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다 사역 28년을 회고하며 / 김혜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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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 작성일22-03-11 11:56 조회11,14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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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다 사역 28년을 회고하며
김혜란 목사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10:24~25)
1. 들어가는 말
다비다 시집 ‘여백(餘白)’이 3월에 출간됩니다. 제가 임기를 마치며 받는 귀한 선물로 알고 감사히 받으려 합니다. 시집은 우리 회원들의 시, 이 국장님의 시, 그리고 저의 시들로 꾸며졌습니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모두가 시인이 되어 기뻐하였습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훌륭한 시집입니다.
저의 시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받은 은혜와 회개와 감동을 적은 글들, 그리고 다비다 사역을 하며 힘들 때마다 하나님께 호소하였던 시들입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유쾌한 내용보다는 좀 진지하고 우울하기도 한 내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저의 다비다 사역의 Story들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집에 실린 시 몇 개를 소개하며 저의 다비다 사역 28년을 회고해보고자 합니다.
2. 조용히 흐르는 냇물 되고 싶어라
오늘도
조용히 흐르는 냇물 되고 싶어라.
큰 바위, 작은 돌멩이, 조약돌
마주치며 스쳐가는
모든 사랑스런 창조물들을
다정히 안아주고 미소 지으며
조용히 흐르는 냇물 되고 싶어라.
냇가에 자라나는 버드나무, 갈대, 들꽃
숲 속의 풀벌레소리 바람소리
하늘을 나는 산새들
그 분의 솜씨를 찬양하며
조용히 흐르는 냇물 되고 싶어라.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멀고 험한지
알 순 없지만
가야할 길 그 분께 맡기고
노래하며 즐거워하며
조용히 흐르는 냇물 되고 싶어라.
이 시는 40대 초반, 다비다를 처음 시작할 때의 저의 마음을 표현한 시입니다. 저는 넓은 바다나 큰 호수나 큰 강이 아니라, 그저 작은 냇물이 되어 내일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주님이 인도하시는 길을 따라 멈춤이 없이 조용히 흐르는 냇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냇물은 혼자 외로이 흘러가는 듯해 보여도 물속의 돌멩이로부터 냇가의 들풀, 그리고 공중의 새에 이르기까지 낯을 가리지 않고 주변의 모든 것과 함께 흘러갑니다. 가야 할 길이 어딘지, 얼마나 험한지 알 수 없지만 하늘을 바라보며, 주변의 모든 것들과 함께 졸졸졸 주님을 노래하며 흐르는 냇물이 되고 싶은 저의 마음을 적었습니다. 그렇게 주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28년이 흘러왔습니다.
저는 다비다자매회가 참 좋습니다. 28년이 되었어도 건물 하나 없는 작은 다비다이지만 예수님이 다비다를 너무너무 좋아하시고, 또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계셔서 참으로 행복합니다.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귀한 공동체입니다. 다비다자매회를 섬기면서 저는 주님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렸음을 감사드립니다.
3. 내 젊은 날의 노후 대책
어두움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나에게
당신은 말씀으로
내 영혼의 등불을
환히 밝혀 주셨습니다.
언젠가 주님께 약속했던,
당신만을 기쁘시게 하는 자 되겠다는
나의 고백을 기억하게 하시고
그 마음 다시 회복시키신
세미하신 주님
당신은 나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평생토록
기쁨과 사랑과 수고가 충만한
사명이 있음이
진정한 행복자임을.
천국 복음을 전하며
이웃의 고통과 답답함을 함께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격려해야 할
사명이 있는 삶이
진정 값진 삶인 것을.
능력 있는 남편,
착한 아들, 건강한 육신이
나의 노후 대책이 아니라
당신께서 부탁하신 사명의 삶이
바로 당신께서 나를 위해 준비하신
나의 노후 대책입니다.
