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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다문학상 우수상> 친구가 된 딸, 동행이 되어준 다비다 / 장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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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2-08-11 10:59 조회7,0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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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된 딸, 동행이 되어준 다비다

 

                                                               장수정

 

저는 20055월 말 경 남편의 갑작스런 사고로 사별하게 되었고 황망함과 슬픔에 젖어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다비다를 알게 되었고 김혜란 목사님과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그해 8월경 처음 모임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남편과는 결혼 후 만 5년 반을 함께하고 이별하게 되었는데요. 남편은 조용한 성격에 13녀의 외아들로 노총각이었고 믿음이 신실한 신앙인으로 교회 고등부 교사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온화한 성격에 가정적이었고 의견차이가 있을 때는 가능하면 제 입장에 따라주는 배려심도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여행하기를 좋아해서 주일을 제외한 달력의 빨간 날이 되면 어김없이, 늦잠에 취해있는 저를 부지런히 깨워 운전기사를 자초하며 여기저기 좋은 곳을 구경시켜주곤 했습니다. 아마도 제 인생에서는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렇게 신혼이 지나고 딸이 5살이 된 20055월경 남편은 양치를 하면서 머릿속에서 자꾸 소리가 나는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후 반복되는 두통으로 당시 직장관계로 거주 중이던 부천 쪽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은 결과 뇌동정맥기형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질병인데 나이가 들어서 증상이 발현되고 불시에 뇌출혈이 올 수 있으므로 예방차원에서 꼭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두개골을 여는 절개수술이 아니고 카세터라는 철선을 혈관에 집어넣어 시술하는 색전술이라는 최신의 시술방법이 있었고 저희 가족들은 미리 발견하게 해주시고 좋은 의사를 만나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시술할 것에 동의했습니다.

 

시술은 총 3번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1차 시술이 잘 되어 5월 말 경 2차 시술에 들어갔습니다. 시술은 예정된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는 듯했고, 4시간 여 만에 담당 의사가 드디어 시술을 끝내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시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나서 5분 정도 지나서일까, 남편은 수술실에서 급하게 실려 나왔고 누가 봐도 정상적인 환자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같이 나온 의료진은 수술직후 환자에게 갑자기 뇌출혈이 왔으며 뇌절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 후 정상적인 생활은 힘들 수도 있다는 믿기 힘든 말을 남겼습니다. 남편은 위급한 상황에서 뇌를 열어 장시간의 수술을 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하나님 곁으로 떠나갔습니다. 예방 차원에서 제 발로 들어와 입원한지 5일 만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드라마로 TV에서 보기만 했던 의료사고의 당사자가 바로 저희 가족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남편을 보낸 후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고 슬픔이 주체가 안 되어 눈물을 달고 지냈으며 가끔씩은 울화도 치밀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비다를 알게 되었고 김혜란 목사님의 인도로 정기모임에 참석한 이후 지금까지 다비다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저는 아빠에 관한 스토리를 딸이 대학생이 된 최근에야 세린이에게 말했습니다. 그전에는 너무 어려서 상처가 염려 되었고 고등학생 때는 입시에 영향이 있을까봐 뒤로 미루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충격을 받을 줄 알았던 딸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아빠에 대해 궁금했을 텐데 묻지도 못하고 이런저런 상상만 했을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건 살아계셨다면 딸 바보였을 아빠가 지금도 하늘에서 지켜보면서 대견해 하고 있다는 사실이겠죠.

이제는 딸이 성인이 되어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고 가끔 영화도 보고 좋은 곳으로 나들이도 가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사귀고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준 세린이가 올해는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어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춤동아리에서 열심히 춤 연습도 하고 있고 바쁜 가운데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도 벌고 있습니다. 엄마보다는 성격도 좋아 친구들도 많고 저한테 없는 재주도 많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가끔씩,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남편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소소한 얘기를 나누었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선하고 믿음이 깊었던 남편을 그렇게 빨리 데려가셨을까 하는 물음이 아직도 들곤 하지만 그에 대한 해답은 아마 숙제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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