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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아홉 소녀이고 싶다 / 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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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2-03-11 11:57 조회9,5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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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아홉 소녀이고 싶다

정영미

 

20102, 12년 전 이맘때가 생각납니다. 급성 간농양의 후유증으로 왼쪽 눈의 시력을 잃고 바로 이은 대장암 진단과 항암치료로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가장 힘든 시기였지요. 당시 김혜란 목사님과 여러 다비다 식구들이 반찬을 만들어 찾아와 주기도 했었는데 그때의 사랑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갑작스런 질병으로 잘 자리잡아가던 직장도 잃고 세상적으로 소외된 듯한 우울감까지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제겐 신앙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굳건히 설 수 있는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그분을 만나는 큐티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다비다사무실에서 10년 이상 큐티 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인생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가 그분 안에서 새로워지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으니 감사한 일이지요. 그때부터 시작한 큐티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나누고자 하는 것도 바로 큐티 가운데 만난 그분의 끝없는 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금년 들어 한 큐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누가복음 8장의 씨 뿌리는 비유를 통해 만났던 예수님의 마음에 관한 것입니다. 저 자신의 영적 상태와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 것이지요.

 

예수님의 씨 뿌리는 비유에는 네 가지 마음 밭이 나오잖아요. 길가, 바위, 가시떨기 그리고 옥토 곧 좋은 땅입니다. 제가 말씀을 사모하기 시작한 계기가 고난 가운데서의 절박함이었기에 첫 번째의 공중의 새가 먹어버리는 길가 같은 마음 밭은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두 번째의 바위 같은 마음 밭, 한 때 바위 위같이 싹이 나오다가 뿌리가 없어 시련이 오면 그분을 배반한 기억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 번째 가시떨기 같은 마음 밭에 대해서는 솔직히 "나는 아니라."는 자신이 없었던 건 같습니다. 세상 염려와 재물과 욕심의 가시덤불에 수도 없이 찔리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최근 누가복음 8장을 묵상하면서 놀라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흔히 네 번째 마음 밭, 좋은 밭이 되라는 것이 본문의 결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 옥토야말로 나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길가가 노력한다고, 바위가 노력한다고, 가시떨기가 노력한다고 환경을 바꾸어 옥토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옥토는 그분이 만들어주고 기경해주셔야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묵상 중 하나님께서 제 마음 밭을 좋은 밭으로 계속 기경해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가시떨기까지도 하나하나 제거해 주셨다는 것을 깨달으며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저는 올해로 59입니다. 쉰아홉 나이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이 제 여린 마음 밭을 아름답게 잘 일궈주셨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저는 동네 탐방이 취미입니다. 주로 딸과 자주 다닙니다. 카페에서의 시간만 아니라 산책도 즐깁니다.

사람이 좋고 자연이 좋습니다. 제가 쉰아홉 나이에 그런 마음 밭을 표현하며 쓴 시를 한 편 나누고 싶습니다.

 

"쉰아홉 소녀이고 싶다

 

상봉역 부근 제주역 카페 찾아

골목길 이리저리 헤매더라도

하늘하늘 운동되고 재미있다며

순박한 웃음 짓는 소녀이고 싶다.

 

푸른 풀숲 헤매는 길고양이에게

야옹 소리 내어 오라 손짓하고

슬금슬금 달아나면 그려 잘 가라고

정다이 말 건네는 소녀이고 싶다.

 

중랑 캠핑 숲 홀로 버스킹 중

낙엽들이 살며시 자릴 뜰세라

뚜벅뚜벅 길손들의 발자국 소리에

오히려 조바심 나는 소녀이고 싶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자연 속에서

그분의 숨결을 느끼고 사는

쉰아홉 소녀이고 싶다.

 

감히 제가 감당할 수는 없지만 정말 쉰아홉에 되고 싶은 여인의 모습이 있습니다. 누가복음 7장의 여인입니다. 향유를 담은 옥합을 가져와 예수님의 발을 눈물로 적시고 머리털로 닦고 그 발에 입 맞추고 향유를 부은 여인입니다. 감히 그것이 저의 쉰아홉만 아니라 예순아홉, 일흔아홉, 여든아홉의 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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