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후쿠오카의 4박 5일 / 이주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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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5-12-22 12:37 조회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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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후쿠오카의 4박 5일
이주은 목사(본회 회장)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으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고린도전서 3장 7절)
2025년 올 가을은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경험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가을이다. 일본 후쿠오카에서의 6년간(2015~2021년)의 선교사역의 열매가 맺힌 은혜의 시간이었다. 후쿠오카를 뒤로하고 한국에 돌아온 지 4년 반 만에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셨다. 후쿠오카에 있을 때 헤세드교회를 개척했는데 그때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며 복음을 접했던 일본인 칸다 아야코상의 세례식이 11월 2일 주일에 있었다. 하나님은 나의 시간이 아닌 하나님의 시간에 아야코상이 믿음의 신앙고백을 하게 하셨다.
칸다 아야코상은 나로 인해서 복음을 접했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으니 나에게 세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왔다. 아야코상은 올해로 73세인데 남편은 교회에 가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상태라 성경도 겉 표지를 입혀서 성경이 아닌 것처럼 하고 읽고 계신다.
내가 후쿠오카를 떠나온 4년 반 동안 아야코상은 헤세드 교회를 통해 알게 된 일본인 크리스천(사토미상, 카오루상)과 교제를 하며 하나님에 대해 나누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 그리고 일본 작가인 미우라 아야코의 책들을 읽으며 신앙이 조금씩 자라게 되었다.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은 하나님의 때에 아야코상이 세례를 받게 하시고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하셨다.
나는 심었을 뿐이고 사토미상과 카오루상이 물을 주었고 하나님은 자라게 하셨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여름부터 난 설레는 시간을 보냈다. 4년 반 만에 후쿠오카에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은 이미 후쿠오카에 가 있었다.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세례식 준비를 하였다. 특별히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절친인 유우코상 할머니, 하지만 유우코상은 암에 걸려 만날 수 있을지 잘 몰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편지를 썼다. 그리고 세례를 받을 아야코상이 그리웠고, 우리 교회에 나왔던 아이들 유우미짱, 노조미짱, 유리아짱, 사리아짱이 그리웠고 만나고 싶었다.
세례식을 앞두고 라인으로 영상통화를 하며 아야코상에게 세례교육을 하였다. 그동안의 삶에 대해서도 나눴다. 그리고 오랜만에 일본어로 설교 준비를 하고 순서지를 만들면서 한 영혼이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기쁨이 얼마나 큰가를 생각하며 하나님의 기쁨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았다. 나도 이렇게 기쁜데 하나님은 얼마나 기쁘실까… 그리고 만나게 될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편지를 쓰고 선물을 준비했다. 어른들에게 드릴 용돈과 젊은 분들에게 줄 샤넬 립스틱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줄 편지와 용돈 5만원을 예쁜 봉투에 담았다.
드디어 후쿠오카를 향해 출발. 10월 30일 금요일 점심때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자 익숙한 공기가 나를 반긴다. 알게 모르게 그동안 그리운 후쿠오카였나보다. 그리운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고향에 온 느낌이 들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나의 절친 사토미상을 만나 점심을 먹고 시골 풍경이 아름다운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그간 못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내가 후쿠오카를 떠난 뒤 사토미상이 중간역할을 잘 해주었기 때문에 오늘의 열매가 맺힐 수 있어 참 감사했다. 묵묵히 하나님의 일에 자신을 드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쿠오카에 간다는 생각에 서울에서부터 잠을 설쳐서인지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후쿠오카의 첫째 날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세례식을 인도할 마리 그리스도교회에 갔다. 박종관 선교사님이 올해 6월에 개척한 교회이다. 교회는 깔끔하게 리모델링이 되어 있어 너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선교사님과 세례식 준비에 대하여 나누고 드디어 그리운 아이들 4명과 쌍둥이 엄마를 만났다.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은 벌써 중학생이 되어 커다란 자전거를 타고 등장했다. 우리는 얼마나 반갑던지 식당 앞에서 손을 잡고 춤을 추듯 인사를 했다. 유우미짱은 자기 주장이 강해 나랑 싸우기도 하고 그랬는데 성숙해진 모습에 놀랐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동안의 삶을 나누며 얘기를 하고 학교생활을 하고 한국어 공부도 하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쌍둥이 중 한명인 유리아짱이 학교에 적응을 잘 못한다고 하여 마음에 걸렸다. 우리는 1년에 한 번씩 내가 후쿠오카에 가기로 약속하며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이 아이들을 다시 교회로 인도해야 하는 책임이 있어 헤어지는 길에 그들을 마리 그리스도교회로 가서 선교사님하고 인사를 시켰다. 그렇게 이틀째가 지나갔다.
