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 작가의 ‘아버지와 나’를 읽고 / 박선미(해피맘2조) > 우리들 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우리들 이야기

  

김영경 작가의 ‘아버지와 나’를 읽고 / 박선미(해피맘2조)

페이지 정보

작성자 kim 작성일26-07-09 11:29 조회4회 댓글0건

본문

김영경 작가의 아버지와 나를 읽고

박선미(해피맘 2)

새벽부터 함박눈이 내렸다. 아침엔 눈이 소복이 쌓였다. 계속 눈이 내렸다. 장우산을 쓰고 딸과 함께 양재천에 나갔다. 걸음마다 뽀드득 경쾌한 소리가 났다. 푸른 솔, 나뭇가지 위, 온통 눈 천지다. 내리는 눈과 쌓인 눈이 장관이다. 중년의 나는 무릎이 약해 조심스럽다. 내가 언제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이 눈을 맞을까 생각하며 그 순간 감사기도를 드렸다. 쏟아지는 눈, 조용한 시간! 그네에 앉아 한참을 눈 구경을 했다. 언덕길에서 아저씨 한분이 열심히 눈을 치우고 계셨다. 많은 눈을 어떻게 치우나 걱정이 됐다.

집안일을 하고 오후에 양재천에 나갔다. 쌓인 눈이 모두 녹았다. 눈 치우던 아저씨가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애쓰신 아저씨가 고마웠다. 따듯한 햇살로 한 번에 그 많은 눈을 녹이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온 날이면 유년의 나와 아버지가 그립다. 장독위에 눈이 소복이 쌓인 날이면 찬바람 맞으면서 동네 눈을 치우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김영경 작가가 쓴 아버지와 나라는 제목의 짧은 수필이다. 김 작가는 다비다자매회에서 알게 된 언니이다. 작가가 10년 전인 2016년에 출간한 책, ‘작은 나귀’(도서출판다비다)는 작가의 삶에 친근히 다가가게 했고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 주기에 충분했다. 자신이 예수님을 등에 태우고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길을 가는 작은 나귀로 그려낸 이미지는 내 마음 속에 깊숙이 각인되었다. 김 작가는 다비다자매회 월간지인 다비다이야기에 자주 글을 기고한다. ‘아버지와 나라는 수필도 그 회지에 실렸던 글이다.

나는 최근 사이버대학교 수필 수업시간에 배웠던 수필비평을 통해 이 수필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고자 한다. ‘비평의 양식중에서 심리주의 비평을 활용하기로 한다. 작가 자신이 조현병을 앓았다가 치유되었고 딸이 간혹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는 인생 경험의 연장에서 나온 글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심리학적 접근이 작가를 이해하고 수필을 이해하는 데 유용할 것 같아서이다.

우선 수필 속에는 하얀 눈과 작가 자신의 조금 혼돈 가운데 있는 마음의 상태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깨끗하게 하듯이 작가가 딸과 함께 걸은 양재천 눈길은 자신은 물론 딸의 혼돈된 마음도 깨끗하게 정화되기를 바라는 바람을 담아 발로 쓴 기도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어릴 적 초등학교 때 배웠을 법한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을 속으로 흥얼거리는 장면이 그려진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겨울엔 겨울엔 하얄 거예요.” 그리고 작가가 작은 나귀라는 책의 표지에 광고처럼 실었던 감사의 마음도 전해져온다. “어려웠지만 어두운 곳에는 가지 않도록 인도해주신 하나님 감사해요.” 결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작가의 곱고 강인한 심성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또한 수필 속에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어릴 적 아버지를 한 아저씨에게 투사한 휴머니즘적인 복선이 깔려 있다. 눈을 치우는 좋은 일을 하는 청소부 아저씨가 벤치에 앉아 쉬는 모습에서 아버지를 떠올린 것은 좋은 일을 하는 아버지의 이미지,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안식하고 있는 아버지를 자연스레 투사했다는 것을 감출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작가의 수필은 짧지만 독자의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힘이 있다. 활자의 힘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삶의 힘이다. 함박눈이 내리는 새벽, 조현병을 앓는 딸과 함께 장우산을 쓰고 양재천을 걷는 작가의 눈에 든 것은 온통 하얀 눈 세상과 열심히 눈을 치우시던 아저씨 한 분.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눈이 그치고 다시 양재천으로 나갔을 때 눈에 든 그 아저씨. 벤치에 앉아 쉬는 바로 그 아저씨에게 겹쳐지는 아버지의 얼굴. 수필에서 구성한 이야기는 그게 전부다. 그리고 수필은 아버지가 생각난다는 말로 끝난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온 날이면 유년의 나와 아버지가 그립다. 장독 위에 눈이 소복이 쌓인 날이면 찬바람 맞으면서 동네 눈을 치우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마침내 작가의 수필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선미씨도 아버지 생각이 가끔 나지요?”라고. 나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하늘나라로 가시기 전까지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 또한 작가의 아버지처럼 고맙고 밝은 얼굴이라서 참 감사하다.

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참 아름다운 추억은 당시 다비다자매회 이영복 이사장님과의 전화 통화에서 시작되었다. 2011115,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설암으로 고생하던 중 상황이 악화되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내가 전화로라도 복음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는 통화하던 중 놀랍게도 주님을 영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이사장님이 병상을 찾아왔다. 아버지는 옛날 노래가 듣고 싶다고 하셨다. 노래를 잘 하시는 이사장님이 제가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했더니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울고 넘는 박달재홍도야 울지 마라노래가 끝나자마자 거동이 거의 불가능하신 데도 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셔서 큰 박수를 치셨다. 이어서 이사장님은 평안히 오래오래 사시다가 울고 넘는 박달재를 지나 웃으면서 요단강을 건너시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다. ‘아멘으로 화답하신 아버지는 그로부터 1년 이상을 평안히 사시다가 2012629일 하늘나라로 가셨다.

인생 최고의 노래를 들었다며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치시던 아버지의 얼굴이 그립고, 딸이 아침에 가게로 나갈 때면 병상에 누워 선미야, 오늘 돈 많이 벌어와. 100만원 벌어와!”하시던 목소리가 그저 그립다. 그렇다. 수필 속 작가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셨다.

 

* 이 글은 서울사이버대학교에서 문학강의를 들으며 써본 수필비평문의 일부입니다.

 

상단으로

다비다 사무실 주소: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54, 대아빌딩3층
전화:02-909-6613 팩스:02-941-6612 다음까페(싱글맘 동산) COPYRIGHT(C) BY www.dabidasisters.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