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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다문학상 최우수상> 어느 날의 일기 / 김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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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2-06-13 12:36 조회11,5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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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비다문학상 공모전 최우수상

 

어느 날의 일기

김영경

 

 

2022527, 금요일, 맑음

 

새벽 5, 현관문을 열고 방충망을 치면 서서히 햇빛이 집안을 비추기 시작한다. 나는 항상 이 시간을 설렘으로 기다린다. 날씨가 더워져 문을 열면 상쾌한 공기가 들어온다. 동녘 하늘에 아침노을이 나타나고 태양이 떠오르는 것은 날마다 새롭다.

 

오늘은 오전 9시에 매봉역 근처 양재천 나들이가 보건센터에서 계획되어 있다. 큰딸 수현이와 참석한다. 이른 아침,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아침 묵상을 했다. 일찌감치 수현이를 깨우고 입맛이 없어서 열무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

 

지하철을 타고 9시에 매봉역에 가니 낯익은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가는 길이라 유심히 길을 살피며 양재천 모임 장소에 갔다. 영동3교 아래서 요가 수업이 진행되었다. 나는 무릎이 성치 않아 어정쩡하게 흉내만 냈다. 수현이도 비만인 체구로 어설픈 모습이었다. 다음 프로그램에서는 바르게 걷기를 알려 주었다. 나는 모델 걸음을 선호하는데 강사님은 앞발을 팔자 모양으로 벌리고 뒷발을 일직선으로 걷는 법을 설명했다. 그래야 골반이 편하다고 했다. 작은딸 지현이가 걷는 모습이었다. 요즘은 그렇게 걷는 모양이다.

 

한 시간 반쯤 지나 프로그램이 끝나고 그늘에 자리를 잡고 선생님이 준비해 준 김밥과 쫄면을 맛있게 먹었다. 오랜만에 야외에서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누니 기분이 유쾌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현관 매트를 샀다. 단장된 모습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오니 정오다. 그런데 머리가 현기증이 생기더니 점점 심해졌다. 위장이 약해 체한 것이다. 수현이는 점심 약을 먹고 고속터미널에 아이쇼핑을 한다며 나갔다. 기프티콘으로 빵을 심부름 시킨 지현이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수현이가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지도 벌써 십 년이 다 되어간다. 꽃다운 이십 대를 그렇게 보내는 딸을 바라보면 가슴이 아린다. 어서 회복이 돼서 자신의 삶을 살기를 기도한다. 약 부작용으로 비만이다. 마음은 예쁜 옷을 입고 싶어 작은 사이즈의 옷을 사와 쌓아두어서 잔소리를 하게 된다. 지현이는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 지 오래다. 집 밖을 안 나간 지 몇 개월째다. 염려가 돼 산책이라도 하라고 하면 잔소리라고 싫어한다. 점심때부터 아픈 현기증이 심해졌다. 조심히 계란을 알뜰 장에 가서 사왔다. 은행 일도 보았다. 시간이 지나니 어지러운 증상이 나아졌다.

 

오후 5시쯤 수현이가 빵을 사오고 양말을 사왔다. 그제야 지현이가 일어나 빵을 먹었다. 6시 반 경 양재천으로 저녁 산책을 수현이와 함께 나갔다. 서향 빛이 비추는 양재천은 아름다웠다. 바람도 제법 불어와 시원했다. 수현이가 묻는다. “엄마, 나하고 산책 하는 게 좋아, 혼자 다니는 것이 좋아?” 나는 수현이와 같이 다니면 보람이 있고 엄마 혼자 산책하면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어서 모두 좋다고 말해주었다.

 

운동이 끝나고 수현이는 먼저 집으로 가고 나는 벤치에 앉아 풍광을 바라보았다. 녹음이 우거진 숲에서 천리향이 좋은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평온한 시간이었다. 꿈을 꾸어야 할 아름다운 시절을 질병으로 놓치는 수현이와 앞길을 모색하며 고민이 많은 지현이를 위해 기도했다. 세상적으로는 막막한 벽이지만 그 너머를 예비하시고 인도하실 하나님을 신뢰한다.

 

한 시간쯤 지나 집에 들어가니 지현이가 헛헛하다며 외부음식을 주문하고 싶어 했다. 나는 애써 번 돈 그렇게 쓰냐고 잔소리를 했다. 지현이는 스트레스가 심해 매운 음식이 먹고 싶다며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했다. 배달을 기다리는 동안 현관 앞에 놓인 제라늄과 사랑초를 감상했다. 아귀찜을 먹으면서 지현이가 내일부터 열심히 살아갈 거라며 이야기를 했다. 딸아이들과 식탁에서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고 행복한 생각이 들었다.

 

밤하늘과 어둠에 둘러싸인 양재천이 아름다운 밤이다. 베란다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춤을 추다 저녁기도를 드렸다. 매봉역 근처 나들이도 새로운 활력을 주었고 아팠던 현기증이 말끔히 나아서 기뻤다. 아귀찜을 먹을 때는 다비다 조장 모임이 생각났다. 김혜란 목사님과 이주은 목사님이 생각났다. 이영복 국장님의 다비다 사랑이 고마웠다. 밤을 새워도 셀 수 없는 감사거리다. 다비다 공동체! 그리고 이 밤. 양재천의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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