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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아버지 / 최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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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혜란 작성일12-06-11 15:03 조회46,1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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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최 영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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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목적이 이끄는 삶 “우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를 읽고 나서 하나님이 나를 독특하게 만드셨고 하나님께서는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실 때 부모, 시대, 지역을 직접 정해 주셨음을 새롭게 확인 하였다.

나는 늘 내 마음 한 구석에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라는 단어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이 있었다.

나는 내 아버지를 딱 한번 만나봤다. 40살이 되던 해, 나의 남편이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내 곁을 떠난 직후. 아마도 아버지는 멀리서 나를 계속 지켜보고 계셨던 것 같다.

내가 대학 다니던 그 때 나를 보고 싶어 멀리서 찾고 계신 것을 알게 된 적이 있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온 것을 알고는 대학 교무처에 내 존재를 확인하고 만날 장소를 적어 메모를 남기고 날 기다렸지만 너무 늦게 그 소식을 들은 나는 친구와 함께 그 장소에 가보았지만 이미 그 분이 자리를 떠난 후였다.

그리고서 20년이 지난 어느 날 우리 집을 찾아오신 것이다.

나는 남편이 떠났을 때 곁에 계신 어머니에게는 너무 죄송하지만 어머니는 늘 곁에 계시니까, 계시지 않는 아버지가 몹시 그리웠다. 이렇게 힘들 때 든든하고 넓은 아버지의 품이 몹시 그리웠던 것이다.

이미 나와는 관계없는 삶을 살고 계신 그분을 구태여 찾아서 만날 마음은 전혀 없었으나 문득 문득 아쉬워하던 중인데 어느 날 나의 집을 찾아오신 것이다.

나는 홀로 우리 형제를 키우신 어머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자라면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 생각조차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머니 한 분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우리 집에 찾아오신다는 전화를 받고 어머니께 말씀을 드리지 않으면 어머니를 배반하는 것 같은 생각에 어머님께 전화로 말씀을 드렸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처음 보는 사람, 이분이 누군가? 반가워해야 하나? 낯설고 쑥스럽고, 그러나 가벼운 허깅을 했다. 아무런 감흥이 없는 무척 딱딱한 품이었다. 아마 아버지는 나와는 다른 감회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무슨 말을 하나? 차와 다과를 간단히 준비 했으나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조금 있으니 전화벨이 울렸고, 처음 만난 그 아버지와 우리 어머니 사이에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서로 조용히 시작되었으나 점점 언성이 높아지더니 급기야는 거친 말투로 바뀌어 결국 얼굴을 붉히고 전화를 내려놓고 말았다.

어이없게도 처음 만난 아버지와 딸의 상봉이 이렇게 망가져 버린 것이다.

흥분한 채 아무 말도 못하고 나의 강요에 쫓겨나다시피 우리 집을 떠나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지금도 내 가슴에 큰 못이 되어 꽂혀버렸다.

두고 두고 아버지라는 단어가 그리움이라는 단어에서 아픔이라는 단어로 바뀌어 멍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월이 흘러 15년이 지났다. 얼마 전 우연히 들었다. 3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이 땅에 내 아버지로 불리워 진 단 한 분이 나도 모르는 새 그냥 영원히 떠나 버린 것이다.

나는 우리 교회에서 아버지학교 수료식을 할 때 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내 아버지의 아픔이 어떠했을까 생각하면 내 아픔 보다 그분의 아픔이 더욱 나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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