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마를 바꾸다 /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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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꽃향기 작성일11-09-30 15:25 조회8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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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수필가. 전문코치/다비다자매회 청소년 코치)
나는 평생 가르마를 왼쪽으로 탔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오른쪽으로 가르마를 바꿔 타기 시작했다. 가마가 돌아가는 방향 때문에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갈라지던 가르마를 반대로 바꾸고 나니 가라앉았던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이 힘을 받고 일어서서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모른다. 진작 그렇게 했더라면 납작하게 가라앉는 머리 때문에 그렇게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을 텐데 습관이 참 무섭다. 어디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머리 빗기 뿐이랴. 무의식중에 하던 대로 반복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의외로 가르마를 쉽게 바꾸고 나서 몇 가지 습관을 새롭게 만들기로 했다. 수첩의 안표지에 신앙과 영성, 가족과 친구관계, 건강과 자기 관리, 재정관리, 직장과 사업, 사회활동과 여가, 자기 개발, 생활환경 영역에 대해 한 가지씩 여덟 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적다가 나의 글씨쓰기 습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쫓기듯이 글씨를 흘려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한글을 깨칠 때 깍두기공책의 네모난 칸마다 꽉 차게 글씨를 썼다. 언제나 책받침을 대고 손에 힘을 주어 또박또박 글씨를 써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동그라미 다섯 개와 별 세 개를 받지 않았던가. 그러던 것이 중학교 때부터 쓰기 시작한 볼펜글씨는 공책의 앞쪽만 글씨가 가지런하고 뒤로 갈수록 날아가는 것처럼 흘려 쓰게 되었다. 강의 시간에 잠시 졸기라도 하면 마치 속기 부호처럼 지렁이 기어가는 것 같은 글씨를 쓰기도 했다.
이십여 년 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는 타이프라이터나 워드프로세서보다는 원고지에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더 성의가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였으므로 1000매가 넘는 원고도 일일이 손으로 써서 신문사와 출판사에 보내곤 했었다. 지금은 극소수의 작가들만이 손으로 원고를 쓰고 있는데 책을 만들다 보면 일일이 원고를 다시 치는 일이 오타도 많고 얼마나 성가신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아직도 귀로 듣는 내용을 바로 키보드로 치기 보다는 받아쓰는 편이 훨씬 익숙하다. 문제는 필체라 다시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차분한 마음으로 고른 글씨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선 지우개가 달린 연필을 잘 깎아서 새 공책에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였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한 자 한 자 정성껏 글씨를 쓰다보면 사각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잉크를 찍어가며 쓰던 교본에다 펜으로 글씨 쓰던 때가 떠올랐다. 그 시절에는 만년필 하나 갖는 것이 큰 자랑이요 기쁨이었다. 이제부터는 친구로부터 선물 받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만년필도 꺼내서 글씨를 써봐야겠다. 자주 잉크를 채워 넣어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글자를 한 자씩을 정성들여 쓰다보면 흘려 쓰는 습관을 고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아무래도 올해는 머리를 빗거나 글씨를 쓸 때마다 옛 습관을 거스르며 새로운 습관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 같다. 그것들과 더불어 집에서 30분 일찍 나서기, 하루에 30분 걷기,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 하루에 세 사람에게 메일을 쓰거나 전화하기 등의 습관을 만들어가려 한다. 몸에 배어 습관이 되려면 적어도 3주 동안은 반복을 해야 한다니 결국 단순한 것을 매일 계속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지만 1년에 5가지 정도만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도 10년이면 50개의 좋은 습관을 갖게 된다. 지난해에 갖게 된 좋은 습관으로는 매일 고전 음악 듣기, 시 읽기, 비타민 챙겨먹기가 있었다. 그 습관이 가르마 바꾸기, 글씨 차분하게 쓰기의 새로운 습관을 데리고 왔다고 믿는다
습관은 성격을, 성격은 운명을 바꾼다고 했으니 올해부터 작은 습관들을 바꾸어 가며 운명의 가파른 벽을 훌쩍 넘어서 볼까 한다.
가르마의 방향을 바꾸고 나서 여권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오른편 가르마를 하고 찍은 사진 속의 얼굴이 한결 생기 있고 새로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