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랑 글 공모 당선작>사랑하는 나의아들 승재, 딸 화진에게/한영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그의목적 작성일13-02-15 15:12 조회44,867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가족사랑 글 공모 당선작>
사랑하는 나의 아들 승재, 딸 화진 에게
한 영 실
참 오랜만에 써 보는 편지구나.
매일매일 보고 같이 밥 먹고 할 얘기 못할 얘기 다 하며 싸우기도 하지만 이렇게 공식적인 편지는 처음인 것 같구나.
승재는 열 살 때, 화진이는 태어나 한 달 남짓 되었을 때 제주도로 이사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아빠 뜻에 따라 갔지만 이사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서울, 제주를 오가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제주로 내려간 후 한 달이 못 돼서 아빠는 암 진단을 받고 서울로 올라왔다.
아빠는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수술하고 엄마는 몸조리도 제대로 못 해서 무척 힘들었다.
개복수술 한 환자들이 염증 생길까봐 에어컨을 세게 튼 터라 엄마는 뼈가 시려서 일상생활이 힘들었지만 아빠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아픈 거 다 날아갔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
그 때부터 우리 집은 늘 우울했다. 아빠는 항암주사 맞고 오면 한여름인데도 춥다고 솜이불을 뒤집어썼다. 승재는 초등학교 4학년, 화진이는 젖먹이, 아빠는 서른여덟 엄마는 서른 넷 이었던 때였다.
그 때는 신앙도 없었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항상 모든 일이 아빠 중심이었고 우선이었다. 예민하고 완벽한 성격 탓에 우리는 너무나 힘들었다. 길고 긴 투병생활이 몇 년 지나갈 무렵 우리는 교회도 다니고 새로운 일을 찾다가 유기농 쌈채 농장을 하게 되었다. 화진이 네 살, 승재 초등학교 6학년 말부터 우리는 비닐하우스에 살았다.
생각나지? 승재는 학교가기 전에 농장 일을 하고 학교 다녀와서도 거름 나르고 비닐을 걷고 농장의 남자가 할 일을 승재가 했던 거. 화진이는 평생 할 효도를 그때 다 했다. 복수가 차서 힘들어 하는 아빠를 위해서 심부름도 하고 곁에서 병 수발을 들었다.
집안 정리도 하고 전화 받아서 바꿔도 주고 밭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방송도 해주고 어디에 상추 몇 박스 배달 있으니까 상추 더 따라고 이야기도 해주었다.
농장에는 항상 성경을 틀어 놓아서 매일 말씀을 들었다.
해가 뜨면 일을 시작해서 성경 읽을 시간이 없어서 하루 종일 듣기만 했다.
그 시기에 우리 가족은 가정예배를 시작해서 아침저녁으로 화진이가 예배를 인도했다.
지금도 화진이의 식사기도는 잊히지 않는다. 아마도 평생 못 잊을 것이다.
<?xml:namespace prefix = v /><?xml:namespace prefix = o /><?xml:namespace prefix = w />식탁에 둘러 앉아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 음식을 먹고 우리 몸에 좋은 피와 세포가 되게 해 주세요. 아빠도 건강하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그 때 드렸던 화진이의 식사기도가 지금까지의 나의 식사기도가 되었다.
그 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과 제일 가까웠던 시기였다.
상추 한 장 한 장 따며 기도했었으니까.
햇빛에도 감사, 비가와도 감사. 매일 매일 감사하는 생활이었다.
아빠는 너무나 간절하게 살고 싶어 했고 어쩌다 나와 승재, 화진이가 웃기라도 하면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느냐고 나무랐지만 난 항상 기뻤다.
생각나려나 모르겠구나.
암 수치도 올라가고 복수가 너무 많이 차서 있을 때 아빠가 왜 나만 죽어야 되냐고 다 같이 죽자며 울부짖은 거. 그 때 승재는 학교도 못 가게 하는 아빠 곁에서 눈물 흘리며 아빠 손잡고 위로했던 거. 너무나 착한 아들 승재.
농장 일에 지쳐서 공부와 멀어지게 했던 게 제일 미안하다.
화진이는 어릴 때부터 영리했다.
모든 것에 뛰어났지만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렸다.
아, 하나님이 나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시간을 주시네? 작은 일에도 모두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지냈다.
그 때의 믿음이 자라서 신앙의 뿌리가 된 것 같다.
승재는 군 복무기간에 군종으로 사역했고 대학에서는 CCC 순장으로 믿음의 생활을 하고 있다.
화진이는 지금 섬기는 높은 뜻 푸른교회 청소년부에서 예배 팀으로 섬기고 있다.
기쁜 마음으로 하는 승재, 화진이 일에 엄마가 얼마나 기쁜지 아니?
멀리서 학교 통학하면서 세 가지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우리 아들 사랑한다.
제주도에서 이사 와서 학교생활 잘하는 우리 딸 사랑한다.
둘 다 하나님께 맡겼다.
나는 살아있을 때 기도로 도와주겠지만 하나님은 영원히 지켜주실 거니까.
오늘도 기도한다. 의롭고 선한 길로 인도해 달라고.
만남의 축복 영육 간에 강건하게 해 달라고.
나보다 하나님 사랑 더 많이 받게 해 달라고…….
이 세상에서 승재와 화진이를 제~일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