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날자, 우리가 너의 날개다(국민일보 이지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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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18-01-25 15:45 조회4,61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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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두글자 발견-안항雁行)] 함께 날자, 우리가 너의 날개다
기러기 가족처럼 함께 가는 다비다자매회
입력 : 2018-01-12 14:54/수정 : 2018-01-12 16:05
기러기들이 먼 여정을 위해 브이(V)자 대형으로 함께 날아가는 것을 ‘안항雁行)’이라고 한다. 앞선 기러기들이 날개를 칠 때마다 만들어지는 상승기류는 뒤따르는 기러기들이 혼자 날 때보다 71% 정도나 쉽게 날 수 있게 도와준다. 가끔 알 수 없는 이유로 V자 대형에서 이탈하는 기러기가 나타나지만, 곧 공기의 저항을 느끼고 원래 대형으로 돌아온다. 만일 앞에서 인도하는 대장 기러기가 지치면 스스로 대형 뒤로 물러서고, 그 뒤를 따르던 기러기들이 앞으로 나와 V자 대형과 속도를 유지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험한 세상을 홀로 날아서 완주하기엔 너무 힘겹다. 그러나 홀로 있는 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날아간다면 훨씬 쉽게 날아갈 수 있다.
2017년 1월 다비다자매회 조장들이 워크숍을 마친 후 함께 했다. 맨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혜란 목사.
그런 의미에서 사별이나 이혼 별거 등으로 홀로된 여성들이 서로 의지하며 긴 인생길을 완주하도록 돕는 다비다자매회(회장 김혜란)는 안항는 기러기 가족 같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히 10:24)” 인생의 완주를 하는 이들은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여서 견딜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안항은 ‘함께’라는 단어로 가슴에 와닿는다.
‘안항雁行)’하는 가족들
김혜란(68) 목사는 1989년 평생을 함께 살아갈 줄 알았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함께’라는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했다. 하루아침에 사람들의 연민의 대상이 됐다. 누가 이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해 줄 수 있을까. ‘거기 누구 없어요’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최근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다비다자매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목사는 “소망을 잃고 쓰러졌을 때, 성경 안에서 한 여인을 만나고 살아갈 목적과 비전을 찾았다”고 말했다. 성경에 단 한 번 언급된 여성이었다(행 9:36~43). 고통당하는 이들의 친구가 되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작은 아주 소박했다. 그는 먼저 교회 주보에서 ‘교우 동정’을 살폈다.
혼자된 자매들을 개별적으로 찾아갔다. 또 직장 안에 있는 홀로된 여성들을 만나 함께 울어주고 어려운 심정을 이해해 주었다. 홀로된 여성들이 하나둘씩 그의 집으로 모였다. 명절, 성탄절엔 함께 식사했고 남편 기일에 외로운 엄마들과 자녀들을 초청해 함께 예배를 드렸다. 1994년 다비다자매회가 창립됐다. 그는 다비다자매회의 대장 기러기가 돼 날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행에서 근무했던 그는 싱글맘을 위한 사역을 위해 안정된 직장을 그만뒀다. 백석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목사안수를 받았다. 현재 이수교회 교육목사이다.
“절망은 희망의 반대말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절망은 희망의 모태였습니다. 절망 중에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했고 절망 중에 희망을 갈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준 절망의 선물은 다비다자매회라는 싱글맘을 섬기는 아름다운 공동체였습니다.”
다비다자매회 정기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동안 다비다자매회엔 수백 명이 거쳐서 갔고 현재 150여명의 싱글맘이 아름다운 안항을 하고 있다. 매월 네 번째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동작동 이수교회에서 정기모임이 열린다. 처음 참석한 사람들은 회원들의 밝은 표정에 놀란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조별모임, 강사들의 질문에 열정적으로 대답하는 반응, 자신의 슬픔과 내면의 이야기를 쏟아놓는 간증을 통해 마음의 짐을 털어내고 돌아갈 땐 환한 얼굴로 간다. ‘나만 불행한 여자이고 사회에서 소외된 외톨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이 열심히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가는 것을 보며 희망을 품는다.
김 목사는 ‘고립’이 가장 위험하다며 ‘고립’의 반대말은 ‘함께’라고 말한다. “저희는 봄과 가을엔 여행을 떠나고 여름휴가철이면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싱글맘들을 위해 8월 첫주면 ‘싱글맘 캠프’를 개최해 온 가족이 함께 무더운 여름을 행복하게 지냅니다. 연말엔 연극과 음악회 참석 등으로 외로울 시간이 없어요.”
다비다자매회는 하나님 안에서 아름다운 가정, 건강한 가정을 이루어서 자녀들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어머니 대상의 부모교육과 자녀들의 자조모임을 운영한다. 자칫 방황하기 쉬운 청소년 자녀들의 꿈 찾기, 진로탐색을 돕는다. 교복 및 학용품 구입을 위한 장학금 지원과 문화행사, 해외 자원봉사 등에 참여하도록 한다.
어떤 이는 때때로 이 대열에서 이탈하기도 하지만 불어 닥치는 강한 바람을 혼자 감당할 데가 없어서 다시 돌아와 다른 이들이 만들어 주는 강한 상승기류의 도움을 받아 당당한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함께’한다는 그 자체가 강한 힘을 만들어낸다.
