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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거꾸로 세상 / 허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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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2-10-27 16:24 조회7,8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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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거꾸로 세상

허윤숙

 

주님 저를 왜 이렇게

만드셨나요?

허리가 접혀 평생을

머리가 땅에 박혀 사나이다.

펴지지 않아 괴로운 이 몸이

나를 바라보는 이들을 붙잡습니다.

 

그들의 접혀진 미간이

내 안의 골짜기가 되어 푹 패여갑니다.

이유 없는 손가락질은

굳은 내 몸이 이유라고 합니다.

누가 나를 알겠습니까?

누가 내 마음을 듣겠습니까?

 

친구와 정답게 악수하고

비 오는 날 함께 우산을 써 볼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줘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도 그럴 수만 있다면

 

감출 수도 없는 이 몸을 가지고도

나는 오늘도 일용할 양식 앞에서

기도합니다.

이웃의 따뜻한 국 한 그릇에

주님의 사랑이 한 가득 담겨 왔는데

다 먹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기도하길 잘했습니다.

주님께서 이 행복을 보내셨습니다.

오늘따라 다리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구름이 참 하얗고 예쁩니다.

거꾸로 보는 세상이 더 멋있는 건

주님과 나만의 비밀입니다.

 

천국에서 만날 내 선조 아브라함과

재미난 내 이야기를 잔뜩 나눌

생각입니다.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때 맞추어 찾아오는 참새 손님

마중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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