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비다 이야기 / 허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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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3-09-12 13:07 조회6,17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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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비다 이야기
허윤숙
나의 스승이자 멘토이신 김혜란 목사님은 일찍이 부군을 급성 폐암으로 먼저 떠나보내신 후, 다비다자매회를 28년간 이끌어 오셨다. 일흔이 넘으신 목사님께서는 작년에 은퇴를 하고, 현재는 실버사역을 하고 계신다. 지금은 작년에 새로 취임하신 이주은 목사님이 예수님의 사랑으로 다비다자매회를 이끌어 가신다. 두 분 모두 내가 올해부터 다니고 있는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졸업생이시다.
내년이면 서른 살이 되는 다비다자매회는 원치 않는 사정으로 여성이 가장이 되어 살아가는 가정에 울타리가 되어주는 기독교 공동체다. 사별, 이혼, 별거, 남편의 가출 등 여러 사정으로 홀로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하나님 말씀 안에 모여 서로의 아픔을 돌보며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공동체다.
“내 고초와 재난 곧 쑥과 담즙을 기억하소서. 내 마음이 그것을 기억하고 내가 낙심이 되오나 이것을 내가 내 마음에 담아두었더니 그것이 오히려 나의 소망이 되었사옴은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애:319~22) 며칠 전 김 목사님께서 묵상해보면 좋겠다며 보내주신 예레미야 애가의 말씀이다.
이 말씀은 김 목사님의 저서 「사랑수레」에도 담겨 있는데, “치유 받지 못한 상처는 독과 고름처럼 추하고 냄새나며 해로운 것이지만 치유 받은 상처는 찬란한 진주를 만들어 낸다.”는 구절도 함께 쓰여 있다. 김 목사님은 “상처를 받아본 자만이 상처를 이해할 수 있고, 치유를 받아본 자만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하신다. 늘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나님으로 인하여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다비다 자매들이 되기를 하박국 선지자처럼 한결같이 응원하신다.
다비다자매회가 추구하는 정신은 그리스도 안에서 3S다. 곧 ‘Small, Simple, Slow’다. 3S는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지침이기도 하다. 지난 8월 26일 정기모임 예배 때, 이영복 장로님은 설교를 하시면서 3S에 ‘Soft’를 더하여 4S를 만들자고 제안하셨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이 장로님은 다비다자매회에서 사무국장으로서 행정, 출판 그리고 말씀 사역으로 섬기고 계신다. 매주 화요일 큐티를 인도하시는데 깊은 묵상과 통찰력으로 다비다의 영성을 책임지고 계신다.
다비다자매회 새 회장이신 이주은 목사님은 백석신대원 졸업 후, 6년간 일본의 선교사로 사역을 하시다가 3년 전에 사랑하시는 아드님을 천국으로 먼저 떠나보내시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다비다자매회의 회장이 되셨다. 어느 누구도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과 아픔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치유 받으시며 지체들과 사랑을 나누시는 목사님의 모습에서 예수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이 풍겨난다.
다비다는 한 달에 한번 서울, 평택, 서산, 별내, 하남 등 전국 각지에서 동작구에 있는 이수성결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데, 이 목사님께서는 예배 때마다 나오미, 한나, 수가성 여인, 향유 옥합을 깨뜨린 여인 등 성경 속 여인들에 관한 설교를 전해주신다. 이 여인들의 삶을 통하여 하나님의 끊임없는 헤세드의 은혜를 기억하며 살아가는 다비다들이 되기를 따뜻하게 격려해주신다.
나는 작년부터 다비다자매회에서 12가정을 섬기게 되었다. 함께하는 가정의 대부분은 학령기의 자녀들을 두었다. 아이들 마음속의 슬픔과 생계를 홀로 책임지느라 자신을 돌볼 틈이 없는 중에도 선하신 하나님을 믿는 자매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림을 그려가는 중이다. 함께 모여 기도 제목을 나눌 때면, 서로 마음이 아려온다. 우리 중에는 진행성 시각손상으로 현실의 두려움을 믿음으로 이겨내고 있는 자매가 있고, 때때로 심한 공황장애로 두 딸을 키우기 어려워하는 자매도 있다. 그리고 고된 일을 하다가 다리가 불편해진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매가 있고, 원 가족과 연락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명절이 더 허전하게 느껴지는 자매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약한 몸과 마음을 서로 기대며 함께 하나님을 찾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이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의 시선이 항상 머물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별빛을 닮은 눈물을 닦고 더 밝은 미소로 아이들을 품으며 지체를 위로하는 모습에서 예수님의 향기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틱 증상이 호전되어 감사하고, 아직 약해진 시력이지만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 감사하며, 우울증 약을 줄일 수 있어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딸들을 하나님께서 얼마나 사랑하실지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우리 다비다 가족 중에는 작년에 암 수술 후 고통 중에 있던 자매가 있었다. 누군가는 유동식을 만들어 퀵 배달로 보내고, 또 누군가는 아파서 너무 말라버린 몸에 맞는 옷가지를 챙겨 보내기도 하였다. 제일 큰 언니 중 한 분이 매일 밤 9시마다 함께 기도하자는 문자를 보내 각자 자리에서 합심 기도를 하는 분들도 계셨다. 이런 다비다의 모습을 볼 때면, 성경 속 다비다가 눈앞에 살아있는 듯하다.
“욥바에 다비다라 하는 여제자가 있으니 그 이름을 번역하면 도르가라 선행과 구제하는 일이 심히 많더니”(행9:36)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약하고 초라할 수 있으나, 다비다에 모여 함께 기도할 때 감사와 선행이 넘치는 것은 아마도 하나님의 본심이 사랑이심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게 하시며 근심하게 하심은 본심이 아니시로다.”(애3:33) 우리가 인생 속에서 때때로 만나는 상실과 외로움,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은 마음을 무력하게 하고 절망하게 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순간, 나를 만드시고 나를 위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한다면 곧 만날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릴 힘이 생긴다. 어렵고 힘든 중에도 감사라는 보물을 찾아 낼 수 있는 힘이다. 하나님의 언약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소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부디 우리 다비다 가족들이 날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예수그리스도의 생명의 빛으로 활기 있게 살아가고 또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생명의 빛을 전달하며 살아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