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카페에서/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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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12-12 15:06 조회46,72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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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카페에서
김 은 혜
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커피 마시는 시간을 즐긴다. 그런데 그 사람과 마시는 커피 한잔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이제 조금씩 그 커피의 향과 맛을 알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 최근 다비다 회원들에게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재능기부 하시는 임희수 목사님의 ‘공방카페’에서 바리스타 수업을 통해 더욱 그 맛을 알게 되어서 감사드린다.
8회 교육 과정인데 회를 거듭할수록 커피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어서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조금씩 알아가는 커피지식, 커피의 맛, 커피 사랑으로 점점 올 겨울이 따뜻해져 가고 있다.
커피의 역사와 상식 등을 너무도 자세히 재미있게 쏙쏙 알려주시는 강사님의 교수법에 매번 감탄 한다. 커피콩 볶기 하는 날엔, 각각 수망에 콩을 볶아 보라하시며 잘 볶은 사람에게는 콩 한 봉지씩 주시겠다고 하셨다. 희끗희끗, 거무스름, 얼룩덜룩 볶은 모습들도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다. 가장 젊은 요한이가 제일 잘 볶았다 하시며 콩을 선물 하셨는데, 결국 마지막 꼴찌에게까지도 골고루 콩을 주셨다.
볶아진 콩이 너무 신기해서 다비다 사무실에 가지고 가서 배운 대로 갈고, 내리고 하여 손님 접대하기도 하고, 회원들에게 시음을 강요하기도 하면서 짧은 솜씨를 자랑하기도 했다. 커피가 넉넉하지 않아 커피에 물을 더 추가해서 맹물 커피가 되어도 기꺼이 즐겁게 마셔주신 회장님과 간사님께는 죄송한 마음도 든다. 다음에 더 맛있는, 제대로 된 커피를 대접 할 것을 마음속으로 약속해보는 행복한 시간도 누리게 되었다.
여러 가지의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배웠다. 점 드립 방법은 점처럼 똑똑똑 내리는 방법인데, 마음 급한 나는 조준하기 어려웠다. 쭈루룩 뚝 뚝, 그러다가 울컥 부어지기도 하는 과정을 공부하면서,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또 나의 삶속의 섬김이 이렇듯 조준하기 어려웠음을 고백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었다.
또 “e”드립의 방법도 있었다. 여과지를 깔고 커피가루를 평평하게 수평으로 맞춘 후 “e”자 모양으로 물을 부어 잠시 기다려 뜸을 주는 과정인데, 마치 조개가 모래 속에서 숨 쉬는 것처럼 뽀골뽀골 구멍이 생길 때 까지 기다려야했다. 그리고 그 후에 다시 “e”형태로 물을 부어서 커피를 내리는 것이다. 뜸 들이 듯이 잠시 쉬어야하고 조심조심 살살 부어줘야 하는 내림의 시간들까지도 우리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외발수레의 삶인 우리의 지난 시간들이 그러했듯이 앞으로의 삶도 이렇게 커피 한잔 내리는 모양처럼 여유 있게 천천히 향기 나게 살아가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구나~ 하는 지혜도 배울 수 있는 수업이었다,
커피를 내리는 용기에 따라 다른 맛, 다른 모양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소꿉장난처럼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한잔 또 한잔 비교해서 마셔보라시며 강사님께서 선보여 주시는 그 커피들은 때론 달고, 쓰고, 또 신맛이 나기도 하면서, 각각의 맛들이 나름 향기로웠다. 그 각각의 맛들을 구별하여 표현했을 때 강사님의 흐뭇해하시는 표정을 보고 약간의 잘 난 척도 해 가면서~~ 부끄럽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주전자의 뚜껑을 열고 끓인 커피와 뚜껑을 닫고 끓인 커피는 이름도 맛도 달라 외우면서도 신기했었다. 가장 곱게 간 커피에 설탕을 넉넉히 넣고 5분정도 끓여주면 마치 다크 초콜릿처럼 달달하면서도 진한 커피가 되었다. 피곤할 때 한잔 마시면 피로가 풀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같이 수업하는 은복언니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맛이라며 손뼉을 치면서 감탄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아이 같았다.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커피 맛이었다.
양평에 가서 다비다 김장을 하는 날에는 보온병에 이 달달한 커피를 가지고 갔었다. 뚜껑을 열고 끓였으므로 보온병에다 째즈배 커피라고 이름을 써 붙였다. 우리 일행이 점심을 먹은 후 온돌방에서 발을 녹일 때, 커피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며 후식으로 즐겨 보기도 했다.
째즈배 커피에 우유를 데워 만든 벨벳우유를 두 번에 나누어 부으면서 하트모양을 만드는 카푸치노 커피도 배웠다. 그 하트가 어찌나 예쁘던지, 마시기가 아까웠다. 카푸치노를 다 마실 때까지 하트 모양이 거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커피 잔에 남아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처럼 예수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영원히 변하지 않
기를 기도하면서 카푸치노 커피 맛에 빠져보았던 유익하고, 즐겁고, 참 행복한 시간도 있었다.
이제 남은 4주 교육도 기대가 된다. 지난 4주 동안 강사님 사모님께서는 매번 다른 종류의 다과를 준비해 주셨는데 어느 것 하나 커피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우렁이각시처럼 조용조용 살살 차려놓으시고 잠시 사라지기도 하시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바쁘신 가운데도 재능기부를 해주신 임희수 목사님과 매번 맛난 다과를 준비해 주신 우렁이각시 사모님께 감사드리며, 이런 교육을 통하여 우리 회원들에게 스스로 일어 설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시는 다비다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이런 수업과정이 다비다 회원들에게 미래를 꿈꾸는 기회가 되고 동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을 볕 어느 날 잘 여문 빨간 맨드라미 씨앗을 받으면서, 이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마당을 주세요! 라고 기도했었다. 한적한 다비다 마을 근처에 마당 넓은 카페에서 반백의 실버바리스타를 곧 만나게 될 날을 꿈꾸며 이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