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다 돌격대 / 이영복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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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16-03-17 15:15 조회9,46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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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다 돌격대
이영복(다비다자매회 전 이사장)
다비다, 그 안행(雁行)의 대열 선단에 나서며
사랑하는 이를 잃은 당신이 느끼는 감정을
내가 다 알 수는 없었고
단절된 듯한 시간의 흐름, 그 고독의 고통스런 짐을
내가 질 수는 없었습니다.
법 가운데 최고의 법은 사랑의 법이라,
곧 오리를 가자 하면 십리를 가주는 것일진대
인생의 거친 광야 천릿길 나선 당신을
그저 혼자 걷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소곳이 이만치 떨어져서 동행한 지난 19년처럼
조용히 누이들을 따라가려 했는데
비행, 곧 기러기의 감동 비행(雁行) 대열
선단에 서라 하십니다그려.
다비다가족을 위해 허공에도 길을 내시는
주님의 인도하심만 믿고 의지할 따름입니다.
자괴감과 상실감은
허공에 훌훌 날려 버립시다.
매진해 이루어가야 할 우리의 목적을 위해
거센 바람은 내가 가장 앞 서 맞을 테니 끝까지 함께 갑시다.
회복과 치유를 얻는 데만 머물지 말고
곁에 계신 홀로된 자매에게 힘이 되어 줍시다.(2013.3.)
□ 3년전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다비다자매회의 초대 이사장 직의
임기를 마치면서, 취임에 즈음하여 썼던 ‘사단법인다비다자매회’ 십행시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 때 품은 비전과 다짐을 얼마나 이루었는가에 대한
자기반성과 함께, 그 연장선에서 하나님께서 전환기의 다비다자매회가
선택해야 할 길을 가르쳐 주실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말입니다.
다비다자매회는 22년 전인 1994년 1월에 창립되었고 2013년 3월에
사단법인이 되었습니다. 사단법인이 된 후에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홀로된
자를 돕는다는 사역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이전과 동일하나 대외적으로 표방
하는 사역의 형태 등 구체적인 정체성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사단법인 다비다자매회는 서울시 승인을 받은 비영리법인이자 지정기부금단
체입니다. 수입의 대부분을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2013년 3월 사단법
인이 되면서 바로 설립을 허가해 준 서울시를 거쳐 기획재정부에 지정기부금
단체로 해달라는 신청을 했고, 그해 12월 31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받은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후원을 받기 쉽고 후원자에게 기부에 따른 세금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지정기부금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
요한 조건을 충족해야 했습니다. 후원금을 회원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하여
사용하고 사업의 직접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인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과,
목적사업에 80%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목적 사업
을 위해서 쓰는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조건들에 대해 ⅰ) 다비다자매회는 창립초기부터 그 설립 정신에 따라
먼저 회원들이 상실감 등으로부터 회복되도록 하고 이들이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들을 세워간다는 점, 즉 다비다자매회가 궁극적으로 회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돕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ⅱ) 예산구조 등에 있어 목적사업에 거의 모
든 후원금을 사용한다는 것을 인정받아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을 받았습니
다. 이 두 가지 조건 중 두 번째 조건은 최근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면서 빠
졌지만, 첫 번째 기준은 지정기간이 종료되는 2018년 12월 31일 이후에도 지
정기부금단체의 자격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다비다자매회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기준입니다.
한편 조직의 정체성 외에 조직을 구성하는 회원의 수와 연령대도 많이 달라졌
습니다. 다비다자매회 창립 초기 10여년까지만 해도 회원들의 수가 40명 내
외였고 연령대도 어린 자녀들을 둔 40대가 대부분이었으나 올 1월 22주년을
기념하는 모임에서는 120여명이 참석했고 40대보다는 60대가 훨씬 많이 눈
에 띄었습니다.
