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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담긴 반찬을 받고 / 조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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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1-01-07 17:14 조회18,5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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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담긴 반찬을 받고

 

                                                                                            조병옥

 

코로나로 인해 힘들게 보낸 2020년입니다. 올해 초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 때 곧 사라질 거란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어 걱정입니다. 올 한해는 모두에게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지나갔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저는 쌍둥이를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건지 저는 오후부터 일할 때가 많아 오전에는 코로나로 학교를 가지 못하게 된 초등학생 쌍둥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고, 온라인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과 점심을 먹고 난 후 긴급돌봄센터에 데려다 주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아이들과 평일 아침 점심을 모두 챙겨 먹는다는 게 저에겐 왜 이렇게 힘든지 싱글맘이 된 후로 바쁘게 일만하고 살아 사실 반찬을 해 먹어본 적이 없어 음식솜씨가 아주 형편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와 센터에서 점심저녁을 다 먹고 오기 때문에 저 혼자를 위해 음식을 한다는 건 요리를 못할뿐더러 낭비되는 재료가 더 많아 항상 즉석식품으로 때우기 일쑤였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아이들이 집에서 밥을 먹기 시작하였지만 음식솜씨가 하루아침에 좋아질리 없었지요. 같은 레시피로 하는데 왜 맛이 다를까요? 자꾸만 음식이 낭비되는 탓에 결국 하루가 멀다 하고 라면을 끓여먹고 즉석식품을 먹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제가 해주는 음식보다 더 맛있게 잘 먹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생각하며 지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정성담긴 맛있는 반찬을 받게 되어 정말 밥다운 밥을 집에서 차려 먹게 되었네요.

 

모든 주부들이 우스갯소리로 자신이 한 밥이 아니면 맛있다고들 하지요. 저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평소에도 인스턴트로 제가 하지 않은 밥만 먹었지만 맛있지 않았어요. 그러다 이렇게나 손수 만든 맛있는 반찬들을 받아 밥다운 밥을 먹으니 정말 집밥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편식을 하여 일부 반찬들은 야채라며 안 먹는 것도 있었지만 제 입맛엔 하나같이 다 맛있었습니다. 더욱이 저녁 9시에 아이들을 아동센터에서 픽업하여 집으로 돌아와 저는 즉석 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다시 일을 가는 일이 많았는데 집에 반찬이 생기니 밥다운 저녁밥을 먹고 다시 일을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하루 종일 세끼를 챙겨먹어야 하는 주말에는 서울에서 온 반찬들이 ‘할렐루야!’가 아닐 수가 없었지요.

 

어느 날인가 미역무침과 오징어채가 온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늦은 밤 집에 아이들과 도착하였는데 집 앞에 반찬택배가 와있었지요.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오지만 5시에 먹는 탓에 제가 오는 시간엔 다시 배가 고파합니다. 그날 쌍둥이와 저는 오자마자 반찬을 뜯어 저녁을 챙겨먹었습니다 아이들은 오징어채에 저는 미역무침에 감동하며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미역무침이 줄어드는 게 너무 슬퍼 아껴 먹고 싶은 마음에 팍팍 퍼먹지 못한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받은 반찬들이 엊그제가 마지막이라고 하니 그동안 너무 감사하게 반찬 걱정 없이 맛있게 밥을 먹은 시간이 짧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앞으로 언젠가 제가 맛있는 반찬을 만들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저도 실력을 키워 언젠가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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