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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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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5-17 17:12 조회29,3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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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다비다자매회 고문 / 하이패밀리 대표)

  과일 중에 과일은 두리안(durian)입니다.
이름은 말레이시아어로 '가시'를 뜻하는 두리(duri)에서 왔습니다.
타원형에서 원형으로 생긴 두리안은 딱딱한 껍질이 날카로운 가시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래서 쉬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거기다 그 향이 매우 강해서 어떤 사람들을 멀리 도망을 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번 그 맛에 길들여지면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마누라까지 팔아먹는다고까지 할까요.

  두리안이란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 생김새가 너무 못나 어머니마저 외면할 정도였습니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얼굴은 손을 갖다 댈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몸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는 코를 찌푸리게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조차 수군대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아이가 자랍니다.
친구도 없습니다. 늘 혼자 우두커니 있습니다.
어느 날 그를 낳아준 부모님도 세상을 떠나고 그야말로 외톨이가 됩니다.
그도 세월이 흐르면서 늙어갑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동네의 궂은 일이 있으면 두리안이 나서서 처리를 합니다.
남자들도 감당 못할 일을 두리안은 척척 해냅니다.
 심성(心性)이 그렇게 고울 수 없습니다.

  그러던 두리안이 여생을 다하여 죽습니다.
그를 불쌍히 여긴 동네 주민들이 마을 뒷동산에 묻어줍니다.
그리고 1년 뒤, 무덤가에는 나무가 자랍니다.
그리고 열매를 맺습니다.
 나무에서는 두리안에게서 맡았던 냄새가 납니다.
사람들은 그 모양마저도 두리안을 닮았다며 외면합니다.
어떤 사람은 두리안이 우리를 보복하기 위해서 피어난 것이라며 확 베어버리자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마을에 기근이 닥칩니다.
자연재해까지 일어나면서 그 해 모든 나무의 열매들이 다 죽습니다.
따 먹을 열매조차 없습니다.
사람들은 두리안의 재앙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두리안의 무덤가에 피어난 열매만이 죽지를 않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큰 고민에 잠깁니다.
저거라도 따 먹으면 좋을 텐데…….
그러나 쉽게 덤벼들 수가 없습니다.
그 때 한 노인네가 말합니다.
 “우리는 두리안을 놀려대고 해코지도 했지만 두리안은 우리를 배반한 일이 없었지 않냐고.”
그렇지만 아무도 두리안에 가까이 가지를 못합니다.
 아까 그 노인네가 다시 나섭니다.
“어차피 난 얼마 살지 못할 몸. 늙어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매 한가지인데…
내가 그 과일을 먹고 죽겠노라.”고.
그 노인은 열매를 땁니다. 껍질이 딱딱해 쉽게 열리지를 않습니다.
힘들여 껍질을 벗겨 냈을 때 그 안에는 황금빛으로 빛난 열매가 있습니다.
노인은 입에다 갖다 댑니다.
사람들은 탄성을 지릅니다.
이제 저 노인은 죽을 거라 했는데 노인은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죽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운만 펄펄 납니다.
사람들이 두리안의 무덤가로 몰려듭니다.
그리고 두리안을 따 먹고 기운을 차립니다.
동네 주민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두리안 축제를 엽니다.

  이전에는 독특한 맛으로 두리안을 먹었는데 요즘은 이야기로 두리안을 먹습니다.
두리안의 외로움과 고독, 질시를 향으로 피어낸 삶의 성찰, 거기다 노인의 용기와 삶의 지혜를 먹습니다. ‘속과 겉이 다른 사람’, - 우리가 그 동안 썼던 이 말이 적어도 두리안에게는 모욕적인 말임을 알았습니다. 도리어 두리안처럼 살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잠겨 봅니다.
두리안을 먹다 말고 아내를 쳐다봅니다. 싱긋이 웃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 얼굴에 주름은 지고 검버섯이 피어 어느 날, 화장을 하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사람, 그녀가 내 아내 김향숙일지라도 속은 노르스름하게 익어 그 향이 나를 매료시킬 그 날을 상상해 봅니다.
아내는 내가 왜 웃는지도 모르고 두리안을 한 모금 물고는 ‘와’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 모습이 더 향기로운 아침식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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