다음날은 세례식이 있는 주일, 마리 그리스도교회에서 11시 예배를 드리고 오후 1시 반에 드디어 세례식이 시작되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일본교회인 성서교회에서 세례 축하 겸 나를 만나기 위해 몇 분이 자녀들과 함께 참석을 해주셔서 너무나 은혜롭고 풍성한 세례식이 되었다. 후쿠오카에 있는 일본 교회들은 바다가 가까워 바다에서 침례를 하기 때문에 머리에 물을 붓는 방식의 세례식은 처음 접해본다고 했다.
나도 처음 인도해본 세례식인데 그것도 일본어로 하려니 긴장이 되어 땀도 흘리고 설교 할 때는 눈도 잘 보이지가 않았지만 그래도 하나님께서 은혜를 부어주신 시간이었다. 참석한 모두에게 기쁨과 감사가 가득한 시간이었다. 일본 분 두 분이 기도 순서를 맡았고 아야코상의 간증도 이어졌고 아야코상이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세례식에 참석한 유리아짱은 성서교회 아이들과 교제를 하게 되었는데 내가 교회 다닐 것을 권유하여 지금은 성서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유리아짱이 교회를 다니며 믿음도 생기고 학교에도 잘 적응할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세례식이 끝나고 우리는 음식을 만들어 식사교제를 하였다. 메인은 곱창전골과 스키야키, 나는 한국식 두부조림을 하였는데 두부조림은 아이들도 잘 먹어 인기가 많아 모자랐다. 내년에는 많이 만들어 먹고 남은 것은 집에 싸가지고 가기로 하였다. 가장 만나고 싶었던 유유코상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결국 만나지 못했다.
4일째 되는 날은 가보고 싶은 ‘이토시마’라는 바닷가에 가서 굴구이도 먹고 바다가 보이는 찻집에서 차도 마시고 평안한 시간을 보냈다. 처음으로 잠을 좀 잤다. 서울로 돌아오는 날은 혼자 공항에 가기로 했는데 공항까지 바래다준다고 사토미상이 또 호텔로 찾아왔다. 4박 5일을 함께 한 사토미상의 사랑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마음을 나누고 하나님 일에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보물이다. 다비다자매회를 위해 기도하며 잊지 않고 후원금을 챙겨주는 그 손길이 너무 아름답고 감사했다. 이런 친구가 있는 나는 복 있는 자라는 생각이 든다.
칸다 야야코상은 세례식을 계기로 마리 크리스도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얼마 전에 연락이 와서 세례를 받고부터 마음이 계속하여 기쁨이 넘친다는 고백을 한다. 신앙서적도 많이 읽고 있다고 한다. 우상이 가득한 일본 땅에서 한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되어 하나님을 사랑하게 된 사실은 정말로 놀라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아야코상에게 믿음이 생기고 자라도록 하신 그 은혜가 4명의 아이들에게도 부어지기를 기도하고 유우코상 할머니에게도 내년에는 만나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도한다.
열매가 맺히려면 누군가는 심어야 하고 누군가는 물을 주어야 한다. 하나님은 공기와 햇빛 등을 통해 자라게 하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다. 바울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 하나님과 한 팀이 되어 심고 물을 주는 역할을 기쁘게 감당하는 우리가 되면 너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4박 5일 간의 후쿠오카 일정은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은혜의 추억이 되었다. 내년 가을에도 후쿠오카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