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노래, 다비다의 노래 / 이영복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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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0-07-13 13:47 조회16,4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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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노래, 다비다의 노래(시 121:1~8)
이영복 장로(다비다자매회 사무국장)
오늘은 시편 121편을 본문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성전이 있는 시온산을 향해 길을 걷는 것을 묵상하며 영적 여행을 떠나보고자 합니다. 3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걸을 겁니다. 제 1구간은 '나에게서 하나님에게로', 제 2구간은 '나에게서 너에게로', 제 3구간은 '나에게서 나에게로'입니다.
1. 나에게서 하나님에게로 가는 여행(1~2절)
첫째는 ‘나에게서 하나님에게로 가는 여행’입니다. 시편 121편 1절과 2절을 읽어봅시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아름다운 길은 풍경도 풍경이지만 왜 그 길을 가는가라는 의미가 중요합니다. 많은 학자들이 시편 121편을 이스라엘 사람들이 70년 바벨론 포로생활에서 풀려나 고향의 예루살렘 성전으로 돌아가는 귀향길의 노래로 봅니다. 긴 고난의 끝에 벅찬 감동으로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순례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머나 먼 순례길이 요즘 여행하는 것처럼 편했을 리 없었겠죠? 신발이 편한 것도 아니고 숙소가 편한 것도 아니고 잘 먹고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는 길 곳곳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순례길을 떠나는 심정을 제가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내가 시온 산을 향하여 가겠습니다. 그런데 이 길을 가기가 참 힘이 듭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오직 이 세상 만물을 지으시고 특별히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당신만이 나의 도우심이란 것을 믿고 나아갑니다."라고. 그 길은 각자 나름대로의 절박한 곤경에서 하나님이 도우시리라는 것을 믿고 그분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그 길은 설렘과 감동이 있는 길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그분을 만날 때 기쁨과 감격은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1절의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는 탄식에 가까운 말입니다. 우리 다비다자매들이 수도 없이 울며 외쳤을 “거기 누구 없소?”와 같은 말입니다. 시편 121편 기자는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우심은 천지를 하나님에게서 오지.”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하나님과 대화했습니다. 바로 “나에게서 하나님에게로 가는 여행”이었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영적 순례의 비밀입니다. 곧 창조주가 되시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시는 그분을 알아가는 영생의 비밀입니다. 우리 또한 말할 수 없는 절망 가운데서 그분에게 이끌려 영생을 맛보며 주님과 함께 걷는 그 영적순례에 참여한 자들입니다. 그 다함이 없는 은혜를 입은 자들입니다.
2. 나에게서 너에게로 가는 여행(3~8절)
둘째는 ‘나에게서 너에게로 가는 여행’입니다. 시편 121편 3~8절을 읽어 봅시다.
“여호와께서 너를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이가 졸지 아니하시리 로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이시라 여호와께서 네 오른쪽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아니하리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하게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
시편 121편 1~2절의 중심 주체가 ‘내가’ ‘나의’ 등 ‘나’라면 3~8절은 ‘너로’ ‘너를’ ‘너의’ 등 ‘너’입니다. 곧 3~8절은 ‘나에게서 너에게로 가는 여행’임을 보여줍니다. 함께 순례길을 걷는 자를 격려하며 가는 여행입니다. 어떤 말로 격려합니까? “여호와께서 너로 실족치 않게 하시며”로 시작하여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로 끝납니다. ‘나의 출입’이 아니라 ‘너의 출입’입니다. 그런데 그 구절을 읽다보면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까? 제사장 등 영적 지도자가 들려주는 축복의 메시지일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저는 순례길을 걷는 아빠나 엄마가 자녀들에게, 또는 길을 가다 만난 다른 순례자들에게 하나님께서 도우시니 힘을 내라 격려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편 121편의 짧은 구절에 지켜주신다는 말이 6번이나 나옵니다. 어떻게 지켜주십니까? 장소적으로는 우리의 ‘우편’, 즉 가까이 바로 곁에서 지켜주고, 시간적으로는 ‘지금부터 영원까지’입니다. 그것도 24시간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시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다비다자매 여러분, 하나님은 지켜주시겠다고 약속하셨지만, 혹 솔직히 낮의 해도 두렵고 밤의 달도 두렵지는 않습니까? 집밖으로 나가기도 싫고 집에서 그냥 잠만 자고 싶지는 않습니까? 아예 낮이 되고 밤이 되는 시간의 흐름 자체가 괴롭지는 않습니까? 시편 121편의 하나님은 나와는 상관없는 하나님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까? 바로 지금 이 시간에도 그런 생각이 드시는 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분, 시온산을 향해 한 걸음, 믿음의 발을 내 딛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만날 겁니다. 여러분의 등 뒤에서 도와주시기도 하고, 정 힘들어 어쩔 줄 몰라 하면 여러분을 업고 가시기도 하실 겁니다.
