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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에 다녀와서 / 조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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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18-12-19 16:08 조회20,9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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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에 다녀와서

 

조병옥

 

저는 올해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어 그저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작년 심장수술로 일을 그만둔 후 이직하여 제대로 주말에 쉬지 못하여 다비다 정기모임은 고사하고 집에서 계속 우울해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비다 젊은 엄마들 모임에서 서산에 놀러가자는 내용의 '톡'이 올라와 날짜를 보니 추석연휴 때로 저도 일을 쉬는 날이었습니다. 바로 참가하겠다고 하고 쌍둥이들과 함께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마음이 우울하여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필시 사람들의 얼굴과 자연들을 보면 우울한 마음이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만리포에 가기로 했던 날이 다가오자 핸드폰이 요란했습니다. 모두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까 즐거운 고민에 빠졌습니다. 초등학교 때 소풍을 앞두고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어 꼬박 일주일을 밤잠을 설치고 소풍 당일에는 결국 피곤해 늦잠을 자서 지각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런 어렸을 때의 동심은 어디로 갔는지 바로 출발 전 날까지도 무덤덤한 저와는 달리 쌍둥이들은 바다에 간다는 기대에 마음이 잔뜩 부풀어 있었습니다. 제 아이들이 학수고대하고 있는걸 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출발 전 날 고구마를 캐었는데 서산 갈 때 구워가야겠단 생각이 번뜩 들어 주섬주섬 작지만 먹기 편할 것 같은 것들만 골라 봉지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마음이 조금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별 건 아니지만 모두들 고구마를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좋겠고 평소의 쌍둥이들을 위한 카메라가 내일만큼은 모두에게 예쁜 추억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당일 아침 고구마를 구워 봉지에 담아 준비하고 전 날 밤 충전한 충전기를 카메라에 넣어 가방에 챙겨 메고 쌍둥이와 함께 출발하였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니 평택에서 1시간 반이 걸린다고 나왔습니다. 다비다 정기모임에 가는데 걸리는 2시간에 비하면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하지만 연휴기간이라 막히는 건 아닌지 걱정을 안고 출발을 하였는데 막히지도 않고 명절연휴라 고속도로 통행료도 무료였습니다. 그 정보를 몰랐던 저는 괜스레 득을 본거 같아 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각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오는 자매님들과 자차를 이용한 자매님들 모두 태안터미널에서 만나 차를 나누어 타고 드디어 목적지, 만리포에 도착하였습니다.

 

정말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좋은 오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펜션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바다뿐만 아니라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도 있고 바다 위를 건널 수 있는 짚라인 체험장도 있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바로 바다로 향했습니다. 모두의 기도 덕분이었을까요. 전 날 엄청 쌀쌀했던 날씨도 아이들이 해수욕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였습니다. 바다에서 수영을 처음 해보는 쌍둥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의 바람대로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다 같이 한차례 물놀이를 즐기고는 짚라인을 타러갔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지 못하였지만 쌍둥이들은 용감하게 타겠다고 하여 짚라인에 둘을 테워 보내며 걱정을 했습니다. 어찌되었든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무사히 돌아와 너무 재미있다며 또 타겠다는 쌍둥이들을 달래어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모두들 1박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작정한 듯 감사하고 푸짐한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또 다시 아이들과 함께 자석에 끌리듯 밖으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의 기도가 닿은 것일까요? 운행이 끝난 줄 알았던 깡통기차가 저희 앞에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마음속의 함성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습니다. 깡통기차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펜션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은 잘 가고 아쉬운 건지 눈을 뜨니 돌아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함께 천리포 수목원을 둘러보고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막상 헤어지려니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직 후 다비다 정기모임에 못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반드시 있기에 마음을 달래고 집으로 왔습니다. 가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우울해지지 않고 다비다 모임에 빠지지 않게 마음을 잡아달라고 기도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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