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트레니닝 복과 KAR / 이영복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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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3-12 11:57 조회10,20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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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트레니닝 복과 KAR
이영복(다비다자매회 이사장)
올 3월 3일자로 3년간의 대구 근무를 마치고 서울의 한국은행 본점으로 돌아왔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고향의 정취를 다시 느껴보고 수 십 년 전에 끊어진 시간의 단절을 이을 수 있었다는 것이야말로 은총이요 축복이었다. 그 중 하나가 대구에 사는 고등학교 동기 기독신우회 모임에서 친구 이상훈을 만난 것이었다. 1975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헤어져 2011년에 만났으니 36년 만의 재회였다.
1972년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를 처음 만났을 당시 그는 기독교 집안의 경건함이 몸에 밴 크리스천이었고 나는 교회 문턱에도 가보지 않았던 무신론자였다. 그런데도 왠지 서로 죽이 잘 맞았다.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내게 커플 트레이닝 복을 맞춰 입자고 제안했다. 학교 부근 체육복 가게에 같이 가서 쑥색의 옷을 골라 치수를 재고 둘의 친밀감을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영문 이니셜을 옷 등판에 새겨 넣었다. ‘경북고등학교의 친구, Mr. Lee’라는 의미로 ‘Kyungbuk Ami Lee’의 두음자를 따서 ‘KAL’로 하자는 그의 제안에 나는 대한항공 유니폼으로 오해 받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고민 끝에 Lee를 Rhee로 바꿔 ‘KAR’이라 새기기로 했다.
그는 한 번도 내게 교회에 가자고 하거나 복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의 온유한 크리스천으로서의 성품에 마음이 끌렸다. 그를 만난 지 1년도 채 안 되어 교회에 나가게 된 데는 그가 신자로서 보여준 매력도 한몫을 했음이 분명하다. 물론 직접적인 동기는 뇌종양으로 병원에서 2주일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외할머님을 위해 기도하고 싶은 마음으로 집에서 가까운 교회를 찾아간 데서 출발했지만 말이다. 돌이켜보면 그는 말 대신 자신의 삶으로 이야기하며 ‘KAR’이라는 이니셜에 숨겨져 있는 비밀코드를 풀어보라는 숙제를 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경북고등학교를 넘어 하나님 나라의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음이 분명하다.‘Kingdom Ami, Rhee’ 즉 ‘하나님 나라의 친구, 이상훈과 이영복’이 되자고 말이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을 때 누구보다도 기뻐했던 그였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유니폼은 헤지고 등판의 이니셜도 낡아가 마침내 옷도 버려졌지만 내게 있어 ‘KAR’은 두 사람만의 신앙 친구를 상징하는 데 머물러 있지 않았다. 1986년의 성령체험을 통한 예수님과의 깊은 만남을 통해‘하나님 나라의 영원한 친구이신 샤론의 꽃 예수’를 가리키는 이니셜로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새겨진 것이다.‘Kingdom Ami, Rose of Sharon’이라고. 크리스천으로 비록 한 걸음을 가더라도 오직 그분의 향기를 나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1997년에 작사 작곡한 ‘나는 크리스천이오’라는 제목의 노래는 나의 진정한 친구가 되시는 샤론의 꽃 예수님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였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친구가 내준 ‘KAR’에 담긴 비밀코드 풀기 문제의 최종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수 십 년 간 연락도 없이 지내다가 둘 다 장로가 되어 만났으니 ‘KAR’이라는 이니셜을 트레이닝 복에 새겼던 의미가 어찌 가벼웠다고 하겠는가? 인생길에서 영성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이제 다시 서울로 돌아와 얼굴을 볼 기회는 크게 줄었지만 서로 기도 가운데 영적인 교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한 그는 나의 가장 좋은 영적 친구 중 한 사람으로 언제까지든 내 곁에 있을 것이다.
1994년 싱글맘들의 모임인 다비다자매회의 창립과 함께 하나님께서는 내게 ‘KAR’에 숨겨진 비밀코드의 또 다른 답을 하나 가르쳐 주셨다. 그건 하나님이 내게 주신 영적 보너스다. ‘Kingdom's Amie, Rose of Tabitha’, 곧 하나님 나라의 친구, 다비다의 꽃들이다. 깊은 상실감을 경험한 그들의 향기는 신비하게도 주님의 향기를 참 많이 닮았다. 20년의 세월을 함께하는 동안 그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 나라의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
저만치서 다가오고 있는 봄을 통해 느껴지는 하나님의 손길이 감사하다. 하나님 나라의 좋은 친구들과 함께 계절의 봄만 아니라 화창한 영혼의 봄을 맞이하고 싶다. 비밀코드들 풀게 한 고등학교 때부터의 친구 이상훈 등 좋은 믿음의 친구들, 사랑하는 다비다 친구들, 그리고 나의 영원한 가장 좋은 친구이신 주님과 함께 말이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다(요15:13)는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생각하며, 주님께서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입혀주실 천국의 그날(계19:8)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