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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조장수련회를 다녀와서 / 유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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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3-04-10 16:35 조회8,8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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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조장수련회를 다녀와서

 

유숙자 조장

 

나는 202331일의 조장수련회에 꼭 참석하리라 마음을 먹고 미리 한 달 전부터 내가 돌보는 어르신과 타협을 마친 상태였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조장모임에는 참석할 수 없는 처지여서 모처럼 나는 삼일절 독립 만세와는 격이 조금 다른 만세를 부르며 설레는 마음을 달래가며 어르신의 빨리 가라.”는 말씀을 듣는 둥 마는 둥 뒤로한 채 현관을 빠져나왔다. 이게 얼마 만인가? 조장수련회라고 하니 하루 종일 즐거운 일이 있을 건 자명한 사실이지만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심호흡을 하며 사무실에 들어섰다.

 

제일 나이 많은 왕언니이지만 조금은 오랜 만이라 낯설 줄 알았는데 출입구에서부터 환호성으로 반겨주는 동생 조장들 덕에 완전 기분이 두둥 떠 어색한 기운은 멀리 떠나버렸다.

그래도 그전에 엘리베이터의 고백이 가져다준 마음은 자꾸 맴돌았다. 주차관리차 나를 마중하러 나오신 이영복 장로님을 만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오던 도중, 전부터 속에 담아왔던 생각을 장로님께 불쑥 뱉았다. “이영복 장로님이 만약 다비다에 안 계시다는 것을 상상하면 식은땀이 날 정도로 무서워져요.”라고. 그러니 오래오래 건강히 사시라고 했더니 장로님은 말없이 미소로 답했다. 그렇다. 장로님은 다비다의 보물이자, 다비다에 없어서는 안 되는 대들보시다.

새로 다비다 회장이 된 지 1년이 되어가는 이주은 목사님이 소통을 주제로 설교 겸 특강을 해주셨다. 친밀한 대화로 서로 화합하고 단결된 다비다의 결속을 부탁했다. 이어진 장로님의 한 말씀,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내가 한 고백을 폭로하는 게 아닌가. 허윤숙 조장도 지난 해피맘반 모임 때 다비다에 장로님이 없으면 안 된다면서 120세 만수무강을 빌었다는 것이었다. 모든 조장들이 만장일치로 외쳤다. “맞아요.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세요!”

이주은 목사님의 단결 설교가 끝나자마자 조장님들이 단결을 보여준 예쁜 장면이었다. 젊은 오빠 장로님도 만수무강이란 단어에 크게 상처가 되진 않으신지 미소로 화답하셔서 마음이 살짝 놓였다.

무슨 날씨가 금방 봄이라도 와버린 듯했다. 따뜻한 햇볕에 금방이라도 어디서든 꽃봉오리가 터질 것 같은 졸졸 시냇물이 흐르는 성북천을 따라 삼삼오오 팔짱을 끼고 조잘거리며 15분 남짓 걸어 한정식 식당으로 갔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인지 1시반이 되었는데도 우리가 예약한 자리 외에도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미리 차려놓은 깔끔하고 정갈한 나물 반찬에다 곤드레 나물밥, 불고기, 고등어조림 등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고향의 맛을 담은 음식이 차곡차곡 배를 채워가는 동안 나는 눈과 입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목줄기까지 팽팽히 채워진 느낌이 들어서야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차를 나눠타고 수유동 북한산 산책을 가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가는 중 사진도 찍으면서 한껏 더 높아진 목소리로 떠들었다.

선미 조장의 차와 내 차를 나눠 타고 30분쯤 달려 4.19 기념탑을 지나 북한산 줄기 아래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아카데미하우스호텔을 개조한 카페는 많은 손님들로 붐비었고 자리가 거의 없었다. 어린 조장들이 이리저리 뛰며 자리를 잡고 커피와 빵을 주문해서 가져왔다. 나는 왕언니의 ()’자를 제대로 써먹는 날 같았다.

우리가 자리잡은 바깥 데크의 테이블은 우리들만의 세계라 떠들기에 좋았다. 가끔 심술을 부리듯 불어대는 찬 바람도 마다하지 않고 인증샷에 인생샷을 찍으려 포즈를 취하고 언니를 큰 소리로 부르는 동생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마음껏 웃고 가식 없이 먹으며 우리는 나이차도 잊은 채 올망졸망 부대끼며 정말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잔치에 초대받은 귀빈처럼 대접받고 눈과 귀와 입은 물론 영혼까지 즐거운 하루였다. 우리 조장들은 새 힘을 얻은 듯한 이 기운으로 각 조원들을 더욱 살갑게 챙겨주리라. 다비다를 끝까지 섬기리라. 모든 게 주님의 은혜인 것을...

목사님 장로님, 만수무강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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