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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달리기, 그리고 십자가 이영복(다비다자매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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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ooner 작성일09-08-12 17:20 조회27,0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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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달리기, 그리고 십자가
                                         
                                                                                                    이영복(다비다자매회 이사)

  약 10년전 쯤, 신학대학원 공부를 하던 40대 중반의 한 형제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점점 친해지자 그는 지난 날 자신의 한 가지 괴팍했던 행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즉 부부간의 갈등 등으로 속이 상했을 때는 자신의 안경을 부러뜨렸다는 것이었지요. 없는 살림에 수도 없이 부러뜨렸다고 합니다. 아예 아내든 세상이든 보지 않겠다는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다. 형제님은 공사장까지 전전할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 등 온갖 고난을 견뎌내고 신대원을 마쳤습니다만, 모친의 영혼구원문제가 걸려 한 동안 목사안수 받는 것을 사양했었습니다. 오랜 기도와 정성(특히 아내의 시어머니를 위한 기도와 정성이 극진했다고 함)으로 마침내 모친께서 하나님을 영접(소천하시기 석 달 전)하고 아들이 목회의 길을 가는 것을 축복해주신 후에야 목사안수를 받으셨던 것입니다. 가정사역을 주로 담당하고 계신 목사님은 요즘 만나면 왠지 안경 부러뜨릴 일이 없다면서 껄껄 웃습니다. 어디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이나 환경이 크게 달라졌겠습니까? 인격적인 성화(聖化)로 해석해야 되겠지요. 저는 그분이야말로 한 쪽 눈이 범죄하면 빼어버릴 용기(?)를 가진 훌륭한 목사님 가운데 한 분이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인 아들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교회나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온당치 못한 부분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분통을 터뜨리며 그냥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에게 설령 주장하는 것이 옳다 하더라도 일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자제력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제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20여 년 전 인근 지역교회간의 친선체육대회시 매끄럽지 못한 행사진행과 타교회에서 부정선수(?)를 데려온 데 대한 항의로 반대방향으로 달렸던 릴레이 경주에 관한 이야기였지요. 분명 이유 있는 분노였음에도 "어, 저 사람 거꾸로 달린다."하며 깔깔거리고 웃던 주일학교 어린아이들의 지지밖에 얻어내지 못하고 별 소득도 없이 '왕따'가 되어버렸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신자 중에 거꾸로 해서 '왕따'가 되지 않은 사람은 아마 거꾸로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셨다는 베드로밖에 없을 거라며... 그 무렵 아들은 강한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였습니다. 그 후 개혁정신은 더 살아났지만 이전보다 자제력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최근에 베드로전서를 보면서 나그네로 사는 인생을 향한 주님의 부탁, 즉 나그네로 있을 때를 두려움으로 지내라는 말씀을 깊이 묵상했습니다. 외모보다는 행실, 모양과 형식보다는 내용과 능력, 사욕(私慾)보다는 이타(利他), 질긴 혀가 아닌 부드러운 혀, 일요신자가 아닌 월요신자.... 주님께서 우리를 ‘거룩함의 장’으로 부르신 초대장의 목록도 그러한 것에 기초한 우리의 삶과 연관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편으로 진정한 거룩은 궁극적으로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자를 맛보아 알고 위로부터의 능력을 힘입을 때만 가능한 것이요, 그러기에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벧전1:16)"라는 말씀도 우리를 그렇게 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의지를 내보인 말씀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베드로후서 1장 2-4절 말씀은 이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예수를 알게 하고, 신기한 능력으로 생명과 경건에 속한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심으로써 정욕을 인하여 세상에서 썩어질 것을 피하여 신의 성품에 참예하는 자가 되게 하셨다는 것이지요. 주님을 삼년 간 따라다닌 수제자였음에도 위기에 직면하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마침내는 저주하면서까지 부인했던 베드로 사도가 신자에게 있어 거룩함의 최종목표는 신의 성품을 이루는 것이라고 담대히 선언할 수 있었던 까닭은 과연 무엇이었겠습니까? 그가 이야기한 신기한 능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무엇이 그를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힐 수 있게 하였겠습니까? 바로 성령입니다.

  주님이 요구하는 성화의 수준, 그것은 더 이상 안경을 부러뜨리지 않는다거나, 단순히 거꾸로 달리지 않는다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도록 하는 것이기에, 오직 제 삶의 모든 사건들을 합하여 선을 이루고야 마시는 성령님의 능력을 순간순간 간구하며 의지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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