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의 편지를 받고서 / 채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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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5-12-22 12:38 조회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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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의 편지를 받고서
채말순(안젤라 2조)
편지 하나
엄마 안녕? 큰 딸 희찬이야.
엄마가 딸들에게 편지 한 통 받아보고 싶다고 해서 미루고 미루다 이렇게 편지를 써요. 근데 막상 쓰려고 하니깐 안 쓴지도 오래되고 그러다 보니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나네. 그래도 이번 기회에 평소에 잘 못했던 말이나 해주고 싶은 말들을 용기내서 적어볼게.
내가 결혼준비를 하다보니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엄마였어. 벌써 34살이라는 나이가 되어 다시 돌이켜 보니, 아무 생각 없이 먹고 놀고 했던 10대, 공무원이 되어보겠다고 흘려보낸 20대를 지나 이제는 결혼한다고 하는 30대가 되어 버렸네. 잘 되라는 엄마의 잔소리와 더불어 서로 힘이 들 때나 기쁠 때, 때론 슬플 때도 함께 지내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어릴 때는 잘 몰랐던 엄마의 사랑이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이었는지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아. 우리를 위해 젊은 나이부터 쉬는 날도 없이 희생한 시간과 나를 믿고 기다려 준 그 모든 순간들이 고맙고 또 미안해. 이제 나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엄마가 보여준 사랑과 말들을 기억하면서 새로운 가정을 꾸려보려고 해. 결혼 후에도 자주 찾아뵙고 표현은 서툴지만 노력도 하고 지금보다 더 많이 웃게 해줄게.
엄마가 요즘 들어 몸도 아픈 곳이 많고 그런데 건강 잘 챙겨서 우리 곁에서 함께 추억도 많이 만들고 여행도 다니고 하자. 많이많이 사랑해.
2025년 가을,
큰딸 희찬 올림
2. 편지 둘
엄마 안녕하세요? 저 작은딸 희진이에요.
오늘은 평소 잘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편지로 전해보려고 해요. 엄마는 저에게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인생의 선배 같은 사람이네요. 힘든 일이 있거나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도 엄마고 좋은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은 사람도 언제나 엄마예요. 예전엔 엄마가 나한테 해주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내가 어른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고 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그게 얼마나 버겁고 사랑이 필요한 일인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둘이서 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혼자서 언니와 저를 책임지시고 묵묵히 버텨왔잖아요. 지치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분명 많았을 텐데 그때마다 끝까지 우리를 위해서 애써주신 엄마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 학창시절엔 엄마 말도 잘 안 듣고 투정도 많이 부리고 괜히 말로 상처 주던 때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엄마는 화내기보단 늘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주셨어요. 그 모든 순간에 함께 있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엄마 딸로 태어난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엄마처럼 강인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엄마!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존경해요. 이제는 제가 엄마의 힘이 되어 드릴게요. 아프지 마시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저희 옆에 있어주세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해요.
2025년 가을,
작은딸 희진 드림
3. 두 딸의 편지를 받고
두 딸의 편지를 받고 보니 대견하고 미안한 맘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큰 딸이 잘 살아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한 아이 엄마로 잘 살고 있는 작은 딸이 지금처럼 예쁘게 잘 살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모든 것이 감사하지요.
그리고 제가 혼자라고 느낄 때 가장 힘든 그 순간에 만난 다비다가 있기에, 힘든 것도 이기며 가끔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다비다에 나오면 항상 반갑게 맞이해주는 이은복 조장님과 예쁜 조원님들 항상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늘 넘치도록 사랑을 주시고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는 다비다자매회 가족이 있어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믿음 안에서 다비다와 함께 쭈~욱 걸어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