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복 칼럼>‘방향제’로 위장한 그분의 향기/이영복(다비다자매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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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의목적 작성일13-05-15 15:39 조회10,09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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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 칼럼>
‘방향제’로 위장한 그분의 향기
이영복(다비다자매회 이사장)
기적이 일어났다. 때는 2012년 어느 가을날이었으니 벌써 반년 전의 일이지만 그때의 감동은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딸아이가 필자가 다니는 온누리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기적이라고? 딸아이를 수도 없이 설득하고 강권하여 어렵사리 만든 자리였다. 대학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1년 남짓 머문 미국에서 돌아온 후 교회당에서의 예배는 6개월 만의 일이었으니 기적이랄 수밖에……. 미국에 가기 전에 본인이 열심히 다녔던 교회는 담임목사 문제가 드러나 아예 발길을 끊었고, 사람들 모인 곳이 까닭 없이 싫어졌다며 집에서 위성 기독교 TV방송인 CGNTV로 영어 예배를 드려왔던 것이다.
저녁 7시 열린 예배 시작 20분 전에 딸아이와 교회 로비에서 만났다. 딸아이는 친구를 만나 같이 예배드리기로 했으니 필자에게 먼저 본당에 올라가라고 했다. 목사님의 설교 제목은 마가복음 14:3~9절을 본문으로 한 ‘과분한 사랑’이었다. 향유 옥합을 깨뜨린 여인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목사님은 설교내용에 맞춰 시청각 효과를 위해 들고 나온 큰 항아리를 깨뜨렸으며 스텝들은 후각효과를 살리고자 성도들이 앉은 자리 중간 복도를 따라 방향제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뒤에 앉은 남자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아마도 위층에 앉아 있을 딸아이는 평소 방향제가 질색인데, 모처럼 교회에 나와 못 견디고 나가면 어떻게 하나?”
시계는 어느새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주중의 지방 근무를 위해 8시 반 기차를 예매해 놓은 것이 적이 후회가 되었다. 원래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으나 딸아이가 기특해 기적(?)의 현장에 잠시라도 있고 싶은 마음이 생겨 참석한 것이었다. 기차 시간을 뒤로 미룰까 생각하고 있을 때 딸아이에게서 휴대폰 문자가 왔다. “아빠, 서울역에 가고 있는 거지? 내 걱정 말고 대구 잘 내려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기가 막히는 일이 벌어졌다. 필자가 택시를 타러 가는 길에 포장마차에서 친구와 어묵을 먹고 있는 딸아이와 마주친 것이다. 아마도 그 시간이면 필자가 이미 서울역으로 떠났을 것이라 생각하고 교회당을 빠져 나온 것 같았다. 딸아이에게 속았다는 데서 비롯된 실망감이 해일처럼 가슴 한 복판으로 밀려왔다. 딸아이가 아예 예배에 들어가지도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아빠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당황한 딸도, 실의에 빠진 필자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달렸다. 딸아이에게 휴대폰 문자가 왔다. 딸아이는 다시 예배드리러 교회당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방향제 때문에 견디기 힘들어 나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 예배드린다고 하고서 처음부터 속인 건 아니란 말이지…….”
며칠 후 열린 예배 담당 목사님을 우연히 만나 딸아이의 방향제 해프닝을 이야기했다. 안 그래도 그때의 일로 이런 저런 말을 많이 들었다며 목사님은 편지를 써서 도서상품권과 함께 상심해 있는 딸, 여경이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다음은 편지 내용의 일부다.
"주일 날 방향제 때문에 교회당 밖으로 나간 것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 설교의 극적 효과를 위해 아이디어를 낸 것인데 안내 팀이 너무 많은 양을 뿌려서 많은 분들을 힘들게 한 것 같구나. 넓은 맘으로 용서해 주렴. 네 삶을 돌아보면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일들이 종종 있었을 것이다. 교회에서, 또 수련회 장소에서, 유학시절 이민교회에서, 널 힘들게 하는 많은 일들이 하나님께 집중하지 못하도록 했을 거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여경이를 참 사랑하신다.’는 것이야. 그래서 많은 사탄의 방해가 있었고 넌 그때마다 힘들어했을 거야.
