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 / 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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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2-08-11 10:56 조회11,16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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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
유미숙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합니다. 오늘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다비다 자매님들은 제게 최고의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저는‘북모닝 챌린지’라고 이웃에 사는 전 직장 동료와 한 달 넘게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성경 4장씩 읽고 묵상하며, 평소에 읽고 싶은 책을 한 시간 정도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끔 족욕도 합니다. 아마 지금까지 살아온 날 중 가장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장 9절)
저는 2008년 최연희 자매님을 통해 다비다자매회를 알게 되었고, 다비다자매회 여름캠프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운영자로 있던 '모자가정'이라는 온라인 카페에서 몇몇 자매님도 함께 갔기 때문에 어색함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다비다자매회는 저에게 친정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2014~2015년에는 다비다 자매회에서 간사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열일곱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쉰두 살이 되기까지 35년 동안 수많은 일을 거쳐 왔지만, 싱글맘 관련 일을 한 햇수만 10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라는 곳인데, 싱글맘과 싱글대디, 청소년 부모(이른 부모)를 지원하는 곳입니다.
아들이 어느 날 저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엄마는 우울하지 않아?” 저는 “왜?”라고 물었죠! “매일 만나 상담하는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미혼모나 이른 부모들인데 그런 사람들 만나서 어려운 이야기 듣는데 괜찮아?”라고 또 다시 묻더군요. “난 괜찮은데?”라고 했더니 아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근데 난 가끔씩 엄마한테 그분들 이야기 듣거나, 전화 통화하는 것 들으면 우울증 걸릴 것 같아. 나한테는 회사 이야기 안 했으면 좋겠어.”그제야 “그렇구나! 나에겐 일이 삶이고 삶이 일인데 다른 사람한테는 힘들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제게 말했습니다. "엄마! 며칠 전에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분의 통화 내용이 아마 상대방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상황인 것 같더라고. 그래서 엄마한테 혹시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봐야 하나 잠깐 망설여졌어.”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다음에 또 그런 상황이면 엄마한테 연락해서 물어볼 수 있게 해줘도 돼. 엄마가 아는 선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니.”그렇습니다. 어느새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없는 것 같던 아들도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한 것을 보면 마음이 쓰이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는 사람은 미혼모, 미혼부나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청소년 부모들입니다. 저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고 함께 도와 좀 더 나은 상황으로 갈수 있도록 하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일이 때로는 힘들지만, 가슴이 뛰기 때문에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말합니다. 좋은 일 한다고. 저는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저에게도 작년에 심한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정말 열심을 내서 돕던 엄마와 아이가 있었는데 아이가 죽는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그 엄마를 도운 일은 제가 가끔 강의 다닐 때마다 사례로 들며 자랑처럼 이야기했을 만큼 쉽지 않은 사례였습니다. 그래서 한 달을 쉬어야 할 만큼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애써 잊어버리려고 해도 자꾸 생각이 나서 일하다가도 울컥 울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희 교회에 성경통독방에 기도 제목을 나누고 중보기도를 요청했습니다. 심리상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습니다. 나는 멘탈도 강하고 회복탄력성도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더 이상 이 일을 할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래도 저를 사용하시기 원하셨나 봅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상하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싱글맘이나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청소년에게 마음이 더 갔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부모를 적극적으로 돕는 일에 나섰고 저의 작은 노력의 결실로 이들을 지원하는 청소년복지지원법이 작년에 개정되었습니다. 그 공로로 지난 5월에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요즘‘고딩엄빠’,‘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나오는 청소년 부모들이 이슈가 되고 있지요? 거기 출연하는 청소년 부모 중에도 저희가 돕는 청소년 부모가 있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라는 마태복음 25장 40절 말씀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볼 때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일하려고 애씁니다. 그래서 이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제 책상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에는 제가 만났던 미혼 엄마와 청소년 부모 몇몇 사람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그 중에는 오늘 방송실에서 봉사해 주는 엄마 이름도 적혀있습니다. 내가 이름을 적어놓은 사람들은 저희가 한 가지를 도와줬는데 열 가지가 변화된 엄마들입니다. 일하다 힘들 때 그 엄마들의 이름을 보며 힘을 냅니다. 저희가 아무리 애써 돕는다고 해도 결국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 더 많습니다.
제가 오늘 간증을 하며 마음속으로 기도한 것은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입니다. 지극히 작은 자에 대한 관심으로 수가성 우물가 여인을 찾아가셨던 예수님이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는 건 감히 예수님과 동역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방송에서 미혼 엄마에 관한 이야기나, 이른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오늘도 예수님과 동역하는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