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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고 사는 법/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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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꽃향기 작성일11-01-21 15:53 조회47,6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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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고 사는 법

유 미 숙

고통을 통해 행복의 소중함을 깨닫지만 행복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고통스러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왜 기를 쓰고 고통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쓸 데 없는 분노는 그저 고통일 뿐인데요. 아이를 키우면서 습관적으로 화를 내고 있는 부모를 많이 봅니다. 왜 애를 낳아 이 고생을 하느냐고 신세 한탄도 하고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까지 합니다. 그런 부모에게 정말 자식이 없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지 저는 의문입니다. 화가 습관인 사람은 자식이 있든 없든 어떤 요인으로도 분노가 일어나기 쉬운 사람이니까요.

화를 조절하려면 화가 나는 이유부터 알아야 합니다. 화는 대개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생기는데, 먼저 기대가 어긋났을 때 화가 납니다. 이때의 기대를 ‘당위적 기대’라고 합니다. “당연히 ~해야 한다.”는 기대가 어긋났을 때 실망감과 상실감을 느껴 화로 표출됩니다. 엄마가 한마디 했으면 당연히 알아서 공부해야 하는데 안 했거나, 어제 가르쳐줬으니 오늘 분명히 알아야 하는데 또 틀렸을 때 화가 납니다. 공부를 시작했으면 집중해서 해야 하는데 뭉그적거릴 때 화가 납니다.

두 번째로 나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화가 곧잘 납니다. 아이가 말도 없이 친구와 노느라고 집에 늦게 들어왔다면 대개 화가 나겠지만, “저 나이 때 오죽 놀고 싶었으면 그렇게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 화가 누그러지기도 합니다. 약속 장소에 늦게 나오는 친구를 기다리며 “바빠 죽겠는데 불러놓고 왜 안 나오는 거야?”라고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얘가 늦을 애가 아닌데 무슨 일이 있나?” 또는 “차가 많이 밀리나 보다.”라고 생각하면 화가 덜 납니다. 화는 오로지 내 입장에 갇혀 있을 때 극하게 표출됩니다.

마지막으로 허용 한계를 넘어설 때 화가 납니다. 아이가 조금 늦게 오는 것은 허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말도 없이 서너 시간을 늦으면 화가 납니다. 가족끼리 있을 때 화가 나지 않던 아이의 행동도 여러 사람들 앞에서 무례하면 화가 납니다. 평상시에 넘어갈 수 있는 행동도 몸이 좀 아프면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부모의 마음 속 허용 한계를 넘어선 것입니다.

이들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할 때 화가 나는데 가장 근본적인 것은 처음 이유, 당위적 기대가 어긋났을 때입니다. 따라서 분노 조절의 핵심은 기대 조절에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화가 난 상태에서는 이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퍼붓고 나서야 도가 지나쳤음을 알게 됩니다. 뒤늦게야 나의 기대가 헛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인 것은 연습을 하면 화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몇 번을 가르쳐 준 문제인데 또 틀렸다면 화를 내기 전에 일단 멈추고 “나의 기대는 정당한가?”를 되묻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아이가 엄마를 놀리기 위해 일부러 틀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엄마의 잔소리가 좋아서 일부러 틀리지는 않습니다. 두세 번 가르쳐주면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오직 부모의 생각일 뿐입니다. “서너 번 문제를 가르쳐줬는데도 왜 또 틀렸을까? 혹시 나의 지도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고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번 틀린 문제를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구주어식’ 지도법을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말은 쉽지만 화가 나는 것을 일단 멈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내 마음의 정지 버튼’을 만들어 보기 바랍니다. 정지 버튼의 위치는 신체의 특정 부분으로 정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손바닥에 정지 버튼을 만들었다고 하면, 화가 날 때 “멈춰!”라고 외치면서 손바닥을 꾹 누르며 딱 30초만 참아보기 바랍니다. 우스운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실제로 해보면 효과가 매우 큽니다. 내 마음의 정지 버튼을 만들어 화를 조절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바꾼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지금 당장 마음속으로 천천히 서른 번을 세어보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긴 시간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특히 화가 난 순간의 30초는 화를 낼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화는 ‘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입니다. 동일한 상황에서도 화가 나는 사람이 있고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화를 낼 자유도 있고 또한 화를 내지 않을 자유도 있습니다. 화가 난다는 표현 대신 화를 낸다는 표현으로만 바꿔도 화를 조절하기가 쉬워집니다. 이 작은 언어 습관이 자극에 대한 수동적이고 반사적인 자세를 주도적으로 바꾸어 줍니다. 주도적이라는 말은 화를 낼지 말지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화가 나면 내 마음의 정지 버튼을 누르고 딱 30초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나의 화는 정당한지, 나를 화나게 만드는 나의 기대는 정당한 것인지를 말입니다.

새해의 목표로 내 안의 화를 조절하는 것을 넣으면 어떨까요? 화를 조절하면 삶이 편안해집니다. (자매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부모2.0’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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