너에게 ‘주의 법을 사랑하는 여경이에게는 큰 평안이 있으리니 여경이에게는 장애물이 사라질 것입니다’라는 시편 119:165절 말씀을 주고 싶다. 지금 좀 어렵고 힘든 상황인 것 잘 안다. 그러나 널 사랑하시고 기다리시는 하나님께 나아오길 바란다. 주일 오후 7시 열린 예배에서 또 만났으면 좋겠다. 널 응원하고 축복한다. 그리고 네 꿈과 소망을 위해 기도할게. 파이팅!"
목사님의 따뜻한 편지로 인해, 방향제 때문이라는 핑계거리는 있었지만 예배 중에 밖으로 나와 아빠와 맞닥뜨려 마음 한 구석에 부담감이 있었던 딸아이의 마음이 회복되었음은 물론이다. 상심한 영혼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선한 목회자의 마음에 감동한 딸아이는 그 후로 계속 열린 예배에 참석하였다. 딸아이에게 일어난 그 때의 일들에 대해 필자는 예수님의 향기가 방향제로 위장하여 여경이의 영혼을 터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은혜, 그 과분한 사랑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다시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이 돌아왔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달이기에 다비다 식구들에게는 오히려 외로움이 더해지고, 매스컴이나 설교에서 ‘가정’이란 단어가 넘쳐나면서 괜스레 서운함이 고개를 들기 쉬운 달이다. 그러나 다비다 식구들이 누구인가? 이미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리는 엄청난 고난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극복하고 나아가 고난으로 위장된 축복의 비밀을 경험한 자들이 아닌가?
사랑하는 다비다자매회의 모든 식구들이 일상 가운데 여러 모양으로 위장하고 다가오는 주님의 온화한 얼굴을 뵙고 은은한 향기를 느끼며, 남들이 알지 못하는 ‘보물찾기의 기쁨’을 누리는 행복한 5월의 신부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아가서 2:10)
‘방향제’로 위장한 그분의 향기
이영복(다비다자매회 이사장)
기적이 일어났다. 때는 2012년 어느 가을날이었으니 벌써 반년 전의 일이지만 그때의 감동은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딸아이가 필자가 다니는 온누리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기적이라고? 딸아이를 수도 없이 설득하고 강권하여 어렵사리 만든 자리였다. 대학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1년 남짓 머문 미국에서 돌아온 후 교회당에서의 예배는 6개월 만의 일이었으니 기적이랄 수밖에……. 미국에 가기 전에 본인이 열심히 다녔던 교회는 담임목사 문제가 드러나 아예 발길을 끊었고, 사람들 모인 곳이 까닭 없이 싫어졌다며 집에서 위성 기독교 TV방송인 CGNTV로 영어 예배를 드려왔던 것이다.
저녁 7시 열린 예배 시작 20분 전에 딸아이와 교회 로비에서 만났다. 딸아이는 친구를 만나 같이 예배드리기로 했으니 필자에게 먼저 본당에 올라가라고 했다. 목사님의 설교 제목은 마가복음 14:3~9절을 본문으로 한 ‘과분한 사랑’이었다. 향유 옥합을 깨뜨린 여인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목사님은 설교내용에 맞춰 시청각 효과를 위해 들고 나온 큰 항아리를 깨뜨렸으며 스텝들은 후각효과를 살리고자 성도들이 앉은 자리 중간 복도를 따라 방향제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뒤에 앉은 남자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아마도 위층에 앉아 있을 딸아이는 평소 방향제가 질색인데, 모처럼 교회에 나와 못 견디고 나가면 어떻게 하나?”
