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의 헤어짐에 대하여 / 이영복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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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0-08-10 14:59 조회15,9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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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그리스도인들의 헤어짐에 대하여
이영복 장로(본회 사무국장)
Q : 최근에 주님 안에서 가까이 지내던 자매들과의 헤어짐이 있었습니다. 마치 야곱과 라반의 헤어짐처럼 서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야반도주하듯이 떠난 빈자리는 너무 휑하게 느껴졌으며 왜 주님께서 이런 헤어짐을 내게 허락하셨는지 원망하는 마음도 가졌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가운데, 무슨 사정이 있겠지 아마도 알리지 못할 아니면 알릴 경우 더욱 슬퍼할 나의 모습을 위로하기 위해 그랬겠지 등등 좋은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슬픈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네요.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슬그머니 서로 남이 되어 가고 있는 성도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더더욱 속이 상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의 헤어짐은 어떠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 실제로 우리는 아름답지 못한 이별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교회가 갈라지거나, 한 구성원이 출석 교회에서의 갈등 등으로 떠나게 되는 과정에서 겪는 당사자나 관계된 사람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며, 사실 이러한 경우에 좋게 헤어진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인간의 연약성 때문이지요. 교회 내에서도 근본적으로 떠나든 거하든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라는 의식보다는 멤버십(membership)이라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기가 쉽기 때문이지요.
저 자신도 20여 년 전, 홍콩에 있을 동안 당시 홍콩 C 교회의 선교사역 등 목회방침에 대한 생각이 달라 출석 교회를 옮긴 적이 있는데 교회를 섬기다가 떠나기로 한 이상 서로 좋게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헨리나우웬이라는 분은 '거울너머의 세계'라는 책에서, 자신이 교통사고로 거의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의 생각들에 대해 썼습니다. 그는 책에서 죽음을 향해 가는 자신의 길을 막는 것은 이상하게도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이 싫어하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과의 갈등관계를 해소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것보다 훨씬 부담스러웠다는 것입니다.
바울사도는 빌립보교회를 향해 믿는 자로서의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할 것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떠난 청년들을 용납해주시기 바랍니다. 비록 야곱처럼 야반도주를 했다 하더라도 그들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으려니 이해해주시고요. 이를테면 상세히 그 문제에 대해 의논하고 했었더라면 자매님에게 설득을 당해 분명히 교회를 떠나지 못하게 되리라는 생각에서 그랬을 것이라고 이해하면서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성령님께서 더 이상 자매님이 그로 인해 마음 아파하지 않기를 바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회는 원래 선교의 소명 등으로 떠나기 위해 모인 공동체이니까요. 물론 잘 떠나야 하고 잘 떠나보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당신의 모친 마리아와 동생들이 바깥에 와 있다는 전갈을 듣고, 말을 전해준 사람에게 제자들을 가리키며 “나의 모친과 동생들을 보라.” 말씀하신 주님,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 하신 주님께서 제시하신 그 천국의 패러다임이야말로 이 시대의 교회들에게 절실히 요구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헤어지느냐 같이 있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도 간에 과연 혈통도 초월하는 그런 일체감 속에서 사랑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닐까요? 그런 일체감을 가지고 사랑을 한다면 헤어짐이 대수이겠습니까?
한 가지 덧붙인다면, 올 초부터 코로나19로 비록 교회에서의 대면 모임은 줄었지만, 그리스도인들이 진정한 교회의 비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서로 지체가 되는 연합의 신비를 더욱 깊이 체험하고, 서로를 위한 사랑을 담아 기도하고 연락하는 가운데 더욱 깊이 교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