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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에서 ‘샬롬’으로 / 이영복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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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18-05-10 11:51 조회7,9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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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에서 ‘샬롬’으로

이영복 장로(본회 사무국장)

1. 목마 하나 : 금강산에서

지난 2018년 4월 27일은 한반도가 역사적으로도 영적으로도 새로운 장을 연 정말 꿈같은 날이었다. 남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고 포옹을 하고 함께 미래를 선포한 판문점 선언에 이르기까지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감동이 연출된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낸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사람의 연출이 아니라 하나님의 연출이었다.

서로 약을 올리거나 협박하기도 하고 사욕을 위해 분단을 이용하기까지 하면서 지낸 65년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는 그날은 하나님의 평화 곧 ‘샬롬’이 선포된 날이었다. 꼭 17년 전인 2001년 4월 27일이 생각났다. 그날 나는 직장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금강산 만물상에 올랐다. 당시 약 50년 간 남북 분단 상태였던 북한 땅을 밟고서 눈과 귀로 가장 분명히 보고 들은 것은 오십견을 앓고 있는 듯한 기암괴석 만물상의 처진 어깨와 신음소리였다. 하나님의 이름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피조물의 호소 가운데 함께하시는 주님의 형상을 뵐 수 있었다. 그에 더하여 “정녕 하나님이 창조하셨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는 만물상에서 목마를 타고 있는 듯한 나의 영혼을 볼 수 있었다. 그 심정을 담아 시를 한 편 썼었다. ‘누이 같은 금강산, 만물상(萬物相)에서’라는 제목의 졸시다.

누이 같은 금강산, 만물상(萬物相)에서

만물상 가는 길, 금강산은

화장하지 않은 누이의 얼굴이다.

초행길도 왠지 낯설지가 않은

일흔 일곱 굽이를 돌아가면 어느새 만물상.

만지면 이내 무너질 듯한 기암괴석이

오십견(五十肩) 앓는 누이의 고운 어깨선처럼 펼쳐 있다.

누이의 양쪽 어깨 주물러주듯

아플 새라 살며시 발걸음을 옮긴다.

이따금 개나리 진달래 어우러진 색동 적삼 틈으로

누이의 속살이 보일 때면 얼른 눈을 돌린다.

마침내 ‘하늘문’을 지나 ‘천선대(天仙臺)’에 오르니

어릴 적 누이 어깨에 목마 타던 기분이다.

나는 17년 전에 이 시를 쓰며 “하나님께서 왜 나를 만물상으로 데려가 목마를 타는 기분을 느끼게 하셨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복음으로 남북의 평화 통일이 이루어지길 기다리며 기도하라는 답을 얻었다. 그날이 오면 누이의 오십견도 자연스레 나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영적 속삭임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은 내게는 다시 한 번 금강산 만물상 목마를 탈 수 있다는 희소식으로 다가왔다.

2. 목마 둘 : 올림픽공원에서

다음 날인 4월 28일에는 다비다자매회가 서울 시내 올림픽공원으로 온 가족 봄나들이를 갔다. 나는 거기서 네 살 난 ‘주안’이를 처음 만났다. “주님 안에서”라는 의미로 지었다는 예사롭지 않은 이름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사내아이다. 주님이 우리 안에 계실 때 내가 주님 안에 거할 수 있다는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밀을 새삼 헤아려보는데 주안이가 내게로 안겨와 어떨 결에 같이 놀아주게 되었다.

주안이는 넓은 잔디밭을 힘껏 달리다가 커다란 바위 뒤에 숨기도 하고 놀이터의 키 작은 시설물 위를 이리 저리 옮겨 다녔다. 넘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는 데 속도를 낸다. 그런데 주안이가 나를 적이 걱정스럽게 한 것은 그의 불안한 질주보다는 ‘메롱’이란 말 외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름이 뭐야?” “몇 살이야?” “배 안고파?” 내가 무슨 말을 걸든 대답은 ‘메롱’이었다. “말이 늦는 아이인가?”라는 생각도 잠시. 귀가할 시간이 되어 주안이 엄마가 주안이를 유모차에 태우려 하니 더 놀고 싶어선지 떼를 쓰며 땅바닥에 드러눕는 것이 아닌가. 나는 주안이를 들어 올려 내 어깨에 목마를 태웠다. 신이 난 주안이는 어깨 위에서 “빨리 가자”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주안이의 무게가 어깨 위에서 느껴질 때쯤 고맙게도 주안이가 유모차를 타겠다고 해서 목마에서 내려주었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주안이의 작별인사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또렷한 음성으로 말을 잘할 수가 없었다. “국장님 안녕히 가세요. 목사님 안녕히 가세요.” 비록 엄마인 허진 자매가 시켜서 한 인사지만 그건 내게 전날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메롱’이 ‘샬롬’으로 바뀐 또 하나의 기적이었다.

모세는 베냐민지파를 위해 이런 축복기도를 했다. "여호와의 사랑을 입은 자는 그 곁에 안전히 거하리로다. 여호와께서 그를 날이 맞도록 보호하시고 그를 자기 어깨 사이에 처하게 하시리로다."(신명기 33:12)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를 어깨 위에 목마 태워주신다는 것. 성경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한 말씀 중 이처럼 정겨운 표현도 드물 것이다. 간절히 바라건대, 주안이를 비롯한 다비다자매회 모든 자녀들의 삶 속에서 비록 아빠는 안 계시지만 목마 태워주시는 하나님을 친밀하게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나아가 남북한의 온 성도들이 함께 하나님께서 베냐민지파처럼 목마를 태워주셨다고 찬양할 그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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