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
주선우(초5학년)
금년 2월부터 저희 외할머니는 우리 가족이 되셨습니다.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된 이후부터 저는 할머니께 배울 점이 참 많다고 느낍니다. 가장 존경스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신다는 것입니다. 저는 알람까지 맞춰놓고 애를 써봐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되는 일인데, 할머니는 정말 부지런하게 일찍 일어나셔서 제가 자고 있는 방에 오셔서 축복기도를 해주시고 가십니다. 또 할머니께서 항상 저에게 밥 먹기 전에 기도를 하라고 하시고, 학교에 가서도 시작 전에 기도를 하라고 말씀하셔서 기도를 해보았더니 조그마한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되고 하루하루가 즐겁게 된 것 같습니다.
할머니에 대해 몰랐던 점이 있는데, 바로 홈쇼핑을 자주하신다는 것입니다. 같이 살기 전에는 할머니가 홈쇼핑 같은 건 안하시고 TV라곤 맨 날 기독교 방송만 보시고, 성경만 읽으시는 줄 알았는데, 드라마도 즐겨 보셔서 한편으론 신기했습니다.
할머니와 같이 살고 나서부터 할머니께서는 저에게 매일 있던 일, ‘good&bad’를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할 때에 처음에는 그냥 사실을 위주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셔서 그날 생겼던 감정, 생각 등을 이야기하니, 훨씬 할 얘기가 많아지고, 생각이 더 많아진 것 같았습니다. 내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 할머니는 내가 말을 조리 있고 솔직하게 말을 잘한다고 칭찬해 주십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계시니까 동생한테 함부로 하는 것을 많이 줄이고 행동도 조심하고 있습니다.
작년 겨울, 이사하기 전에 꾼 꿈이 있습니다. 제가 집에 들어왔는데 할머니가 하얀 드레스 같은 옷을 입고 앉아 계셨습니다. 그래서 인사를 했더니, 할머니가 갑자기 “선우야, 할머니 이제 간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줄 알고 불안해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같이 산다는 것을 알려주는 꿈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리고 저는 할머니 침대가 좋습니다. 왜냐하면 할머니 침대는 푹신푹신하고, 할머니와 침대에 같이 누워서 TV 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다비다자매회에 계실 땐 카리스마가 넘치시고 대장같이 보이지만, 집에서는 문어가 그려져 있는 귀여운 잠옷을 입고 돌아다니십니다. 전에 일주일에 한 번씩 뵐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신 것 같습니다. 같이 살기 전만 하더라도, 엄마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매우 엄하셨다고 해서 엄청 무서우신 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엄마와 할머니랑 같이 히어로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이런 영화는 태어나서 처음 본다.”고 하시면서 엄청 웃어서, 그때부터 할머니가 무섭기만 한 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지금은 할머니가 무서운 건 1도 없고, 집에 가면 놓여 있는 택배상자의 주인이시고, 남들과 다를 것 없이 할인 상품도 사시는 아주 인간적이신 좋은 할머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다비다자매회의 회장이라고 들어서 그 사실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으셔서 조금 걱정이 됩니다. 저희 할머니는 항상 자신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남을 먼저 생각하신다는 점이 정말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할머니가 100살까지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70세 생신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