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고통으로 얼룩진 생애

나에게는 한 달에 한 번 다비다자매회의 자매들을 만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자매들과의 만남을 위해 사는 것 같다.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자매들이다. 그러나 자매들을 잘 섬기기엔 늘 부족하기 짝이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어 주님께 기도할 뿐이다.

주님 앞에서 오늘도 나의 삶을 반성해 본다. 우리 주님의 삶은 철저히 고통으로 얼룩진 생애였는데 오늘 나의 삶은 어찌 그리 편안함으로 엮어졌는지. 함께 했던 세월의 숫자만 헤아리며 ‘안주’라는 단어에 길들여져 언제인가부터 새로운 도전이란 생각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기모임을 마친 후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몸은 피곤하여 지쳐 있는데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날이 많다. 어느 날은 벅찬 감사와 기쁨으로, 또 어느 날은 아픔과 괴로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곤 한다.

오늘도 자매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과 고통이 눈에 보인다. 자신의 문제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싶지 않아 혼자서 얼마나 외로워했을까? 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담고 조용히 앉아 있던 자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우리의 고통의 많은 부분은 고통스러운 상황 그 자체에서보다 고통 중 느끼는 우리의 고립감에서 비롯된다. 이들의 문제는 외로움이다. 조금만 들어주고, 조금만 보호해주고, 조금만 손 잡아주면 일어 설 수 있는데... 현실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젠 각자 알아서 살아라며 그냥 어디로 가라고 저들을 밖으로 내치듯 돌려보내는 것은 아닌지.

상처를 치유하는 상처

주님은 열 두해 동안 병에 시달려 핏기 없는 얼굴을 하고, 냄새나는 옷과 함께 꿈도 자존심도 다 버린 상처뿐인 여인을 만나주셨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 두려워하는 그래서 들킬까 봐 예수님의 등 뒤에서 살짝 옷자락만 만진 여인을 “오죽하면 옷자락만 잡았겠나!”하는 마음으로 거절하기는커녕 사랑과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시고 치유하셨던 우리 주님.

나는 주님께 기도한다. “이 여인들! 고통과 아픔, 고독하고 지친 여인들, 주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지고자 찾아온 이 여인들을 받아주소서. 주님! 당신이 고난을 당하셨기에 진정 우리 삶의 고통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나누십니다.”라고. 한 때 나는 주님께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따지듯 기도를 드렸다. 그때 주님께서 “너 자신을 위해서 뿐 아니라, 남을 위한 고난이기도 하다.”고 깨우쳐 주셨다.

내가 가난해 보지 않고, 내가 절망해 보지 않고, 배척을 당하고 소외를 당해 보지 않고, 신앙의 의혹과 갈등을 해 보지 않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헤아리고, 세워줄 수 있겠는가? 주님은 상처와 아픔과 갈등을 통해 치유자로, 위로자로 그리고 믿음을 세워주는 자로 삼으신다. 참으로 고통 속에서 사랑은 피어나는가 보다. 진정으로 남의 고통을 알고 이해하고 나누는 것이 사랑인가 보다.

우리의 상처가 곧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의 상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 다비다 자매들이 우리의 상처도 누군가에게 값진 선물일 수 있음을 기억해 주길 소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다른 이들에게 털어놓고 그들이 진실로 자기의 말을 들어주는 것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위안을 느낀다. 아픔을 아는 자들끼리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소중한 것은 내가 더 이상 홀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이해받고 이해하는, “연약함 안에서의 교제”를 새롭게 경험하기 시작할 때 슬픔의 한 가운데서 참 기쁨이 솟아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서로’를 주신 것은 서로 사랑의 공동체를 아름답게 이루어 가게 하기 위함이다. 사랑하는 다비다 자매들이 다비다자매회로 인해 이젠 상처라는 말이 정겹게 느껴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오늘도 우리가 오직 주님을 닮는 사랑으로 살아가길 간절히 기도한다.

- 김혜란의 <외발수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