우리 시편 121편 3~8절 말씀으로 서로 격려의 말들을 나눕시다. “하나님은 졸지도 않고 주무시지도 않고 우편에서 그늘이 되어주고 낮의 해와 밤의 달이 너를 해치 않는단다.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케 하고 영혼을 지켜주신단다.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켜주신단다.” 오늘 집에 가시면 아이들도 안아주며 같은 말로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두 번째 영적 순례의 비밀은 곧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서로 지체가 되는 교회의 비밀입니다. 시편 121편 3~8절을 신약의 버전으로 풀어 보면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성전 되시는 주님 앞으로 함께 나왔습니다. 함께 주 안에서 하나가 된 교회의 비밀을 확인하였습니다. 내가 교회이고 네가 교회이고 우리가 교회입니다. 주님은 언제나 우리 편입니다. 어둠의 권세가 결코 이기지 못합니다. 주님이 피 흘려 사신 교회를 내가 사랑합니다. 영원토록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라고.
3. 나에게서 나에게로 가는 여행(소명)
셋째는 “나에게서 나에게로 가는 여행”입니다. 시편 121편은 8절로 끝나지만 저는 그 뒤에 부록처럼 숨어 있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나에게서 하나님에게로”, “나에게서 너에게로”가 그분의 은혜 속에 이루어지면 우리는 진정 “나에게서 나에게로”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소명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삶이 내게 말을 걸어 올 때>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는 파커J. 파머로서 <가르칠 수 있는 용기>란 책도 썼죠. 미국의 존경받는 교육지도자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그 책에서 ‘소명’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있는데, 저자는 소명의 참된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명의 참된 의미는 ‘vocation’이라는 영어 단어 안에 숨겨져 있다. 그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로 목소리를 뜻하는 ‘voice’다. 소명은 내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의미하지 않는다. 소명은 내가 들어야 할 내면의 부름의 소리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말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 주는 내 인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만 한다.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일러 주는 진리와 가치에 귀 기울여야만 한다. 마지못해 따르는 삶의 기준이 아니라 진정한 내 인생을 살기 위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기준 말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확인, 자기 인식, 참된 자아의 발견은 자연스레 소명으로 이어집니다. 우리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내면에 들려주는 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베드로전서 2장 9절에서 신자의 정체성에 대해 “오직 너희는 택하신 족속, 왕 같은 제사장들, 거룩한 나라,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소명으로 연결했습니다.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자 곧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하려 하심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26년 전, 다비다자매회를 시작한 김혜란 목사님과 여러 다비다자매들이야말로 홀로된 고난 중에 있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라는 소명을 받은 분들입니다.
4. 마무리하면서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오늘은 시편 121편을 통해 3가지 영적순례의 비밀에 대해 나눴습니다. 첫째는 “나에게서 하나님에게로” 곧 창조주 되시고 내 인생의 주인 되시는 그분을 알아가는 영생의 비밀이라고 했습니다. 둘째는 “나에게서 너에게로” 곧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서로 지체가 되는 교회의 비밀이라고 했습니다. 셋째는 “나에게서 나에게로” 곧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주님이 계신 성전인 진정한 자아, 참된 자아에게로 가는 길, 그 길을 걸으면서 자연스레 소명을 발견하는 비밀이라고 했습니다.
"거기 누구 없소?"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기막힌 상황에서, 하나님이 왜 내게 그러셨냐는 원망이 잠깐 일기도 했고 하나님이 나의 도움이 된다는 시편 121편 말씀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믿음으로 순례길을 가기로 작정한 사람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의 길을 나서고 난 후, 실제로 하나님이 지켜주신다는 것을 수도 없이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여기에 모인 다비다자매들은 시편 121편을 자기 인생의 노래로 삼은 사람들입니다. 결코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함께 날아가는 브이(V)자 기러기의 비행, 안행(雁行)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로 서로를 격려하며 감사하고 기뻐하며 하나님이 세워주신 푯대를 향하여 인생의 순례길을 갈 사람들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참 아름다운 수화인사가 있죠? "당신을 존경합니다."는 의미로 온쪽 손바닥 위에 오른손 주먹 쥐고 올려 '엄지척' 표시를 하는 것 말입니다. 제가 언젠가 다비다 인사로 제안했던 인사법, 곧 두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만들어 옆으로 세워 눈가로 가져가 마치 거수경례를 하듯 하는 안행을 상징하는 인사법을 '엄지척' 인사와 함께 코로나 19 시대의 다비다자매회 인사법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가지 인사를 서로 해보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다비다자매 여러분, 저와 여러분의 영적 순례길에 하나님께서 동행하신다는 약속을 믿고 서로 사랑하며 함께 가십시다. 그분께 받은 사랑을 일생토록 누리고, 나누고, 전하면서 말입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