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비다문학상) 소중한 딸 다연에게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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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5-07-15 10:34 조회11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2025년 다비다 문학상>
■ 대상
소중한 딸 다연에게 / 박선주
저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싱글맘으로 살고 있어요. 비싼 물가에 학원비에 여러 가지 돈 들어갈 곳은 많고 파트 타임으로 일해서 버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아이와 생활하는 것이 버거웠어요. 6살 아이에게 아무 생각 없이 "우린 부자일까?"라고 물었는데 아이의 대답은 "우린 부자지~" 라고 대답하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해?" 라고 물으니 아이는 뜻밖에 대답을 해주었어요. "엄마가 내 보물이거든~ 그러니깐 우린 부자야."
아이의 대답에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기분이었어요. 지금은 비록 생활이 어렵고 돈도 없지만 인생에 있어 너무나 소중한 아이가 있으니 부자가 맞아요. 오늘 하루도 아이의 따뜻한 대답을 떠올리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랑해. 엄마가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잘할게. 고맙다. 내 보물.” / 2017.5.24. Daum카페에 쓴 글
다연아, 엄마가 “‘우린 부자야?’라는 엄마의 질문에 6살 아이의 대답”이란 제목으로 Daum카페에 올렸던 이 글, 예전에 읽어 준 적 있는데 기억하니? 다연이가 6살이었던 어느 날 욕실에서 다연이 머리 감기다가 문득 사는 게 고단하고 지쳐서 어린 너에게 넋두리 한 거였는데 그때 다연이가 “엄마가 내 보물이라서 우린 부자야.”라는 말에 힘을 낸 적이 있었어. 지금도 가끔 그때 다연이의 말이 기억나서 엄마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단다. 때로는 어른들은 어린아이를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 같아.
작년에 다연이가 많이 아파서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중간에 외박 나오던 날, 놀이터를 지나치며 다연이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마음 속 이야기를 처음으로 엄마에게 말해주었어. “엄마, 난 유치원 때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다른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엄마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런데 나만 엄마가 없어서 그게 너무 싫었어. 그리고 엄마가 밤늦게 집에 들어오니깐 엄마 얼굴 보고 싶어서 잠 안 자고 기다렸어. 그런데 엄마는 나를 보더니 왜 아직도 안 자고 뭐하냐고 화내면서 야단쳤었어. 난 엄마가 보고 싶어서 안 자고 기다린 건데 엄마가 화를 내서 너무 외롭고 슬펐어.”
다연이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왔던 어린 시절 외로움과 아팠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엄마는 너에게 많이 미안했었어. 다연이 입장에서는 갑자기 아빠도 사라지고, 엄마마저 밤늦게 집에 들어오면서 많이 외롭고 무서웠을 건데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어린 너를 키우려면 어떻게든 빨리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해서 정작 엄마 없이 외로웠을 어린 다연이의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것 같아.
다연아. 늦게나마 엄마가 어린 시절 너의 외로움과 아픔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다연이가 어린 시절 외로웠다고 이야기해주었던 날 엄마가 너를 꼭 안으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것 기억하니? 어린 시절 엄마가 함께해주지 못했던 것, 지금이라도 다연이 옆에 있어주겠다던 약속도 말이야. 그때 다연이는 웃으며 “엄마. 순서가 많이 바뀐 것 같아.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옆에 있어주고, 지금 사춘기일 때는 엄마는 거리를 두는 거야.” 라고 말했지.
그런데 다연아. 엄마는 다연이 어릴 때 엄마가 옆에 있어주지 못했던 그 미안한 마음. 지금이라도 너의 어린 시절 외롭고 힘들었을 마음을 보듬어 주고 싶어. 다연아 지금이라도 어릴 때 엄마에게 하지 못했던 떼도 쓰고 어리광도 부리렴. 그리고 힘든 일 있으면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엄마에게 이야기해주렴.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린 다연이를 보면 엄마는 한없이 미안해.
다연아. 엄마가 요즘 김붕년 교수님 강의를 듣는데 사춘기는 유아기 때 해주지 못했던 것을 만회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라고 하더라. 엄마가 다연이 어릴 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대신해 사춘기라는 두 번째 기회를 잡아볼게. 엄마와 여행도 다니고, 이야기도 나누며,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보자.
다연아 엄마는 우리 딸 다연이가 너무 좋아. 네가 어릴 때 엄마가 보고 싶어 밤늦게 잠도 안 자고 기다렸듯 이젠 엄마가 널 기다리고 기다릴게. 다연이가 어떤 모습이든 너의 존재만으로도 사랑하고 감사해. 사랑한다. 내 딸 다연아.
2025.5.18. 다연이의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