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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2-10-27 16:24
조회12,0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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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달의 시>
거꾸로 세상
허윤숙
주님 저를 왜 이렇게
만드셨나요?
허리가 접혀 평생을
머리가 땅에 박혀 사나이다.
펴지지 않아 괴로운 이 몸이
나를 바라보는 이들을 붙잡습니다.
그들의 접혀진 미간이
내 안의 골짜기가 되어 푹 패여갑니다.
이유 없는 손가락질은
굳은 내 몸이 이유라고 합니다.
누가 나를 알겠습니까?
누가 내 마음을 듣겠습니까?
친구와 정답게 악수하고
비 오는 날 함께 우산을 써 볼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줘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도 그럴 수만 있다면
감출 수도 없는 이 몸을 가지고도
나는 오늘도 일용할 양식 앞에서
기도합니다.
이웃의 따뜻한 국 한 그릇에
주님의 사랑이 한 가득 담겨 왔는데
다 먹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기도하길 잘했습니다.
주님께서 이 행복을 보내셨습니다.
오늘따라 다리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구름이 참 하얗고 예쁩니다.
거꾸로 보는 세상이 더 멋있는 건
주님과 나만의 비밀입니다.
천국에서 만날 내 선조 아브라함과
재미난 내 이야기를 잔뜩 나눌
생각입니다.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때 맞추어 찾아오는 참새 손님
마중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