2013년에 다비다자매회를 사단법인으로 한 것은 조직의 투명성과 지속성을
보다 확고히 하는 동시에, 홀로 아이들을 양육하기가 가장 힘든 40대가 중심
이 되었던 초창기의 다비다로 돌아가자는 선포이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은 “회
원의 자격은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으로 하며”라는 정관 제5조 4항의 ‘회
원의 자격’ 등에서 분명히 강조되고 있지요.
그러나 제1기 임원진에서는 19년간 ‘홀로 된 자’라는 큰 틀 속에서 그 중 싱글
맘을 따로 강조하여 구분하지 않았던 사단법인 이전의 다비다자매회와, 싱글
맘에 사역의 중심을 두고자 한 사단법인 이후의 다비다자매회 간에 명확한 선
을 긋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자녀 양육을 끝낸 큰언니들의 상당수가 자녀가
어렸을 때 싱글맘으로서 다비다자매회를 찾아와서 오랜 세월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지요. 과도기적 특성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지난 2월 27일 다비다자매회 총회를 통해 새롭게 짜인 제2기 임원진에서는
과도기도 충분히 지난 만큼 아이를 양육하는 싱글맘과 아이를 다 키운 큰언니
들을 구분을 해서 운영함으로써 더욱 활기 있고 안식의 감동이 있는 다비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활기는 젊은 엄마들의 자녀양육이라는
강한 동질성에서 촉발되고 감동은 큰언니들의 희생적인 섬김에서 증폭될 것
입니다. 특히 힘들어 낙심하기 쉬운 젊은 엄마들을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
다.
□ 다비다 큰언니 여러분, ‘다비다 돌격대(?)’로서 섬겨주실 것을 부탁드립니
다. ‘다비다 돌격대’는 히브리서 10:24,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
며”의 ‘돌아보아 격려하고’의 첫 글자를 따서 제가 만든 말입니다. 다비다자매
회가 상징처럼 삼고 있는 기러기 비행(雁行)의 비밀은 서로 도움을 주며 더 멀
리 날 수 있게 하는 V자 비행과 함께, 낙오된 자를 끝까지 도와주는 데 있습니
다. 그러기에 지쳐 뒤처진 자를 잘 돕기 위해서는 대열의 앞에 서는 것이 아니
라 뒤에 서야 할 때가 많은 이상한 돌격대입니다. ‘뒤에 서는 돌격대’라는 일종
의 모순어법(oxymoron)을 사용한 것은 다비다가 서로 돌아보고 격려해야 한
다는 것을 강조하고 더 잘 기억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다 좋은데 '돌격대'가 뭐냐고요?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부드러운 큰 언니들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기에 다른 이름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다비다 큰언
니’를 줄여 ‘다큰’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다쿰이 “다비다여 일어나라.”라는 뜻
의 ‘다비다 쿰’을 줄여 다비다 자녀들의 이름으로 정한 만큼, 이름만 들어도 한
가족 같은 느낌이 들고 좋지 않습니까? ‘돌격대’가 부담스러우면 ‘다큰’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쿰’에서 ‘다큰’까지 세대를 넘어 한 데 어우러진 다비다 모임에
서 주님이 선물로 주신 교회의 신비를 풍성히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
러 사도행전 9장에 등장하는 여제자 다비다의 진면목을 보여주실 큰언니들의
섬김을 통해 다비다자매회는 새로운 부흥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저 또한 다비
다 안행의 대열 선단에서 물러나지만 ‘다비다 돌격대’로 세워주신다면 기꺼이
맨 후미에 서겠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에서 강도를 만나 쓰러져 있던 자를 피해간 제사장
과 레위인에게 그럴 만한 핑계가 있었듯이, 저 또한 다비다 자매들을 지나쳐
가거나 멀찍이서 바라볼 수 있는 핑곗거리를 가졌지만, 등 떠밀다시피 하여
사단법인 다비다자매회의 초대 이사장으로서 ‘다비다의 이웃’이 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