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죽음처럼 강한 사랑으로 / 이영복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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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0-01-09 13:23 조회7,69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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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죽음처럼 강한 사랑으로
이영복 장로(본회 사무국장)
학창시절에 어떤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알프스 산 아래 개울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젊은 여인이 있었습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이 그렇게 지나갑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개울가로 나와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누군가를 발견하고 감격어린 눈물을 흘립니다. 개울가로 떠내려 온 연인의 시신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알프스 산에 등산을 갔다가 실종되었는데, 해마다 봄이 되고 날이 더워지면서 만년설이 조금씩 녹아내리기에 개울가에서 기다리다 보면 그 시신이라도 거둘 수 있겠다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평생의 기다림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참 바보 같은 여인이었다고요? 그런데 사랑하는 이의 시신이라도 가져가고 싶어 했던 여인이 성경에도 나옵니다. 요한복음 20장에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입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시체가 없어졌다며 무덤 앞에서 울고 있는 마리아에게 나타나 물으셨습니다.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라고.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이 동산지기인 줄 알고 혹 시신을 옮겼으면 어디에 두었는지 알려 달라며 시신을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마리아의 대답은 예수님을 얼마나 감동케 했을까요? 그러나 예수님은 죽음의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지 않으셨습니다. “마리아야!”라는 예수님의 분명한 음성과 함께 그곳은 더 이상 죽음의 동산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나는 생기 가득한 동산으로 바뀌었습니다.
알프스 여인과 막달라 마리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사랑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잘 웅변해 줍니다. 제가 오래 전 죽음과 그 너머까지의 사랑을 생각하며 지은 노래가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사랑이 영원한 인격적 사귐이 되기를 소원하면서 ‘편(便)’이란 제목으로 곡을 쓰고 가사를 만들었습니다.
무덤까지 따라 갈 사랑이 그립고 또 그리워
죽음처럼 강한 사랑을 노래하고 또 하고 싶소.
때론 이렇게 붙어 있어 숨 막히듯 행복하고
때론 저만치 떨어져 있어 한없이 아쉬워도
언약으로 맺은 사랑의 옷자락 씨실과 날실처럼
당신은 항상 내 편이요 난 언제나 당신 편.
하나님, 그분의 사랑은 언제나 숨 막히게 하고 그분의 숨은 언제나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신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그분의 숨결이 만들어 내는 평안한 생명의 기운이 모든 분들에게 전해지길 기도합니다.
* 이 칼럼은 이영복의 <숨으로 쓴 연가>(2019.4. 도서출판 다비다 발행)의 에필로그를 2020년 새해의 기도 삼아 옮겨 적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