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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다, 가을 하늘 날다 / 허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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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2-11-11 11:35 조회6,0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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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다, 가을 하늘 날다

허윤숙

 

1022일 토요일, 북한산 자락 한 쪽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팀수양관에 밝은 얼굴의 다비다들이 모였다. 하늘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처럼 파랗고 깨끗했다. 초록색 마을 버스가 덜컹거리며 불광동의 정취를 소개하고, 수양관의 입구 코앞까지 안내해 주었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갈색 재킷과 베레모를 걸치신 이영복 장로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시니 낯선 곳이 친근해졌다. 반석관 문 앞에서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이해 주시는 이주은 목사님의 따뜻한 목소리가 새삼 가을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3년 만에 열린 이번 캠프는 함께 웃고 싶은 다비다의 마음을 모두 담기에 충분했다.

그간 못 보았던 회원들과 처음 참여하신 분들은 저마다 봉사부원들이 걸어주신 명찰을 달고 서로의 얼굴을 익히느라 눈을 반짝이며 열심을 냈다. 함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예배실에서 개회예배를 드렸다. 변혜경 자매님의 찬양과 인천에서 오신 이예훈 집사님의 색소폰 연주가 흘렀다. 뒤 이어 이주은 목사님께서 룻의 시어머니인 나오미의 이야기를 해주시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설교해 주셨다. 우리가 서로를 보며 나오미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룻이 만난 나오미의 하나님은 우리 다비다의 하나님이었다.

이어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팔방미인 선미 언니가 얼마나 재미있게 진행을 하는지 모두 배꼽을 잡았다. 밖으로 나와 새로 오신 자매님들과 산책을 했다. 그동안, 열다섯 명의 우리 자녀들은 김영현 전도사님과 잔디밭에서 달리고, 장난감을 하늘 높이 날리며 하나님의 사랑을 흠뻑 받았다. 사춘기는 어디 갔는지 중학생 아들들도 동생들과 같이 웃고 놀았다. 덕분에 우리는 마음 놓고 소나무 숲을 거닐며 여고생처럼 사진을 찍었다. 언니들의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사진은 역시 빛을 발했다. 언니들 덕에 다비다 가을캠프에는 행복이 한 스푼 더 해졌다. 보물찾기 때, 아무것도 못 찾았어도 찾은 보물쪽지를 잃어버렸어도 사라지지 않는 끄떡없는 행복이었다.

석양이 질 때 쯤, 불향이 가득한 바비큐가 우리를 다시 식당으로 불렀다, 꿀맛 같은 바비큐 고기 한 점에도 정이 쌓인다. 장기자랑 시간에는 수줍음이 많은 꼬마들도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며 악기를 연주했고, 언니들의 흥겨운 춤사위도 우리의 세상 풍파를 한바탕 날려버렸다. 상품도 넉넉히 준비해 주셔서 모두 함께 나누어 가졌다. 캠프기간 동안 힘든 일도 묵묵히 도와준 정영미 조장님의 큰 아들, 동주 군이 다비다 맏아들 역할을 단단히 해주어서 좋은 선물을 하나 뽑았으면 했다.

제일 행복한 시간에, 모두 손을 잡고 동그랗게 둘러서서 기도하니 눈물이 차올랐다. 서로 눈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서로 안아주고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했다. 함께 웃기에 충분한 사랑이 마음에 채워져 갔다. 가을 저녁 숲 속에 울려 퍼졌던 팬플룻 소리와 함께 지난 달 회지에 실린 김혜란 목사님의쉼표의 시간이 떠오른다. 마지막 몇 소절 가져오며 그날의 감동을 곱게 동인다.

 

결코 무익하거나 헛된 시간이 아닙니다.

이 쉼표의 시간은

숨이 차서 죽게 되는 쉼표가 아니라

다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쉼표입니다.

주어진 일상적인 시간과 상황 속에서

소명과 사명의 소중한 의미를

다시 깨우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잠시 쉬게 하시고 다시 일으켜 세우실

하나님을 신뢰하며 기대합니다.

 

끝으로, 새로운 교회 목사님과 교우님들의 넉넉한 후원과 사랑을 통해, 다비다 자매들에게 쉼표의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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