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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1>/김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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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의목적 작성일13-03-12 19:58 조회45,1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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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1>

엄마가 딸에게

김 영 경

수현아! 오늘 하루도 잘 지냈니? 학교에서는 잘 지내는지? 친구들과 스트레스는 없었는지? 선생님께 좋은 감정은 느꼈는지? 체육시간이 들어 있는 날엔 운동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지? 오늘도 너무 많은 일들로 피곤하진 않은지? 집에 오면 밥은 잘 먹는지? 네가 책상의자에 앉으면 즐겁게 음악을 들으며 컴퓨터를 하는지? 저녁에 샤워를 하면 개운함을 느끼는지? 때때로 피곤과 스트레스로 동생 지현 이에게 욕을 하며 소리를 쳐서 집안을 어둡게 하고 지현이 마음에 상처를 주는데 그런 때도 엄마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너를 바라본단다.

수현아! 엄마가 많이 미안하다. 너무너무 잘못이 많아 어떻게 너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수현아! 네가 이렇게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에 시달리게 한 이유의 근원이 엄마였단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네가 서울 국제고에 들어가 자신감 있게 자긍심을 가지고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러 간 것이 생각나며 온가족이 기쁨으로 웃은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거기 그 자리, 그 기쁨이 우리의 것인 줄 알았는데……. 기숙사 생활, 엄격한 시간표, 약한 체력, 결국 네가 얼마나 외롭고 피곤하고 힘들었는지 1년이 다 되어 갈 때까지 견디다가 쓰러진 너를 바라보며 엄마는 엄마의 무지에 가슴을 쳤단다. 엄마도 정신력으로 세상을 살다 몸이 못 따라가 쓰러진 경험이 있는데도 네가 힘들 때 지켜보면서 이겨내리라고 무모한 믿음만 가졌으니…….

일찍 전학을 했으면 1년 더 고등학교를 다시 다니진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있단다. 한번 잃은 건강은 회복의 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단다. 지금은 손가락 하나 까딱 하는 것도 많은 힘이 필요하지만 예수님께 기도하며 하루하루 걸어가다 보면 반드시 예전보다 더 건강한 마음과 몸이 되리라 엄마는 확신한단다. 지금은 심연 깊숙이 내려가 겪는 이 아픔과 고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현이를 더 크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수현아! 네가 우울감의 깊은 수렁에서 헤맬 때 엄마는 너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보았다. 십 이년 전 엄마와 아빠는 철이 없었단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 어른이 아닌 것이었단다.

네가 7살이 되던 해 엄마는 생활스트레스로 나에게 너무 높은 목표를 가지고 달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지. 엄마는 그때 너무도 힘든 상황이고 엄마도 어찌할 수 없는 순간들이라 네가 받았을 정신적 육체적 충격은 생각도 못했단다. 아빠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그때 바람을 피우고 그 후유증으로 많은 빚을 지고 우리 곁을 떠나갔는데 그 과정에서 어린 너에게 못 보일 일들을 많이 보게 했구나. 엄마가 입원을 했을 때 친할머니가 오셔서 너와 지현이를 돌봐 주었는데 너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갑자기 엄마가 병원에 있고 할머니의 손길이 너를 놀라게 했단 것도 나는 오랜 세월이 흘러 지금에야 깨달았다. 지현이는 3살이라 모두 무의식 속에 두었지만 너는 7살이라 너무도 생생히 기억 속에 두고 엄마와 아빠에 대해 실망감과 부끄러움을 간직하게 된 것 같구나.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착하고 생각이 깊었던 너, 식사 시간엔 무슨 음식이든 "맛있다"라고 꼭 표현하여 내 마음을 기쁘게 했던 너,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칭찬 속에 자란 너, 그런 네가 지금은 친한 친구들도 없이 선생님의 공부하란 재촉을 받으며 힘이 드는 학교생활과 일상을 지내는 것을 보면 엄마는 가슴이 아파 하나님께 기도할 뿐이란다. 엄마는 처음 이 상황을 받아들일 때 너무도 마음이 아파 어디든 도망가고 싶었단다. 엄마의 자리를 내놓고 싶기도 했었어……. 그러나 지금은 수현이 너와 같이 손잡고 다시 일어 설 수 있을 만큼 힘이 생겼단다.

예수님 다음으로 언제고 너의 친구며 네가 독립 할 때까지 너의 보호자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수현아! 꿈도 꿀 수 없는 이 우울의 늪이지만 그래도 꿈을 꾸자! 네가 가고 싶은 그곳, 도달하고 싶은 그 자리에 서 있는 너를 마음에 그려보자꾸나. 지금은 아주 천천히 쉬엄쉬엄 어렵게 걷는 하루하루지만 회복과 축복의 자리를 바라보자꾸나.

수현아! 네가 학교 잘 다니고 집에서 잘 지내니 고맙다. 정말 고마워 사랑한다. 수현아 ....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지현이 에게

지현아! 네 마음은 오늘도 안녕하니? 엄마가 지현이를 생각하니 가슴 속 깊이 시원한 웃음이 나오는 구나. 네가 언니와 싸워서 가슴이 아프고 심장이 아프다고 배즙을 사달라고 했지. 지현아! 네가 네 마음의 감정을 몰라 "내가 왜 이렇게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자에 앉아 온몸을 흔들던 모습이 떠오르는 구나.

1년 전만 해도 엄만 지현이 너의 행동만 봐도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어 긴장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기도 하는 날들이 많았다. 패셔니스타라고 여름엔 겨울옷을, 겨울엔 여름옷을 입는 네가 이해가 안 갔고 어린 나이에 얼굴에 이름 모를 화장품을 바르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고 특히 약속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하지 않는 것엔 나도 모르게 분노마저 마음에 가졌단다. 그런 너였는데 지금은 그 흔한 비비크림도 안 바르고 피부에 좋은 것만 찾아 바르고 옷도 계절에 맞춰 입고 공부한다고 독서실에 가서 밤늦게 오고 잠자리에 들 땐 통성으로 가족을 위하여 기도 할 땐 나는 마음이 평안하고 하나님께 지현이로 인해 감사기도를 드린단다. 집안 형편상 네가 빨리 철이 든 것이 아닌가 걱정 아닌 염려도 해본다. 앞으로도 사춘기 병은 계속되고 언니와 티격태격 싸우는 날도 많고 엄마와 의견 충돌이 있기도 하겠지.

지현아! 외향적인 밝은 성격 속에 집에서 받는 상처가 없는지 항상 염려가 된단다. 갈등 속에서 삶의 면역력이 커지겠지만 그래도 집에서 받는 상처가 적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이다.

꿈 많은 나의 딸 지현아!

우린 항상 살아가는데 감정의 기복을 느낀단다. 마음을 항상 예수님께 기도하면서 잘 다스려 주어야해. 사춘기 때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나날동안 마음수련은 항상 필요한 것 같아 엄마도 지현이의 마음을 읽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게.

사랑한다 지현아.

너를 항상 믿고 응원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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