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소명 / 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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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0-12-16 13:57 조회19,57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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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소명
유미숙
지난 호 다비다자매회 회지에 ‘준비시키시고 사용하시는 하나님’이란 글을 실었는데 이 시간 여러 자매님들 앞에서 좀 더 자세히 제 삶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감사해요. 제가 다비다에 꾸준히 나오면서 받은 느낌은 “여기 오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에요. 처음부터 그랬어요. 2008년 팀 수양관에서 캠프할 때 음악회도 하고 섬겨주시는 게 세상 모임하고 달랐어요. 정말 존중하는 마음으로 저희를 대한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우린 가진 게 없잖아요. 돈도 없고, 혼자 살고, 아이도 좀 부족한 것 같고... 어디 가서 환영 받아요? 근데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서 감사했어요. 그렇게 다비다에 계속 나오게 되었고, 다비다자매회 싱글동산 프로그램으로 여러 자매들과 함께 미국도 다녀왔어요. 저희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갔다 왔어요. 저는 태어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근데 다비다를 통해서 다녀오게 됐어요.
제가 오늘 모임에 오면서 “하나님 무슨 말을 해야 하죠?”라고 하나님께 물었어요. 지난 호 회지에 쓴 글은 다시 중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과거는 그랬고 현재 제가 하는 일을 좀 나누고 싶어요. 저는 미혼모를 돕는 일을 해요. 일반 나이가 든 미혼모보다는 나이가 어린, 청소년의 나이에 아이를 낳은 청소년 부모를 돕는 일을 해요. 근데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이었어요. 제가 그룹홈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룹홈이라는 곳은 한부모 자녀가 많아요. 미혼모 자녀도 물론 있고요. 이혼이나, 사별이나 어떤 사유로 인해서 아이를 키울 수 없을 때 잠깐 맡기는 보육 시설로 고아원보다는 소규모인 시설이에요. 정원이 5명~7명 정도예요. 거기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었죠. 솔직히 저는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근데 그 그룹홈에 베이비박스에서 온 아이가 있었어요. 이 아이가 너무너무 예쁜 거예요.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지 보름 만에 왔어요. 제가 안고 토닥여주면서 재우기도 했어요. 그 아이가 지금 커서 7살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일을 하다가 미혼모 엄마 한 명이 자신의 아이와 분리가 된 상황이었는데 그 아이를 보려고 엄마가 정기적으로 그룹홈을 방문했었어요. 근데 그 엄마가 너무 간절히 아이와 같이 살고 싶어 하는 거예요. 원장의 마인드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있던 그룹홈 원장은 엄마와 아이가 같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안 되겠다. 내가 도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지금 일하고 있는 기관에 찾아갔어요. 그 엄마랑 아이가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나 해서 찾아갔었는데 저한테 이 기관에서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는 거예요. 저는 이 일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기관을 찾아갔을 때에도 제가 이런 제안을 받을 거라고 생각도 안 했어요. 근데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셔서 그러면 알았다고 했는데 저한테 6개월을 제안했어요. 당시에 일하고 있는 분이 아파서 휴직을 해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만 일해 달라는 것이었지요. 그때 제가 6개월 계약은 안하겠다고 했어요. 대신 저는 여성 가장으로 여성가장 고용촉진지원금 대상이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써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여기서 일하면서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 과정에서 전혀 제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다는 거예요.
정말 우연하게 19세, 18세 부부가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한 상태인데 갈 곳이 없다고 연락을 해왔어요. 우리가 돕고 있는 분들은 미혼 엄마였는데도 의정부 쉼터에서 소장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그분도 하나님을 믿는 분이에요. 혹시 청소년부부인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도울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어요. 그분이 한 20군데 전화를 했었대요. 모두 그들을 도와줄 수 없다고 했대요. 근데 저희가 도울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한 거였어요. 그래서 인천에 작은 교회에서 운영하는 킹메이커에 연계해서 함께 키울 수 있도록 도왔어요. 집을 마련해 주고 아이도 키울 수 있도록, 물론 그 커플이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지는 않아요. 청소년 커플은 오래가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저희가 그들을 돕는 이유는 안전한 출산과 더불어 양육을 경험하게 하는 거예요. 출산해서 아이를 못 키우겠다고 베이비박스에 유기하거나 하면,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거잖아요. 근데 그 과정을 경험해보면 임신에도 신중해지는 거죠. 지금은 엄마가 혼자 아이를 양육하고 있어요.
흔히 볼 수 없어서 그렇지 19세 이하 청소년들이 한 해 동안 하루에도 3~4명씩 아이를 낳아요. 2019년에도 19세 이하 청소년이 낳은 아이가 통계청 기준 1,096명이에요. 그 아이들은 가정 밖 청소년이 대부분이에요. 학대가정, 이혼가정, 재혼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대부분이고요. 거기서 벗어나는 가정은 1%도 없어요. 그런 가정을 만나면서 “그동안에 내가 아이와 살면서 겪었던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도우라고 경험하게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하는 일마다 연결된 곳이 하나님을 믿는 자들인 거예요. 참 희한하죠? 그래서 저는 사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청소년 부모를 돕다가 어떤 일이 해결되지 않을 때 기도를 해요. 이건 하나님이 시키신 일이니까 하나님이 해결해 주세요. 나를 위해서 금전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이렇게 기도하면 정말 희한하게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일이 해결이 돼있어요. 그런 걸 보면서 “정말 하나님이 살아서 역사하신다.”는 확신이 생겨요. 하나님은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지극히 작은 자들을 믿는 자들을 통해서 돕게 하시는 분이예요. 성경에서는 지극히 작은 자에게 물 한 그릇 떠준 것이 예수님에게 한 거라고 하잖아요.
반갑게도 이런 청소년 부모를 지원하는 정책이 곧 나올 것 같아요. 처음에 저희가 이렇게 시작을 했는데 그것이 올해 보고서로 나왔고 그 보고서를 통해서 청소년부모가 정책적으로 도움을 받게 되는 근거가 되는 제도가 마련 중에 있다고 하네요. 저는 이걸 보면서 “그냥 하나님이 주신 마음으로 일을 했을 뿐인데, 하나님이 하시는구나. 앞으로도 하나님이 하시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이런 저런 여러 경험을 통해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항상 선하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어요.
사랑하는 다비다자매 여러분, 지금 이 코로나 시국에도 개인마다 어려운 사정들이 있을 것이지만 결국은 하나님께서 가장 선한 것을 마련하고 계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견디고 이겨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