당당하고 아름답게
50대 후반의 김나영(가명)씨는 오랜 시간 긴 터널 속에 갇혀 지냈다. 10년 전 남편이 가출한 뒤 행방불명된 후 홀로 어린 자녀를 키웠다. 그사이 당뇨망막병증으로 하루에 세 번 인슐린 주사를 맞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우울감에 빠졌다. 2010년 다비다자매회를 알게 됐다. 그는 “다비다자매회는 세상의 모임과 다르고 무엇보다 주님 안에서 함께해서 좋다”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곳, 서로가 서로에게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곳입니다. 화요 큐티모임에 참여해 자매들과 기쁨 가득한 교제를 하면서 영육간의 회복을 경험합니다.”
그는 그동안 자아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했다. 현재 바리스타 공부 중이며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아들은 군종으로 군 복무 중이고 딸은 호텔조리학과 재학 중에 자격증을 4개나 취득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세상 살아가는 것이 겁나지 않는다.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숙희(가명)씨는 현재 대장암 3기로 투병 중이지만 세상 사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담대하게 고백한다. 그는 매일 말씀을 묵상하고 ‘화요큐티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주님을 신뢰하기에 말씀 안의 교제를 통해 천국의 기쁨을 맛본다고 말했다. “다비다자매회에 참여한 지 10년 됐어요. 처음엔 늘 처음 온 사람처럼 모임이 끝나면 조용히 사라졌는데 지금은 낯선 자매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말을 겁니다. 모든 자매가 사랑스럽게만 보입니다. 유난히 겁이 많아 살아가는 것이 두렵기만 했는데 이젠 제 자신과 자녀들, 나의 모든 미래까지 주님께 의뢰하고 주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평안을 누리게 됐습니다.”
다비다자매회 정모임에서 엄마와 딸이 함께 기도하고 있다.
기러기들이 날아갈 때 한 마리가 아프거나 다쳐서 대열에서 떨어지면 다른 두 마리가 함께 낙하한 후 일정 기간 동안 머물며 돕고 보호한다. 이처럼 회원 중에는 자신의 삶에서도 부족함이 많고 외롭지만 이웃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며 사랑으로 섬기고 돌보는 이들도 있다. 이수경(가명)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머물 곳 없는 자매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한다. 그리고 ‘모자가정’이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얼굴도 알지 못하는 많은 여성을 섬긴다.
김 목사는 “교회는 가정 중심이기 때문에 싱글맘들이 교회에 정착하기 힘들어해요. 그러나 다비다자매회에서 신앙훈련을 받은 회원들은 개 교회에서 리더로 활동하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도움을 받는 자리에만 있던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회원들과 인생의 여정을 함께한다. ‘안항이란 두 글자가 만들어낸 기적이다.
한편 다비다자매회는 27일 오후 2시 이수성결교회에서 창립 24주년 기념예배를 드린다.
안항에 하나 더
“욥바에 다비다라 하는 여제자가 있으니 그 이름을 번역하면 도르가라 선행과 구제하는 일이 심히 많더니”(행 9:36)
성경의 인물 다비다가 살았던 욥바라는 항구도시는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56km 지점인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팔레스타인의 유명한 항구 도시다. 당시 풍랑으로 남편을 잃은 여인들이 많았다.
성경은 다비다에 대해 “선행과 구제하는 일이 심히 많았다”라고 기록한다. 구제와 선행의 시늉을 한 것이 아니라 헌신적인 태도로 최선을 다해 구제와 선행을 베풀었다는 의미다. 그녀는 풍족한 생활이 아니었으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본 것으로 보아 실천적 사랑을 소유한 자였다(행 9:39). 그녀가 병들어 죽자 그곳 제자들이 룻다에 있던 베드로를 급히 초청했고, 베드로가 도착하자 그곳 홀로된 여인들이 슬피 울며 그녀의 선행과 사랑을 전했다. 다비다는 사도 베드로의 기도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
다비다자매회는 성경에 소개된 다비다와 같이 홀로 지내지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사랑과 선행을 베풀며 살기 원하는 여인들의 모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비다는 혼자 사는 여인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서도 부족함이 많고 외롭지만 이웃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면 사랑으로 섬기고 돌보는 사람을 가리킨다. 다비다의 자녀도 함께 성장한다. 만화를 그리는 목사가 꿈인 한 중학교 2학년 자녀의 고백이다. “도움을 받기만하면 안될 것 같아서 용돈을 아껴 러빙 핸즈라는 기독교 봉사단체와 교회에 매월 1만원씩 후원하고 있어요. 한달에 한 번 멘토 선생님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 저도 나중에 커서 꼭 어려운 생활을 하는 멘티의 멘토가 되고 싶어요.”
다비다들은 울타리 없는 들판에 홀로 서 있는 듯 외롭고 추운 삶을 살아간다. 가족을 부양하고 청소년 자녀들과 힘겨루기를 하며 거친 세상을 홀로 헤쳐 가야 한다. 그러나 주님이 주시는 사랑을 경험하고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김혜란 목사는 “지금 한국 사회 안에선 사별과 급증하는 이혼으로 인해 싱글맘 가정들이 늘고 있다. 싱글맘과 자녀들이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받음 마음, 분노, 외로움, 죄책감이다. 누군가는 모진 비바람에 앞에 서 있는 이들의 이웃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지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