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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발수레 / 조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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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ooner 작성일08-10-04 08:37 조회44,2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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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발수레
                                                                                                                              조정분

며칠 전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와 선생님의 친목을 다지기 위한 등반대회가 있었다. 그날 따라 비가 너무 많이 온 관계로 1부 행사인 등반은 취소가 되었고 음식점에서의 2부 간담회만 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며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어머니 아이에게 신경을 좀 써주세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해할 수 없었다. ‘나처럼 아이에게 관심 많은 엄마가 어디 있다고?’ 이야기를 들으며 잠깐 잠깐 속으로 반문을 했다.
“아이가 혼자서 너무 부담이 될 것 같아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꼈다.
“그런데....어떤 모습을 보시고 하시는 말씀인가요?”
“숙제 검사를 하는데, 숙제를 하기는 했는데 집에서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기에 종이를 한 장 주고 그대로 그리라고 했더니 가방을 다시 뒤져서 찾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광호를 참 듬직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니 실망이야 라고 하면서 나무랐어요.”
‘그런데 이 말이 무슨 뜻이지? 가방을 챙겨주라는 말인가? 그리고 가방을 뒤져서 가져오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다시 뒤져보니 찾아서 찾았다고 했는데 그게 어떻게 거짓말이라는 거지?’
“4학년 정도 되었으면 자신의 물건은 자신이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요즘 부모님들 너무 아이들에게 다 해주려는 버릇이 있어요. 혹시 잘 못 챙겨서 야단을 맞는다고 해도 그러면서 스스로 하는 습관이 생기리라 생각합니다. 광호가 아빠가 없다는 거 아시죠?”
“네! 친구들이 광호는 아빠가 없다고 이야기 해 주더군요.”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광호를 끔찍이 생각하십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시죠. 간혹 숙제나 준비물을 놓고 가면 저는 놔두시라고 해도 얼른 학교로 가지고 가시곤 합니다.”
나는 아이가 아무 관심도 못 받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힘주어 설명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서 아이의 알림장을 보면 밤에는 구할 수 없는 준비물이 적혀 있을 때 난처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짬나는 데로 구입하기 위해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알림장의 내용을 전화로 읽어달라고 아이에게 일러두었다.  하지만 아이가 전화하는 것을 잊어버릴 때도 있기 때문에 알람을 마쳐놓은 것이다. 아이가 전화하지 않으면 내가 전화를 해서 꼭 챙기기 위해서였다.
난 그 알람을 선생님께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내용도 말하면서 난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엄마가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마음이 아팠다.
그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 날은 다비다에서 십부장 모임이 있던 날이다.
책을 가지고 갈 요량으로 집에 갔더니 학습지 선생님이 와 계셨다.

“광호가 요즘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어요. 아이가 많이 힘 들 거예요.  격려와 칭찬을 많이 해 주세요. 참, 시골 다녀오셨다면서요? 그래서 숙제를 몇 개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내게는 다 했다고 했다. 화가 났다.
“수고하셨어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는 아이를 불러 앉히고 잔소리와 함께 매를 들었다. 요즘 좀처럼 매를 드는 일이 없었다. 예전에는 성경말씀을 들어가며 아이를 채벌하는 것의 정당성을 주장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 내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정했고 믿음 안에서 성장하면 내 손길이 아닌 하나님의 손길로 키우시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을 수가 없었다.
집에 있기가 싫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높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높은 곳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답답한 가슴에 찬 공기를 가득 담았다.
‘공부 잘하라는 것도 아닌데...’ 바람이 몹시 찼다.
‘왜 다했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그러다 내 잘못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아직 어려, 내가 챙겨주었어야 했어! 내 잘못이야.’
엄마의 전화를 받은 언니들이 전화를 했다.
“지금 어디 있니?”
“.....”
“아이 기르다 보면 별일 다 있어.”
“내가 공부 잘하라는 것도 아닌데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했단 말이야. 왜 다 했다고 거짓말을 하냐고?”
“너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말이야. 너는 광호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어도 광호는 아빠 없는 그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을 거야. 아빠 빈자리에 남아있는 엄마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책임감이 아이를 많이 힘들게 할 거고.”
어차피 그 무게는 아이와 나의 몫이다. 언제나 나의 몫의 무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생각이 짧은 엄마였던 것이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날 밤 반성문을 써서 내게 건네며 잘못 했다는 말을 하는 아이에게 힘없이 “어서 자.”
그 한마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외발 수레를 끌고 가기란 너무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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