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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다비다문학상 / 하늘소풍 가신 아빠 엄마에게 / 박건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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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3-07-11 13:08 조회7,6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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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하늘소풍 가신 아빠 엄마에게

 

박건혜

녹색의 빛깔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5월은 가정의 달,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이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달입니다.

엄마가 하늘소풍가신지 13, 아빠가 하늘소풍가신지 9년째인데 아이를 키우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부모님이 그립고, 보고 싶고, 함께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내 나이 41살에 엄마가 곁에 없었고 내 나이 45살에 아빠의 부재와 함께 나는 고아가 되었습니다. 고아가 되었다는 말이 우습지만 무조건적인 내 편이 없다는 사실이 그때 나를 참 슬프게 했습니다.

일 년이면 5번을 찾아가는 납골당에 갈 때 아직까지 한 번도 흰 국화를 사 본적이 없는데 엄마가 살아계실 때 유난히도 화사한 꽃을 예뻐해서 납골당 안에 있는 매점으로 하루 전에 전화를 걸어서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등 색깔이 예쁜 꽃들을 섞어서 직접 만들어 달라고 미리 주문합니다.

2023년은 대학입시 공부로 바쁜 나혜 덕분에 어버이날이 아닌 56, 비오는 토요일에 부모님을 뵈러 갔습니다. 예전처럼 흰 국화가 섞이지 않은 빨간 카네이션과 안개꽃을 섞어서 만든 꽃다발을 안고 나혜와 함께 조금 높은 곳에 계시는 부모님을 만나러 납골당안의 셔틀버스를 기다립니다.

아빠가 유공자여서 이천국립묘지에 계시고 모든 것은 나라가 관리를 해 주니 자식인 나는 따로 할 일이 없습니다. 그저 부모님의 기일 전, 명절 2, 그리고 가장 아빠, 엄마가 보고 싶은 5월에 찾아갑니다. 세월이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부모님을 찾아갈 때마다 눈물이 나면서도 건강한 기운과 행복을 얻어갑니다. 납골함은 명절과 어버이날은 일주일 정도 관리사무소에서 미리 열어놓고 그 외에는 자식들이 찾아와서 납골함을 열면 그날 저녁 6시가 못 되어서 닫힙니다.

올해도 예쁘게 포장한 카네이션다발을 올려드리고 아빠와 엄마에게 인사를 합니다.“아빠, 엄마 잘 지내시죠. 추운 겨울인 설날에 오고 어버이날 며칠 전에 왔어요. 두 분 하늘에서 친구처럼 잘 지내고 계시죠. 아이를 키워보니 아빠, 엄마가 오늘따라 많이 보고 싶고 그리워요. 건강하지 못한 딸이라 죄송하지만 아이랑 함께 행복하게 하나님 안에서 생활하며 지낼게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씩씩한 나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엄마가 잘못한 걸 말하기 바쁘지만 한 번도 납골당에 가기 싫다고 말한 적이 없음에 감사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정신없이 아이 키우고 일하기 바쁘다고 부모님 뵈러 자주 못 갔지만 지금은 아이가 훌쩍 커서 아빠, 엄마에게 친구처럼 말벗해 드릴 수 있는데 손잡고 나들이도 함께 하고 싶은데 제 옆에 안 계신다는 사실이 저를 참 슬프게 합니다.

음력 1월 보름이 되면 엄마가 떡시루바닥에 무를 깔고 맛나게 해 주시던 오곡찰밥과 나물, 그리고 굴을 넣고 시원하게 겉절이를 담아서 함께 식사하던 게 생각났고 결혼 8년 만에 귀하게 얻은 딸내미인지라 자다가도 회라면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한다며 아빠가 약주 한 잔 드시고 사 오시던 회도 그립습니다.

아빠, 엄마 이제는 저도 아빠, 엄마의 나이인 중년이 되어보니 자식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면서 고달프고 힘들었을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 아빠여서 내 엄마여서 두 분이 주시는 귀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였고 또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으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된 모든 것이 고맙습니다.”

5월에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는 자식들을 보면 마냥 부럽기도 하지만 주위에 홀로 지내는 분들이 계셔서 작은 마음을 드리려고 예전에 아빠, 엄마가 베푸셨던 사랑만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빠, 엄마의 딸이어서 두 분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습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2023515

건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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