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다 여름캠프를 다녀와서 2>
천국잔치는 참 좋아
유숙자 조장
'여름캠프', 한 달 전부터 우리 조원들은 이번 여름캠프에서 조별 장기자랑을 한다는데 무엇으로 장기자랑을 할 것인지 사물놀이반 장구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에 들어갔다.
어차피 10월 정기모임 때 가을 음악회가 있어 준비 중이던 '무조건'을 미리 선도 보일 겸 70이 넘은 조원들인지라 자꾸 잊어버리는 우리 나이의 특성도 있고 하여 중생들이 익히 부르는 유행가 '무조건'을 크리스천들의 취향에 맞게 개사를 하였고 장구쌤께서 안무도 개발해 주셨다. 우린 연습에 또 연습을 했지만 한 구절이 완성되면 그 다음 구절이 막히고 손안무가 되면 발안무가 안되고, 초지일관, 참 형편없었지만 열정과 열심은 세계 수준급이었다고 본다.
한참 멀었을 것 같던 여름캠프 예정일을 하루 남기니 번쩍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지만 비교적 수술경력도 없고 싱싱하다는 나도 이렇듯 "왔다갔다" 하는데 한 번 이상 수술경력이 있는 저 체력의 울 조원들은 오죽하리...
우린 약속이나 한 듯, 보자마자 길가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을 새도 없이 입을 맞춰 노래를 하였는데, 오마나~~ 얼마나 열심히 익혔는지 내가 우려했던 건 정말 노파심에 불과했다. 나는 물론 조원 모두들 한껏 들뜨고 자신감이 넘쳐 얼굴의 주름살이 미소에 짓눌려 보이지 않았다. 자신감은 더욱 상승하였고 안도감에 긴장이 약간 완화되었나? 설렘으로 어젯밤 이루지 못한 잠이 쏟아져 버스 안에서 팽이를 사정없이 돌리다보니 몇 시간이 걸렸는지, 어디로 어떻게 왔는지 알지 못하는 가운데 그닥 낯설지 않은 진새골 마당에 도착하였고 회원들은 행사를 위한 짐들을 숙소 겸 행사장소인 ‘이삭의 집’으로 날랐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진행팀에 속한 나는 테이블보를 깔고 각 테이블에 선물과 예쁜 피켓걸이와 장식품 등을 놓고 나니 새로 장만한 분홍색 테이블보가 울 조원들 볼처럼 발갛게 상기된 듯, 예쁘고 상큼해 보였다.
우린 선물꾸러미를 받아들고 쏟아져 나오는 구슬 같은 각양의 선물에 감탄과 환호로 시끌벅적했으며 각기 다른 머플러를 서로 바꿔 둘러보기도 하는 등, 빨간 티셔츠들의 군단들은 흥분과 감동으로 하나가 되어 뭉쳐 있었다.
PK(프라미스키퍼, 대표 장광우 목사) 젊은 아그들의 통통 튀기는 율동에 매료되어 똑같은 유니폼의 빨강티의 수 십 명의 자매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한 덩이의 악기가 되어 솟아오르는 물기둥처럼 들썩이고 있었다. 장광우 목사님의 입담과 토실한 몸이 접혀질 땐 그야말로 감격의 절정이었다.
'기쁨과 감사 축제', 제목부터가 어찌 보면 내가 잘 알 수 있는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번 캠프야말로 머리 굴려 깊이 생각할 것 없이 편히 쉬었다가도 되겠다 싶었다. 이영복 장로님의 설교는 나에겐 항상 좀 어렵게 다가와 1박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음을 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설교는 곧바로 피와 살이 되어 감동으로 온 몸을 적셔 주셨다.
유인복 선생님의 재치 있는 말솜씨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 뵙는 김혜경 사모님도 참으로 감동이 가는 인연으로 기억하고 싶다. 내가 만약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았다면 이런 훌륭한 쌤들을 어디서 만나 볼 수 있었겠는가? 훌륭하신 분들을 만날 때마다 감동이다. 난 이제 나이가 들어 남은 세월이 짧지만, 젊은 자매들은 얼마나 좋은 영향을 받고 또 삶의 질은 얼마나 달라질까에 대해 생각하니 부럽기만 하다.
하루의 스케줄이 어쩜 그리 알차게 짜여 졌는지 회장님과 장로님의 노고가 고스란히 감동으로 휘감아 온다. 우리 금빛조원들이 큰언니들이라고 얼마나 금빛조를 아껴주고 사랑하시는지 회장님의 배려에 감사를 하며 잠이 들었다.
이튿날 새벽부터 우리 조원의 방문으로 눈을 뜨니 옆 침대의 엄 자매님이 일어나 창문을 열어주었다. 하얀 뭉게구름 같기도 하고, 천사의 날개 안쪽 같기도 한 하얀 눈부심! “아니, 이게 뭐야?” 엄 자매의 비명에 가까운 탄성소리완 달리 난 소리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깜짝 놀라고 있었다. “와~ 내가 천국에 와 있는 건가? 아니면 구름에 갇혀 있는 건가?” 순간이었지만 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잠이 덜 깬 눈을 비비고 있었다. 마침 좋은 공기 마시게 나오라는 목사님의 전화가 없었다면 예수님의 옷자락 같이 보이기도 한 하양에 멍 때리고 있었을 것이다.
자세히 보니 그 충격의 하양은 창밖의 수국들의 큰 무리였다. 누워서 보니 그냥 창 가득 쏟아져 들어왔던 것이다. 이것이 이곳의 선물이며 천국의 환상이 아니었을까? 보잘 것 없는 나에게, 죄악으로 가득차서 차마 얼굴조차 들 수 없는 죄인인 줄도 모르고 천방지축 날뛰던 나에게 이런 상큼하고 기분 좋은 아침을 주시다니 이 감사가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충격의 아침으로 기억되리라.
아침을 먹고 보물찾기를 한다며 군데군데 무리를 지은 빨강옷의 자매들이 초록색 바탕의 꽃처럼 나불댄다. 난 이런 여유롭고 아름다운 색의 조화가 천국의 색이려니 생각하니, 얼마나 행복한지... 이미 부지런한 여인들이 다 훑고 지나간 잔디밭을 이런 게임에서 성공한 적이 없는 나의 전적을 떠 올리며 기대감 없이 천천히 둘러보고 있는데 나무기둥에 하얀 종이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아침의 하얀 수국을 동시에 떠올리며 올려다보니 보물찾기 쪽지였다. 얏호!! 건너 맞은편 기둥에도 똑같은 높이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또 다시 한번 얏호!! 두 개 보물쪽지가 내 바지 주머니에서 소리 없이 숨죽이고 있는데 “조장인 내가 뭐 손맛 봤으면 되었지" 라는 생각이 미치며 우리 조를 위하여 불편한 몸을 의리로 다스리며 용기 내어 늦게나마 합류해준 자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어 쪽지를 건네주었다. 열성을 다해 연습을 한 울 조원의 장기대회는 일등을 하였고 목사님의 감사에 대한 강의는 새삼 감동으로 다가왔다. 선물로 받은 감사노트를 품에 꼭 껴안고 비장한 각오를 다짐하게 하는 힘이 실려 있었다.
맘껏 웃고 실컷 먹고 충분한 힐링을 한 우리 다비다자매들은 내년의 기대와 소망으로 가슴 부풀리며 무언의 약속을 눈으로 나누며 각자의 둥지로 돌아갔다. 천국잔치는 참 좋아! 나 내년에도 또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