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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그림 힐링 나들이 / 유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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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4-11-12 17:34 조회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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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그림 힐링 나들이

유숙자(필그림 조)

20241011, 1230분에 이수교회에서 출발 예정. 아침 일찍 서둘러 일어난 나는 여유가 있음에 감사했다. 보통은 오전 9시나 10시쯤 서울을 벗어났는데 이번 여행은 특이했다. 알고 보니 우리가 가려는 숲체원 숙소에는 오후 3시부터 입실이 시작된다고 한다.

어젯밤, 난 직업 특성상 전력을 다해 탈출에 성공한 죄수처럼 밀물에 휩쓸려 내동댕이쳐지듯 근무복 그대로 나만의 공간인 내 방에 큰대자로 널브러져 잠시 멍한 기분으로 맥없이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즉 연락해봤어야 했어.” 난 통화가 안 되는 미장원 원장의 전화 오기를 기다리다 깜박 잠이 들 뻔한 그때 벨이 울려 벌떡 일어났다. 항상 대접 받는 기분이 들 정도로 어쩌다 가끔 염색이나 하러 가는 미장원 원장의 친절함이 늦은 시간인데도 서슴없이 달려가게 만든다.

오랜만에 아니, 몇 년 만에 해보는 파마. 졸리는 눈을 떠보니 요리조리 매만지며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나도 맘에 든 파마에 역시 단골이 이래서 좋다.”라고 생각했다. 난 한밤중에 집에 도착하여 내일 떠날 채비를 대충 마치고 잠이 들었다.

우리 필그림 가족이 가는 곳은 횡성에 있는 숲체원이라는 곳이다. 2시간은 족히 걸린다는데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뜬 것 같은 불면이 시작되었다. 잠 부족으로 어찌하나 했지만, 필그림 일행을 만나는 순간부터 파도가 바위를 만나 인사하듯 우린 모두 노인답지 않은 격한 인사를 하고 예전부터 이미 익숙해져 있는 이수교회 봉고차에 몇 분도 안 걸려 모두 착석했다. 우린 모두 신이 나서 한 명도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난 내 사람들이 내 치마폭에 옴팍 다 싸여 있는 것처럼 안도하며 힘이 불끈 솟았다.

근래에 드문 장거리 여행인지라 몇몇은 차멀미로 곤혹스러워했고 숲체원에 도착한 순간부터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게 노인의 딱지를 떼고 청년으로 돌아와 있는 듯했다. 우리의 숙소는 주차장에서 불과 15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인데 외관은 물론 실내도 쾌적하고 깔끔했다. 3, 화장실 2개로 우리 8명이 지내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것이 여태껏 다녀본 숙소 중에 제일 맘에 들었다.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오감체험장이란 곳을 둘러보며 이미 온갖 오감이 자유함으로 한 곳도 막힘없이 열려 있는 우리의 몸이 제 각각 춤을 추듯 무엇에 홀린 듯 했다. 길가의 잔풀에도 참견하며 새삼 야생화의 찐 팬이 되어 자지러지듯 탄성을 지르며 사랑 표현을 했다. 우린 위로는 하나님께 아래로는 필그림 김혜란 목사님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감사를 표현하며 모두 행복에 젖어 서로 천국을 만들고 있었다.

식당은 아주 넓고 뷔페식으로 차린 건강식은 맑은 공기와 더불어 우리 필그림 식구 모두 건강하게 채워주는 듯 하여 더욱 더 적극적으로 맛있게 먹게 만들었다. 차츰 강렬한 해는 기울고 시골의 밤기운이 찾아들자 배부른 우리들은 일단 숙소에서 제일 중앙인 방 하나에 모여 각자 챙겨온 간식을 꺼내놓았는데 미리 겹치지 않도록 준비하라고 공개는 했었지만 종류와 양이 가히 편의점을 방불케 했다. 게임도 하다가 대화로 이어졌는데 목사님께서 갑자기 봉투 하나를 꺼내신다. 그 속엔 단정한 글씨의 편지와 돈이 들어 있었다. 해피맘 자매 중에 한 명이 익명으로 필그림 언니들의 12일 일정을 응원한다며 김혜란 목사님을 통해 보내온 봉투였다. 우리 모두는 어린 자매에게 응원을 받고 숙연해졌다. 후배들의 관심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우린 그저 잘 익어서 천국의 소망이나 노래하며 가야겠다는 안일한 생각만 했던 것이다. 우린 감동을 받고 눈이 확 떠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이 들면 어린 사람들에게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우리도 이제부터 후배들이 어떻게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봐야겠다고 다짐들을 했다.

우선 이 돈은 우리가 냉큼 받기도 마음이 그렇고 돌려주면 자존심에 상처를 줄 것이라 생각해서 우리도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십시일반 조금씩 보태 다비다에 후원금으로 내기로 했다. 이 순간만큼은 8조각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한 곳을 향해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얼마나 뿌듯하고 필그림조에 자부심이 느껴지는지 몰랐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하늘에 떠 있는 반달을 보며 별이 몇 개밖에 없네 하면서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우리는 피곤하여 곧 잠에 빠져 들었다.

박정옥 자매가 흥분된 어조로 내 귀에 속삭이듯 별 좀 봐. 조장! 별 안보면 후회할거야. 어서 일어나.” 난 별이란 말에 벌떡 일어났다. 문고리에 걸려 있는 누구 것인지 모를 잠바 하나를 걸치고 뒤따라 나갔다. “저기 봐요!” 난 머리를 드는 순간 아니, 이게 사실이야?” 바로 별 한 개가 유독 솜뭉치처럼 둥 떠 있었다. “저기 북두칠성 좀 봐요.” 나머지 별들은 탁구공 만하게 둥둥 떠 있는 것이 곧 쏟아질 것 같았다. 난 손을 뻗어 만져보려 했다. 바로 코앞까지 내려앉은 별이 날 만져봐!” 하는 것 같았다. “아이고 장대가 있으면 좋겠네.”, 조금 내 키가 모자란 듯 보였다. 이렇게 큰 별을 이 나이 먹도록 본 적이 없다. 바로 내 머리 위에 내려앉아 떠 있는 별은 처음이다. 언뜻 무섭기까지 했다. 방으로 들어와 잠에 빠져 있는 일행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315, 새벽녘에나 보이는 별을 초저녁에 찾았으니....우리는 별을 공유한 다음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나는 밤 내내 별이 눈에 들어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침이 되어 식사를 하고 천천히 시간을 즐기며 산의 정상을 향해 걸었다. 정상엔 작은 종이 나무에 걸려 있었다. 이 종을 울리면 정상에 도착하였다는 징표란다. 우린 정상 인증 사진을 찍고 !” 하고 종소리를 울렸다. “나의 모든 삶의 종지부도 이 종소리처럼 청량하고 해맑은 삶으로 마감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람과 함께 종을 다시 한 번 쳐봤다.

우린 어디를 돌아봐도 화보 같은 자연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며 내려와 맨발의 코스 길을 걸었다. 더러는 맨발로 걷고 계신 분도 계셨다. 잘 생긴 나무들의 사열을 받으며 기분 좋게 숙소까지 내려왔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와 봉고차에 먼저 실어놓고 마지막 점심을 먹은 우리는 배도 빵빵, 생각도 빵빵, 웃음도 빵빵! 갈 때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여행길을 아쉬워하며 남양주 도농역에서 헤어졌다. 장거리 여행에 동행하여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잘 다녀오게 해 주신 좋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이런 모임을 만들어 주신 김혜란 목사님께 새삼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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