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축복/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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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16-12-30 15:53 조회33,6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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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축복
정영미
저는 모태 신앙입니다. 늘 기도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랐고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시는지 확신도 없이 주일이면 습관처럼 교회를 다녔습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과의 결혼을 반대하는 엄마에게 믿지 않는 사람을 구원하면 더 큰 복이 아니겠느냐고 큰소리치며 서른에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 전까지는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평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기에 제 인생은 늘 평탄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서 불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의 잦은 외박과 술 폭언 거짓말 등등과 함께 말입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둘이나 태어났지만 남편은 변화되지 않았고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관계가 악화되었습니다. 이혼할 용기도 없었습니다.
IMF를 겪으며 남편은 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술 마시는 날도 더 잦아졌습니다. 결국 빚을 져서 집을 팔아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집을 처분했습니다. 작은 단칸방으로 이사를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은 한 달이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고 연락도 안 되다가 마침내 종적을 감춰 버렸습니다. 아들이 열 살, 딸이 일곱 살 때였습니다.
막막한 상황에서 제게 일어난 일을 알게 된 친정아버지가 집으로 들어오라 하셔서 친정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일 년쯤 지났을 때 엄마가 중풍으로 쓰러지셨습니다. 예순 둘밖에 안된 엄마가 쓰러진 것이 나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5년간 친정에 살면서 아버지와의 관계도 나빠지게 되었고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친정집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진짜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식을 먹여 살려야 했기에 돈을 벌기위해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교회도 열심히 나가고 봉사도 열심히 했지만 삶은 여전히 고달팠습니다. 하나님은 나와 상관없이 저 멀리하늘에 계신 분일 뿐이었습니다. 미래도 없고 소망도 없고 마음의 평안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안정된 직장을 얻게 되면서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고난의 정점으로 치닫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2010년 2월초의 일이었습니다. 몸살이 오래 끌어 동네 병원의 소견서를 받아 큰 병원을 찾았는데 바로 그날 밤에 한 쪽 눈이 안보이게 되고 다음날 중환자 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져 급성 간농양에 걸렸는데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염증이 눈으로 전이되고 폐에 물까지 차서 숨쉬기조차 힘들게 된 것이었습니다. 의사가 가족들에게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얼마나 울부짖었는지 모릅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기도 했습니다. 간과 폐에는 고름과 물을 빼기 위한 호수를 연결하고 코에는 산소 호흡기를 달고 한쪽 눈에는 붕대를 붙인 처참한 상태로 지내기를 한 달 남짓. 하나님은 마침내 저를 살리셨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한쪽 눈이 실명된 채 퇴원을 하기로 할 즈음 의사가 위와 대장 검사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대장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임파선으로 전이가 되어 6개월에 걸쳐 12번의 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몸은 더 약해지고 감각도 잃어 버렸습니다. 후유증으로 다리가 저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적도 많았습니다. 아직도 다리의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고 한 쪽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합니다.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이 무서운 고난을 견뎌낼 수 없음을 경험하였습니다.
나의 치료자, 나의 힘이 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한 저는 다비다의 큐티 모임에 참여하면서 매일 매일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하나님과의 동행하는 인생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먼지 같고 죄악 덩어리인 저를 위해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확실히 믿게 되었습니다. 말씀을 통하여 미련한 저에게 주님의 십자가의 사랑을 깊이 알게 하셨고, 이전보다 더 깊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화 시켜 주셨습니다.
다비다에 온 지 십년이 되었습니다. 아프기 전까지는 늘 처음 온 사람처럼 모임만 끝나면 조용히 사라지곤 했는데 지금은 낯선 자매들에게도 먼저 다가가서 말을 겁니다. 모든 자매들이 사랑스럽게만 보입니다. 유난히 겁이 많아 살아가는 것이 두렵기만 한 저인데 이젠 제 자신과 자녀들, 나의 모든 미래의 일까지 주님께 의뢰하고 주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평안을 누리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살아 갈 삶에 또 어떤 고난이 온다하더라도 아무 염려 없습니다. 선한 것으로 베풀어 주실 주님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말씀을 묵상하는 큐티는 내 삶의 최우선 순위입니다. 매주 화요일이면 주님과 데이트한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빠짐없이 다비다 큐티 모임에 참여합니다. 자매님들과의 말씀 안에서의 교제를 통해 천국의 기쁨을 맛보곤 합니다. 이 큐티의 시간들이 저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자매님들은 꼭 이 시간에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입술로 영으로 주님을 찬양하며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주님의 아름다운 신부로 살아가기를 소원합니다. 사랑하는 다비다 자매 여러분과 함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