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언니
유미숙
나에게는 부모 같은 언니들이 셋이나 있다. 내가 여섯 살 때 중풍으로 쓰러지신 엄마는 돌아가실 때까지 반신마비 장애인으로 살아가셨다. 어린 나는 엄마의 손길보다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나는 둘째 언니 손을 잡고 입학을 했다. 중학교 졸업식에도 고등학교 입학식에도 항상 둘째 언니가 함께했던 것 같다. 둘째 언니는 나를 많이 믿어줬다. 아버지만큼이나 나를 믿어주고 격려해줬다.
엄마가 중풍이 재발했을 때에도 궂은일을 마다않고, 엄마를 돌봤다. 내가 고2 때 엄마는 돌아가셨고, 그때도 언니가 나를 돌봤다.
언니는 성격이 참 깔끔했다. 애가 셋인데도 천 기저귀를 새하얗게 빨았다. 빨랫줄에 널면 바람에 하얀 국기처럼 펄럭였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언니의 나이가 60이 넘어 무릎이 아파 잘 걷지도 못하다가 최근에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하게 되었다. 나는 수술을 좋아하지 않아 비수술 치료를 찾아보라고 했는데, 언니의 연골은 재생이 불가능해서 결국 수술을 택했다.
언니네 집이 걸어서 20분 거리임에도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잘 가지도 않고,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였다. 갔다가 바로 돌아오곤 했다. 집이 너무 어수선해서 오래 있지 않았고, 마음은 치워주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참 전에 언니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았다. 그 돈은 울 아들을 돌봐준 감사 의미로 돌려받지 않기로 했었는데 말이다.
어차피 돌려받지 않기로 했으니, 언니를 위해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한국수납정리개발원에 정리 수납을 의뢰했다. 언니가 23일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조금이라도 깨끗한 환경에서 얼른 낫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2024년 다비다문학상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