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백(餘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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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헤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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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헐렁 옷장에 여백이 생길 때 기분이 좋다.

비운 만큼 새것으로 다시 채워 넣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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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정이 비어 있어 시간의 여백이 있을 때 기분이 좋다.

그분과의 조용한 만남의 공간을 찾아갈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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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원고 분량보다 부족한 듯 여백이 있을 때 기분이 좋다.

거기에 예쁜 그림 하나 넣어도 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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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무는 곳에 여백의 자리 있을 때 기분이 좋다.

외로운 이와 차를 마시고 피곤한 이 쉬어갈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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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내 마음에 여백이 있으면 참 좋겠다.

나의 것이 아닌, 주님과 다른 이들로 내 마음을 채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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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은 조용하고 단조로워도

부산함에 엄습 당하는 대신 가능성을 현실화하여

창조적이고 효과적인 에너지를 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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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은 나의 것이 아니다. 그 누군가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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