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나귀가 부럽다 / 이영복
페이지 정보
작성자 kim 작성일25-07-15 10:36 조회2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이달의 편지>
나는 작은 나귀가 부럽다 / 이영복
수현아,
‘팔려가는 당나귀’ 우화를 알지?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팔러가는 중에 일어난 짧은 이야기.
부자(父子)는 당나귀에 아무 것도
싣지 않고 길을 나선다.
“일하는 짐승인데...”
아버지는 아들을 당나귀에 태운다.
“저런 불효자가 있나?”
아들을 내리게 하고 아버지가 탄다.
“아들이 불쌍하다.”
아들도 같이 당나귀를 타게 한다.
“짐승을 학대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막대에 당나귀를 묶어
어깨에 메고 간다.
시냇가에 이르러 다리를 건너는데
당나귀는 발버둥을 치고 시냇물로 떨어져
떠내려가고 만다.
지현아,
‘작은 나귀’ 수필집을 알지?
작은 나귀가 예수님을 등에 태우고
정답게 대화하며 걷는 이야기.
책을 내기까지 주변 사람의 이런저런 소리
“써놓은 글의 분량이 적다.”
"아픈 이야기를 누가 읽겠느냐?"
담당 의사가 책을 내겠다는 작가의 말에
던진 말은 결정타였다.
“과대망상이다.”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치유 상담을 받고 있는데 책을 낸다니.”
수현아, 지현아!
‘팔려가는 당나귀’의 주변 사람의 소리와
‘작은 나귀’의 주변 사람 소리가 묘하게 겹쳐져
책을 출판하려던 내가 혼돈에 빠졌던 것도 아니?
그때 천둥처럼 내 마음을 두드린 짧은 말씀
“주가 쓰시겠다.”(마태복음 21장 3절)
2016년 1월,
그렇게 <작은 나귀> 책이 나왔다.
나는 책을 쓴 작가가 부럽다.
너희 엄마 김영경 작가가 부럽다.
딸들에겐 관심 없고
예수님만 태우고 가는 엄마라고?
어느새 작은 나귀에서 내려
너희들을 업고 가시는
예수님의 따스한 등이 느껴지지 않니?
그리고 엄마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속으로는 알면서 그러는 것 잘 안다.
* 2022년 3월 발간한 다비다 시선집 <여백>에 실었던 글입니다. 2025년 다비다 문학상 공모전에서는 ‘엄마 사랑, 자녀 사랑’을 주제로 한 편지 글을 공모한 바 있기에 다비다 자녀인 수현과 지현에게 썼던 저의 편지를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