별로 없어 몰랐지만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세상 제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의 맛난 음식에 대한 절제력이 참 약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말입니다. 대구로 온 이후 저의 배가 좀 더 나오게 된 것이 그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시는 어머니에게서 어머니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가식을 모르는 배로 배웠으니 그 이상의 배움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신의 배에서 언제나 생수의 강이 흘러넘치기에 현재의 고난이 장차 받을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음을 확실히 알고 소망 중에 즐거워하시는 어머니에게서, 마치 수가성 우물가의 여인을 만난 후 음식을 구해 온 제자들에게 “나의 양식은 따로 있다.”고 말씀하셨던 주님의 심정을 배웠습니다. 어머니의 그러한 신앙이야말로 제게 물려주실 가장 큰 유산일 것입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한 섬김과 희생으로 살아오셨고, 오랜 허리 통증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고통에 시달리고 거동이 불편하시지만 급성폐렴으로 쇠약해지고 입맛이 떨어진 아버지를 위해 온갖 음식을 만들어 주시며, 때를 따라 약과 주사를 챙겨 주실 뿐만 아니라, 불면에 시달리는 아버지를 위해 같이 밤을 새우시는 어머니의 삶을 생각하면 잠언에 기록된 현숙한 여인의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그러한 어머니가 한없이 자랑스럽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루하루 일상 가운데 두 분에게 하늘의 평화와 새 힘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평생의 아름다운 수고에 대해 반드시 30배, 60배, 100배의 복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지금 이 땅에서도, 장차 하늘나라에서도 말입니다.


아버님, 어머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어버이날에 큰 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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