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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과 초콜릿케이크 / 이영복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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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11-04 16:26 조회9,6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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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과 초콜릿케이크

이영복(다비다자매회 이사장)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작은 아이는 유치원 다닐 때로 기억됩니다. 적어도 주일만은 아이들이 진정한 안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화를 내거나 매를 들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놓았습니다. 어느 주일이었습니다. 아침부터 큰 아이가 유난히 말썽을 부리고 교회에 가서도 동생과 다투는 모습에 화가 많이 났지만 아이들과 약속한 규칙 때문에 억지로 참았습니다. “그래 밤 12시에 보자.” 저는 그날 밤 12시가 되기를 카운트다운하며 기다리는 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12시가 되자 마치 헐크처럼 분노하며 아들을 때리는 미치광이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아들은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이성을 되찾고 잠든 아이를 바라보는데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는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니고 그냥 율법주의자다.” 율법주의의 무서움에 전율하며 참회의 밤을 보냈습니다. 그날이 아이들에게 매를 든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율법주의에 얽매어 의를 행한다는 착각을 하며 매를 들었던 사건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여 주신 은혜를 통해, 카운트다운이란 단어는 더 이상 보통명사가 아닌 저만의 특별한 고유명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율법주의로 흘러갈 위험이 있을 때마다 저를 향해 경고의 숫자를 세는 하나님의 카운트다운 소리를 듣게 된 것입니다. 더 이상 율법을 앞세우는 카운트다운을 하지 말고, 대신 은혜를 헤아려 쌓아가는 ‘카운트업’을 하라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깨달으며 제 일생일대의 중요한 영적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후일 큰 아이는 감사하게도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교장선생님이 준 초콜릿케이크 한 조각을 통해 율법과 은혜의 의미에 대해서 분명히 깨닫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2001년 10월에 쓴 아들의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미국 오레곤 주의 Paisley 고등학교 Mr. Wilson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으시는 교장선생님이셨다. 인자한 외모만큼이나 성품도 인자하시고 사회에 좋은 일도 정말 많이 하시는 Mr. Wilson, 나는 그분 집에도 룸메이트와 몇 번 놀러가서 밤늦게까지 같이 영화도 보고 그 집에서 자고 오기도 하면서 그분을 더욱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수학시간에 딴 짓을 하다가 걸려서 교장실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나는 눈앞이 깜깜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교장선생님 앞에 그런 모습을 보이기가 정말 싫어 참 괴로운 마음으로 교장실에 들어갔다. 곧 수학선생님은 교장선생님께 나를 처벌해 달라고 말하고는 나갔고 나는 괴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Mr. Wilson은 내게 “너 괜찮니?”하고 물으시는 것이었다. 조금도 화난 표정이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의아해하며 앉아 있는데 어디론가 가시더니 접시에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포크와 함께 가져다주시면서 내게 “이거 정말 맛있더라. 이것 먹고 있다가 종치면 올라가거라.”하시며 어깨를 토닥거리시고는 가시는 것이었다.

꿈같은 일이었다. 정말 그 초콜릿 케이크보다 더 달콤한 감동이었다. 그간 학교에 다니면서 선생님들이 때리고 벌을 세우고 반성문을 써라 하고 욕설을 했어도 단 한 번의 반성은 커녕 반항심만 생기고 그렇게 한 선생님을 미워하는 마음만 생기게 했는데 그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은 나로 하여금 진심으로 반성하게 하고 또 그분을 더욱 더 존경하고 좋아하게 한 것이다. Mr. Wilson이야말로 사랑의 힘을 아시는 진정한 교육자였던 것이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큐티를 하다가 “그가 우리의 죄를 따라 처벌하지 않으시고 우리의 잘못을 그대로 갚지 않으시니.”라는 시편 103편 10절을 묵상하였다.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다루심에 있어 마치 Mr. Wilson이 내게 하신 것처럼 초콜릿 케이크를 주시는 분이란 걸 깨달았다. 우리를 죄대로 벌하실 권한이 있으심에도 은혜로 우리 죄를 다스리시는 하나님... 그 시편에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는 신명기에서 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율법보다 훨씬 더 강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율법보다 강한 은혜... 마치 체벌이나 욕설보다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이 훨씬 강했듯이 말이다. 은혜로 우리를 다스리시는 좋으신 하나님을 생명을 다해 찬양한다.”

어쩌면 아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자신의 초등학교시절, 주일이 끝나기를 카운트다운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마치 매를 맞은 자국처럼 남아 있었을 것도 같은데 그 상처까지도 능히 지울 수 있는 경험이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 윌슨 교장선생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아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다행히도 그 때 아빠에게 매를 맞은 기억은 없다고 하네요. 아빠에게는 그것이 율법주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은혜를 깨달은 소중한 영적 사건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사랑하는 다비다자매 여러분, 말 잘 안 듣는 아이들 키우기가 힘들지요? 그렇더라도 과거의 저처럼 분노하며 율법주의에 빠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랑이 율법의 완성이 되고 은혜가 율법보다 강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궁극적으로 율법의 마침이 되신 그리스도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로마서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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