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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을 생각하자(요13:1-17) l 정성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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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18-06-18 11:40 조회19,4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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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을 생각하자(요13:1-17)

 

 

                                             정성기 목사(가평교회, 본회 후원교회)

 

‘다음’이라는 생각을 시작한 것이 작년부터입니다. ‘다음’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차례의 바로 뒤’, ‘어떤 일이나 과정이 끝난 뒤’, ‘어떤 시일이나 시간이 지난 뒤’ 등입니다. 처음으로 이 단어가 자꾸 떠올랐던 것은 수영장에서였습니다. 수영을 하고 나면, 샤워를 하게 되는데, 샤워를 하고 난 다음에 가만히 보니까 어떤 분은 자신이 씻은 비눗방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도 그냥 가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런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도 또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제가 샤워기를 가지고 그 비눗물을 씻어 냈습니다. 지금은 그 분이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 분 때문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도 그동안 다음을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모습을 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신앙인들이 ‘다음’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대부분이 ‘죽은 다음, 천국’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 다음을 생각하면서, 천국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것만이 신앙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천국이 우리가 죽어서 갈 곳이 확실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그것으로 다 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또 다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떠나고 난 후의 장소, 우리가 죽은 다음의 후손, 우리가 떠난 후 교회, 우리가 떠난 후 사회를 다 생각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보니, 주님은 자신의 앞날의 다음과 떠난 후의 다음을 생각하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말씀에서도 주님은 죽음 이후에 갈 곳이 이제 눈앞에 왔음을 분명히 알고 계십니다.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분명 죽음 이후에 아버지께로,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을 확실히 아셨습니다. 이제 주님은 사명을 다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시면 됩니다. 그것만을 잘 감당하시면 됩니다. 그것에 집중하고 몰두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주님은 자신이 떠난 후의 자리, 자신이 떠난 다음의 제자들을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주님은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제자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행한 행동이 무엇입니까? ‘사랑의 행위’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행동’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까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으신 후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친히 “본을 보였노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분명 자신이 이제 고난당하시고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시면 됩니다. 그 길만도 벅찬 길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제자들을 위한 일이 너무 중요했기 때문에, 식사 중에 숟가락을 내려놓으시고, 대야와 수건을 가지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것입니다. 주님은 자신이 떠난 다음에, 제자들이 어떻게 살든 신경 쓰지 않으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떠난 다음을 생각했습니다. 서로 싸우지 말고, 서로 높아지려고 하지 말고, 서로 잘난 체 하지 말고, 서로 섬기는 삶을 살아가는 더 나은 복된 삶을 살도록 교훈하기 위해 주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17절에 “너희가 이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있으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은 자신이 떠난 다음의 제자들의 삶이 보다 더 나은 복된 삶을 살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친히 낮아지신 것입니다. 선생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제자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 지금보다 더욱 복된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자신이 낮은 자리, 종의 자리를 택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다비다자매회 회원 여러분의 남은 생애가 비록 벅차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도 주님처럼 여러분의 자녀들, 그리고 여러분이 섬기는 교회를 끝까지 사랑하십시오. 우리는 내가 떠나고 난 자리가 더 아름답고 복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세상을 물려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주님이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신 것처럼, 나 자신을 내려놓고 후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제가 목회를 시작할 때, “우리가 목회할 때는 그런대로 했다만, 너희가 목회할 때는 걱정된다”는 선배 목사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는 점점 목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점 목회 환경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 들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음’을 묵상하는 가운데 나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 나는 후배들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 열심히 헌신하여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내가 목회할 때도 좋았다. 그런데 너희가 목회할 때는 더 좋을 것이다.”

 

사랑하는 ‘다비다자매회’ 회원 여러분, 여러분의 남은 생애의 삶이, 그리고 언젠가 떠날 것인데 떠난 후의 다음 가정이 지금보다 낫기를 바랍니다. 다음을 생각하셨던 예수님처럼 우리도 자신을 위해 죽지 않고, 자신을 위해 살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처럼 ‘한 알의 밀알’이 되어 결국 내가 끝까지 사랑함으로, 나의 헌신된 삶으로 후손들이 살고, 교회가 살고, 다비다자매회가 살아나는 미래가 더욱 복되고 아름답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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