시계는 어느새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주중의 지방 근무를 위해 8시 반 기차를 예매해 놓은 것이 적이 후회가 되었다. 원래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으나 딸아이가 기특해 기적(?)의 현장에 잠시라도 있고 싶은 마음이 생겨 참석한 것이었다. 기차 시간을 뒤로 미룰까 생각하고 있을 때 딸아이에게서 휴대폰 문자가 왔다. “아빠, 서울역에 가고 있는 거지? 내 걱정 말고 대구 잘 내려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기가 막히는 일이 벌어졌다. 필자가 택시를 타러 가는 길에 포장마차에서 친구와 어묵을 먹고 있는 딸아이와 마주친 것이다. 아마도 그 시간이면 필자가 이미 서울역으로 떠났을 것이라 생각하고 교회당을 빠져 나온 것 같았다. 딸아이에게 속았다는 데서 비롯된 실망감이 해일처럼 가슴 한 복판으로 밀려왔다. 딸아이가 아예 예배에 들어가지도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아빠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당황한 딸도, 실의에 빠진 필자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달렸다. 딸아이에게 휴대폰 문자가 왔다. 딸아이는 다시 예배드리러 교회당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방향제 때문에 견디기 힘들어 나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 예배드린다고 하고서 처음부터 속인 건 아니란 말이지…….”
며칠 후 열린 예배 담당 목사님을 우연히 만나 딸아이의 방향제 해프닝을 이야기했다. 안 그래도 그때의 일로 이런 저런 말을 많이 들었다며 목사님은 편지를 써서 도서상품권과 함께 상심해 있는 딸, 여경이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다음은 편지 내용의 일부다.
"주일 날 방향제 때문에 교회당 밖으로 나간 것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 설교의 극적 효과를 위해 아이디어를 낸 것인데 안내 팀이 너무 많은 양을 뿌려서 많은 분들을 힘들게 한 것 같구나. 넓은 맘으로 용서해 주렴. 네 삶을 돌아보면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일들이 종종 있었을 것이다. 교회에서, 또 수련회 장소에서, 유학시절 이민교회에서, 널 힘들게 하는 많은 일들이 하나님께 집중하지 못하도록 했을 거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여경이를 참 사랑하신다.’는 것이야. 그래서 많은 사탄의 방해가 있었고 넌 그때마다 힘들어했을 거야.
너에게 ‘주의 법을 사랑하는 여경이에게는 큰 평안이 있으리니 여경이에게는 장애물이 사라질 것입니다’라는 시편 119:165절 말씀을 주고 싶다. 지금 좀 어렵고 힘든 상황인 것 잘 안다. 그러나 널 사랑하시고 기다리시는 하나님께 나아오길 바란다. 주일 오후 7시 열린 예배에서 또 만났으면 좋겠다. 널 응원하고 축복한다. 그리고 네 꿈과 소망을 위해 기도할게. 파이팅!"
목사님의 따뜻한 편지로 인해, 방향제 때문이라는 핑계거리는 있었지만 예배 중에 밖으로 나와 아빠와 맞닥뜨려 마음 한 구석에 부담감이 있었던 딸아이의 마음이 회복되었음은 물론이다. 상심한 영혼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선한 목회자의 마음에 감동한 딸아이는 그 후로 계속 열린 예배에 참석하였다. 딸아이에게 일어난 그 때의 일들에 대해 필자는 예수님의 향기가 방향제로 위장하여 여경이의 영혼을 터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은혜, 그 과분한 사랑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다시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이 돌아왔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달이기에 다비다 식구들에게는 오히려 외로움이 더해지고, 매스컴이나 설교에서 ‘가정’이란 단어가 넘쳐나면서 괜스레 서운함이 고개를 들기 쉬운 달이다. 그러나 다비다 식구들이 누구인가? 이미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리는 엄청난 고난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극복하고 나아가 고난으로 위장된 축복의 비밀을 경험한 자들이 아닌가?
사랑하는 다비다자매회의 모든 식구들이 일상 가운데 여러 모양으로 위장하고 다가오는 주님의 온화한 얼굴을 뵙고 은은한 향기를 느끼며, 남들이 알지 못하는 ‘보물찾기의 기쁨’을 누리는 행복한 5월의 신부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아가서 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