이 시 역시 남편이 떠난 후 제 마음을 기록한 글입니다. 건강했던 남편이 3개월 만에 급성폐암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남편의 죽음을 지켜본 저는 저 또한 언제 주님이 부르실지 모르는데 그날을 준비하며 하루하루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싱글맘이 되고 보니 저의 관심은 온통 싱글맘에게 향했습니다. 28년 전 다비다자매회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저는 주변에 홀로된 여인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들의 슬픔과 외로움, 가난하고 소망이 없는 삶을 보면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의 힘과 위로가 되시는 예수님을 전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받으며 그들이 조금씩 회복되어갈 때 너무 기뻤고 그들도 저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들과 만나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혼자되신 분들의 친구가 되는 것은 저처럼 혼자 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이 주신 저의 사명은 강도 만난 자와 같이 원치 않는 슬픔을 당하여 애통해 하는 자들의‘좋은 이웃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은 저에게 이 사명을 주셨을 뿐 아니라 그 일을 이루시기 위해 늘 저와 함께하셨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저에게 많은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동역자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내 머릿속에는 온통 다비다 뿐이었습니다. 힘든 줄도 모르고 늘 긴장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달려오게 하셨습니다. 사명의 길을 가는 것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보람 있고 행복했습니다. 사명이 저를 살게 했습니다. 사명으로 살면 남편이 없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더 좋은 남편이신 주님의 사랑과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노후 대책이란 노후에 편안히 살 수 있는 돈이나 자녀가 아닙니다. 주님이 여러분에게 주신 사명을 발견하고 사명으로 살다가, 노후에는 나름 의미 있는 인생이었음을 감사하며 영생의 소망으로 그날을 준비하는 것이 진정한 노후 대책입니다. 여러분 사명이 있는 삶이 진정 값진 삶이며 진정한 노후 대책입니다.
4.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다비다가 되길 부탁드립니다.
오래 전에 미국의 한 잡지에 할머니 한 분이 이런 광고를 냈다고 합니다. 저에게 전화를 걸어 주시는 분에게는 1달러를 드리겠습니다. 얼마나 찾아오는 사람이 없고 전화를 걸어 주는 사람이 없었으면 노인이 그 고독함과 쓸쓸함을 이겨내고자 그런 광고를 내었겠습니까?
비록 단면적이기는 해도 이것이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한 모습입니다. 현대인들은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 고독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있어도 삶의 애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이웃이 없어서 고독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다비다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참으로 귀한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다비다는 외로운 이들이 모인 공동체이지만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입니다. 여러분들도 다비다 이야기 회지 1면에 기록된 것을 보시고 아시겠지만, 다비다의 설립 목적은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힘쓰자는 것이지요. 다비다는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고 배려하는 곳입니다.
외로운 이들에게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큰 능력이 없어도, 그저 그들 곁에 함께 있어주고 답답한 마음을 알아만 줘도 그들의 마음은 밝아집니다. 같이 울어주고 같이 웃어주는 사람들과 함께 둘러싸여 있는 것,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위로입니다. 좋은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밋밋한 일상에서 한 다발의 꽃다발을 선물 받는 것과 같이 달콤한 일이지요. 불행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는 만날 친구가 한 사람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친구들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다비다 자매님들은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참으로 좋은 친구들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김순자 자매를 기억하시지요? 말기암 환자인 김순자 자매가 여름 캠프에 참석하였습니다. 순자씨가 캠프에 참석하는 것을 알고 순자씨를 위해 집에서 죽을 끓여온 자매, 밤새 고통 받는 순자씨 곁에서 온 몸을 안마해 주며 밤을 새워 기도하던 자매들.
설명절이 지난 토요일에 70세 이상인 큰언니들의 모임인 금빛날개반이 식사모임을 가졌습니다. 기온이 많이 떨어지고 바람이 몹시 부는 고약한 날씨였습니다. 조원 중에 한분이 한 2년 이상 전화도 카톡도 안 받아 소식이 단절된 자매님이 계셨습니다. 강아지와 단 둘이 생활하시는 분인데 집을 나서면 길을 찾지 못하는 고약한 병이라 다비다에는 물론 외출을 못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혼자 지내다 보니 기억력이 약해져서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자매님 몇 분이 그 자매님 집을 찾아가서 그분을 모시고 오셨습니다. 너무나 반가웠는데 그분은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식사를 얼마나 잘 하시는지 진즉 찾아뵙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였고, 또 똑같이 나이 드신 분들인데 그분을 모셔 오시고, 또 집에까지 모셔다 드리는 금빛날개 자매님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금빛 날개반 자매님들은 참 사랑이 넘치는 분들이십니다. 노년의 좋은 친구들이 되어 서로 서로 건강을 걱정해주고 안부를 물으면서 잘 지내십니다. 노년에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입니다.
지난 12월에 정애순 자매가 설암 수술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