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차 여행 / 김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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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13 15:52 조회47,55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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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기차 여행
김 영 경
비가 오는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청량리역에서 일행을 만났다. ‘예수님의 사람’이란 교재로 제자훈련을 마친 우리 일행이 기념으로 기차여행을 가는 날이다. 나는 조금 잠이 덜 깬 피곤함과 여행이 주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약간 들 떠 있었다. 남춘천 가는 itx 기차를 올라타니 주부들인 우리의 가방 속에서 구운 계란, 삶은 계란, 찐 고구마, 과일 등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이 나왔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산의 풍경 속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와 절로 탄성이 나왔다.
기차를 내려 버스로 이동하여 월정사에 도착하니 비는 가랑비로 변했다. 전나무 숲길을 걷노라니 곱게 물든 단풍잎과 푸른 전나무가 어울려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비에 젖은 약간 미끄러운 듯한 흙길을 걷노라니 맑은 공기가 코로 들어오고,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단풍으로 물든 숲길에 발걸음이 춤추듯이 가뿐하였다.
점심을 먹고 강릉 안목항에 도착했다. 버스를 내린 순간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본 순간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얼마나 오랜 만에 느낀 마음까지 울린 시원함인가. 짙은 청색바다와 구름을 가득 실은 파란 하늘을 바라다 보면서 내가 이런 좋은 자연을 잊고 살았구나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좁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아이들과 바쁘게 지내는 일상인데 이렇게 탁 트인 세상도 있었구나. 새삼 새롭게 느껴지는 바다요, 하늘이었다. 비가 그친 뒤 태양과 바람은 가을 내음을 맘껏 풍기고 있었다. 하얀 구름은 뜯어 먹고 싶기고 하고 올라타고 날아다니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하며 자유로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쉬운 마음을 바다에 두고 정동진으로 바다열차를 타러 가는 버스 속에서 7세 딸을 둔 자매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싱글맘으로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겪은 나로서는 그 자매의 염려가 마음에 와 닿아 내가 겪은 경험을 나누었다. 바다열차를 편안한 자세로 타고 신청곡을 들으면서 가니 기분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추암역에 도착해 촛대바위를 둘러보는 길은 철썩이는 파도소리, 기암괴석에 드나드는 바람의 소리, 하늘과 맞닿은 먼 바다 등 자연이 주는 선물과 함께 내 몸과 영혼이 명상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오랜만의 나들이에서 얻은 큰 소득은 자주 이런 시간을 누리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그래 나는 주님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축복의 사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