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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 칼럼>예수님이시라면/이영복(다비다자매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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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의목적 작성일13-09-25 15:30 조회9,4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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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 칼럼>

예수님이시라면

이영복(다비다자매회 이사장)


며칠 전 3호선 지하철 안에서 호박잎을 가득 담은 커다란 세 개의 비닐부대를 끌고 다니며 나지막한 소리로 “호박잎 사세요!”하며 지나가는 할머니를 만났다. 허리가 고부라지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뒷모습에 마음이 짠해졌다.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타러가는 길이 아니었다면 정말 몽땅 다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냥 돈을 주는 것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갑을 꺼내려다가 멈췄다. 구걸할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껌이나 볼펜 등 운반이 쉬운 물품을 택하지 부피가 커서 옮기기조차 불편한 호박잎을, 그것도 큰 부대채로 팔러 다닐 리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열차시간이 빠듯하여 그냥 지하철에서 내리는데 영 기분이 찜찜했다. 꼭 여리고로 가는 길에 강도 만난 사람을 그냥 지나쳐버린 제사장이나 레위인이라도 된 듯 한 기분이었다.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 대접한 것이 주님께 한 것이라는 말씀도 생각났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집에 갈 택시비라도 주고 올 걸……. 예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비닐부대에 가득 찬 호박잎을 같은 색깔의 10,000원짜리 지폐로 바꿔주셨을까? 필자의 마음은 꼭 그렇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예수님께서 위조지폐를 만드실 것 같지는 않다. 그저 호박잎이 가득 든 큰 부대를 끌어주며 할머니와 함께 동행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절로 낯이 뜨거워진다.


필자는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한겨울인 1월에 태어났고 바로 아래 여동생은 추수가 한창인 10월에 태어났다. 어머니가 필자를 낳았을 때는 추운 겨울이었다는 이유로, 동생을 낳았을 때는 추수시기였다는 이유로 할머니에게 핀잔을 많아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구박의 까닭이 달랐다. 손자를 낳았을 때는 외풍이 심한 방에서 추위에 떨 아기가 걱정이 된 것이었고 손녀를 낳았을 때는 일손이 많이 필요한 추수가 걱정이 된 것이었다. 실제로 어머니는 여동생을 낳은 다음 날부터 논으로 나가 추수 일을 도왔다고 한다. 사내아이를 낳았을 때는 사람을(산모가 아닌 아기를), 딸아이를 낳았을 때는 일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야속한 마음에 어머니는 많이 서운해 하셨다고 한다. 예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예수님께서는 사역이나 관습 등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람, 즉 아기와 산모에게 우선순위를 두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들딸을 차별 대우하시지도 않으셨을 것이다. 마굿간에서 아기를 출산한 성모마리아에 대해 예수님이 가지셨을 애틋함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예수님께서도 추수에 관심을 가지셨지만 아직 추수 때가 넉 달이 남았음에도 곡식이 벌써 익어 추수할 때가 되었다며 생명의 추수에 집중하셨다(요 4:35). 문득 벳세다 광야에서 5,000명을 먹이신 오병이어의 기적이 생각난다(요 6:1~13). 여기서 5,000명은 남자 성인들의 숫자다. 그보다 훨씬 더 많았을 여자와 어린아이는 수에서 빠져 있다. 예수님은 숫자에 들어 있지 않은 즉 남자보다는 여자나 어린아이의 배고픔에 더 주목했을지도 모른다. 연약할수록 더욱 귀히 여기시는 주님의 심정을 생각하면 꼭 그랬을 것만 같다.


지난 7월 다비다 정기모임에서 이수교회 박정수 목사님을 처음 만나 대화하던 중에 받은 감동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필자의 마음속에 긴 여음으로 남아 있다. 필자가 다비다자매회를 적극적으로 돕기로 한 이유에 대해 묻는 중에 박 목사님은 교회 청년들이 찾아와 잠시 자리를 비웠다. 필자는 한국 교회가 후순위를 두고 있는 홀로된 자 사역에 오히려 최우선순위를 두고 계시는 예수님께서 지금 다시 오신다면 다비다모임을 꼭 찾아주실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박 목사님은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주님이시라면 반드시 이 일을 하실 것이란 생각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하시는 것 아닌가. 통일된 생각을 갖게 하신 하나님의 작은 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 목사님을 마음이 통하는 좋은 동역자로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예수님이시라면 다비다자매회를 어떻게 인도하실까?” 필자가 다비다 식구들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마음속에 조용히 들려주는 음성이다. 하나님께서는 믿음의 선진들은 물론 신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데 있어 세 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하신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경우도 그랬다.

“1) 나는 특별한 존재다. 2) 나는 아무런 존재도 아니다. 3) 나는 주님 안에서 특별한 존재다.” 우리 다비다자매들은 1단계를 지나 2단계의 힘든 상황을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바라건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고 모두가 예수님과 함께 3단계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사도행전 9장의 다비다처럼 ‘여제자 다비다’로서의 당당하고 멋진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주님께서 그렇게 인도해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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