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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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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꽃향기 작성일10-08-19 14:05 조회48,6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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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흐르는 자르 강변에 몇 백 년을 지키고 서 있는 이름 모를 각 가지 나무들이 그 위용을 자랑하며 그 푸르던 잎을 고스란히 가을이라는 시간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그 시간의 쌓임에 가는 걸음을 멈추고 경외감으로 다시 그 나무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언제부터 일까요? 삶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번뇌하기 시작한 시간이... 어린 시절에 내 삶은 집과 놀이터였고 커서는 바이올린과 어머니였습니다. 나에게 어머니라는 숙제는 매번 다르게 다가왔고 아직도 다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분내고 애처롭고 감사하고 모든 감정을 다 갖다 붙여도 설명 해 낼 수 없는 그 모든 시간 속에 나의 어머니.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내가 어머니를 더 많이 생각할수록 내 인생이 이미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겠죠?

봉숭아물을 들여주시던 그 여름날, 정성껏 두 번 세 번 물을 들여 어머니의 손과 제 손에 함께 그렇게 붉은 고운 빛이 들었었죠. 옥상에 저녁놀이 질 즈음 옥상에 앉아서 수박을 자르며 들려주시던 클레멘타인 이야기.한 구절 한 구절 새겨 들으며 딸을 잃은 그 아비가 너무 가여워 눈물을 흘렸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아스라한 먼 기억의 길을 돌고 돌아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내 가슴을 저며옵니다. 좋은 책을 읽으시면 여지없이 그 책 이야기를 들려주시려고 전화를 하시던 어머니. 어느 캄캄하던 예배당에서 눈물로 기도하시던 당신의 간절한 기도도 제 마음 속에 남아있습니다.

이제 제 나이 30에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저의 가치관 저의 이상 저의 꿈이 바로 어머니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살이의 고단함 속에서도 늘 다시 꿈꾸기를 주저하지 않으시던 그 모습이 저의 삶 속에서 다시 희망을 선택할 수 있는 양분이 되었고 기도하시며 나아가시는 그 믿음이 저의 보물이 되었으며 어느 순간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던 그 집념과 인내가 지금 제 삶을 이끌어 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시면서도 늘 소녀처럼 웃으시던 그 소박한 감성. 산책을 하시면서 모으시던 이름 모를 꽃의 씨앗처럼 작은 것에도 그 소중함을 간직하고자 애 쓰시던 그 모습이 저의 감성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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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서로 짝사랑만 합니다. 더 주지 못해 서로 아쉽고 더 나누지 못해 늘 마음이 아팠지요.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저는 늘 어머니의 그늘 밑에서 아름다운 세상, 진실한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요. 세상의 아픈 것들을 당신이 다 막아주신 것을 이제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나와 언니를 향해 “너희는 나의 보물이다.” 고백하시던 그 넉넉한 사랑처럼 저도 그런 어머니가 되기 위해 기도할게요. 더 큰 나무가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넓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반짝이는 것을 다 떼어다가 어머니의 목에 걸어드리고 싶은 마음. 하지만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어 주셔서 이제 간신히 그루터기만 남은 당신의 사랑에 비하면 너무나 부족해서 어머니께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우리는 그 어느 누가 뭐라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영혼의 판박입니다. 당신의 얼굴을, 성격을 닮은 저는 또 다른 당신의 인생입니다. 아름답게 쌓아서 당신께 돌려 드릴게요

사랑합니다. 당신의 지친 어깨도 당신의 주름진 얼굴도 당신의 마른 손도 당신의 눈물도.

둘째딸 예솔 드림

 

✼ 광주다비다 김명인 자매의 딸이 지난 가을에 결혼하면서 엄마에게 드린 편지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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